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중심 DB 적립금, 1분기 5.1조 줄어
ETF 중심 증권사 DC로 자금 이동
수익률 격차 뚜렷…DB 연 2~3% vs DC 22~23%
ETF 상품 다양·실시간 매매 가능…증권사 선택 늘어

은행이 지배해온 퇴직연금 시장의 머니무브(자금 이동)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올해 1분기 은행에서 빠진 적립금 상당 부분은 증권사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 중심 상품에서 벗어나 수익률을 좇아 직접 연금을 운용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나타난 구조적 변화로 풀이된다. 퇴직연금이 핵심 고객 기반을 확보하는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점에서 은행도 위기감을 느끼고 치열한 방어전에 나서고 있다.


퇴직연금 지각변동…수익률 격차에 DB·은행→DC·증권 '머니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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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공시된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잔액을 분석한 결과, 확정급여형(DB) 상품의 감소와 증권사 확정기여형(DC) 상품으로의 자금 이동 흐름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퇴직연금은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DB형과 개인이 직접 연금 자산을 굴리는 DC형으로 나뉜다.

포털에 공시된 11개 은행의 DB 적립금은 올 1분기 기준 98조9002억원으로 지난해 말(101조8192억원) 대비 2조9190억원(2.87%) 감소했다. 증권사(14곳) 역시 같은 기간 46조7424억원에서 44조5222억원으로 2조2202억원(4.75%) 줄었다.


퇴직연금 지각변동…수익률 격차에 DB·은행→DC·증권 '머니무브' 원본보기 아이콘

감소분의 상당 부분은 DC 퇴직연금으로 이동했다. DC 적립금은 은행과 증권사 모두 늘었으나 은행은 943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증권사는 총 5조1894억원이 유입되며 13.55% 급성장했다. 이에 따라 DB와 DC를 합친 기업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은 은행에서 1조9760억원 줄었고, 증권사에는 2조9692억원 유입됐다. 증권사가 자금 이동의 상당 부분을 흡수한 셈이다.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은행 IRP 적립금은 5조5000억원(7.08%) 늘어난 반면 증권사는 7조2000억원(15.5%) 증가해 은행 증가액을 앞질렀다.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자금 이동은 퇴직연금 시장의 패러다임이 DB 중심의 원리금보장형 상품에서 DC 중심의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회사가 운용하는 DB형은 원금 손실 우려 때문에 주로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 위주로 자금을 예치하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연간 수익률도 2~3% 수준에 그친다. 반면 DC형은 국내 증시 활황 속에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담을 수 있는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22~23%까지 치솟으면서 근로자가 직접 연금 자산을 굴리려는 이전 수요가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ETF와 적격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상품이 다양하고 실시간 매매가 용이한 증권사로 수요가 옮겨갔다. 2024년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도입되며 보유 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게 된 것도 자금 이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대면 이전 시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적극적인 유입 마케팅을 펼쳤다.


퇴직연금은 오랜 기간 자금을 유지하는 장기 투자자금이다. 은행으로서는 장기고객 기반을 확보하는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 이탈 흐름으로 인해 은행의 사업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모바일 앱 내 실시간 시세 조회 기능을 도입했고, 비대면 상품거래 서비스를 개편했다. 신한은행은 ETF 상품군을 지난해 190여개에서 최근 240개 이상으로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전문가가 선정한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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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관계자는 "DC 원리금비보장형의 수익률은 증권사와 은행이 큰 차이가 없음에도 운용 편의성 등으로 증권사로의 이동이 활발한 상황"이라며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도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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