[이주의 전시]정정엽 개인전 '지구독대여자'·아담 핸들러 개인전 'Seoul Summer Songs' 外
줄리언 리 개인전 'Off-line IMAGE'·서도이 개인전 '정복되지 않은 세계'
이미지는 설명되지 않아도 살아남는다. 서울 종로구 OCI미술관 1층에서 열리는 줄리언 리의 국내 첫 개인전 'Off-line IMAGE'는 의미 체계에 접속되지 않은 '비워진 이미지'를 따라간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독일을 오가며 외부자의 감각을 체득한 작가는 울주 천전리 암각화에서 단서를 찾는다. 뜻이 완전히 해명되지 않아도 수천 년을 견딘 형상처럼, 그의 화면 속 암각화, 체커보드, 크로마키 초록과 파랑은 하나의 해석으로 닫히지 않는다. 전시장 벽면의 48점 사진 작업에서는 같은 이미지 아래 'Indicating', 'Pointing', 'Resuming' 같은 단어가 붙고, 보는 일은 정답 찾기가 아니라 의미가 달라지는 순간을 확인하는 일이 된다.
줄리언리, FELT SERIES:PAYLOAD No. 1-4_UV print on pure Japanese felt_31×22㎝_2026_detail2.OCI미술관
원본보기 아이콘2층 서도이의 '정복되지 않은 세계'는 시간의 방향을 되묻는다. 작가는 과거가 현재를 만들고 현재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선형적 시간관 대신, 붕괴 뒤 더 단단한 별로 태어나는 중성자별의 서사를 회화로 끌어온다. 팽이, 진자, 수레바퀴, 차고 기우는 달은 반복과 순환의 시간을 만들고, 높이 4.5m의 'Nirvana'는 나비의 번데기와 골격을 한 화면에 세워 탄생 이전과 죽음 이후를 겹쳐놓는다. 흑연과 유화 물감이 켜켜이 쌓인 표면은 흙으로 빚은 벽화처럼 오래된 시간의 결을 품는다. 두 전시는 8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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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개인전 '지구독대여자'
밤은 매일 오지만, 모두에게 같은 어둠은 아니다. 갤러리밈 M'VOID에서 열리는 정정엽 개인전 '지구독대여자'는 두려움 없이 세상과 마주하고 싶은 여자들의 밤을 따라간다. 1980년대부터 여성주의와 생태주의의 시선으로 콩, 팥, 나물, 벌레 같은 낮고 평범한 존재들을 그려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소녀생존기' 연작을 전면에 세운다. 나무 결을 그대로 살린 판넬 위에서 소녀의 몸짓은 물방울, 불꽃, 고생대 식물, 어둠의 동굴과 뒤섞인다. 두려움은 지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통과해야 할 감각이 되고, 소녀는 그 어둠 속에서 손끝으로 길을 더듬듯 세상과 독대하는 법을 배운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거대한 푸성귀와 나방, 벌레들이 다른 생명의 질서를 만든다. 500호 크기의 '텃밭'은 채소를 돌보는 일을 지구를 돌보는 일에 겹쳐놓고, 확대된 나방 연작은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던 존재를 생태계의 친족으로 다시 보게 한다. 감자싹은 먹거리의 부산물이 아니라 스스로 생명을 밀어 올리는 주체로 화면을 가르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팥은 오래도록 여성의 살림과 노동에 묶여 있던 작은 알갱이를 해방의 풍경으로 바꾼다. 정정엽의 화면에서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은 연약해서가 아니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강하다. 전시는 8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밈 M'VOID.
아담핸들러, And just like that, we were friends, Oil stick and Acrylic on Canvas, 193 x 238 cm, 2025.더 트리니티
원본보기 아이콘아담 핸들러 개인전 'Seoul Summer Songs'
여름의 정원은 밝지만, 그 안에는 잃어버린 이들의 그림자도 머문다. 서울 용산구 더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열리는 아담 핸들러 개인전 'Seoul Summer Songs'는 투박한 선과 강렬한 색으로 상실과 위로의 감정을 펼쳐 보인다. 뉴욕 퀸즈 출신의 작가는 전통적 재현이나 기교보다 감정의 직접성에 가까이 선다. 커다란 눈과 사각형 얼굴을 지닌 인물들은 특정 인물의 초상이라기보다 작가가 반복해 만들어온 내면의 캐릭터다. 아이 같은 장난기와 순수함을 품었지만, 그 안에는 두려움과 사랑, 외로움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다.
전시는 'Figure Works', 'Ghosts', 'Flowers and Gardens' 세 연작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분홍빛 유령들은 캔버스 안에 갇히지 않고 나무 패널 입체 부조로 벽 위에 떠오른다. 죽음에 대한 불안에서 출발한 고스트는 사라진 이를 떠올리게 하는 형체이면서, 살아 있는 이에게 삶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고 속삭이는 존재다. 튤립은 장식적 정물이 아니라 감정의 초상처럼 선다. 왕관처럼 솟은 꽃잎, 긁히고 벗겨진 표면, 혼자 서 있는 줄기는 밝은 색 속에서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결을 드러낸다. 관람은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전시는 30일까지, 서울 용산구 더 트리니티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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