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없이 경고했는데…'579억원' 개미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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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억7640만원'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한 푼도 쓰지 않고 1159년을 모아야 하는 거금이다. 지난 12일 하루 동안 개인 투자자가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에 쏟아부은 금액이기도 하다. 일주일간 누적된 개인 순매수액 1194억원 중 절반가량이 이날 하루에 몰렸다.

국내 상장된 '우주 ETF'는 총 9종에 달한다. 대부분이 상장 후 스페이스X를 담겠다고 예고했다. 이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4일 스페이스X 상장을 일주일 앞두고 IPO 참여 소식을 대대적으로 밝혔다. 국내 운용사 중 유일하게 IPO 참여를 공식화했다며 상장 첫날 주가 상승 시 공모가와의 차익을 노릴 수 있다고 홍보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운용사를 믿고 상장 직전 '마지막 버스'에 올라탔다.


하루 만에 상황은 급반전했다.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던 미래에셋증권이 물량을 '0주' 배정받으며 운용사의 홍보 문구는 물거품이 됐다. 투자자들은 주말 새 상품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15일 10% 넘게 급락한 주가에도 상품을 팔고 "더이상 ACE ETF를 사지 않겠다"고 돌아선 투자자도 적지 않다.

운용사의 무리한 '과대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날마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 비슷한 유형의 ETF가 우후죽순 생겨나자 운용사는 차별성을 드러내느라 바빴다. 특히 이번엔 상장 직전 자금이 몰리면서 홍보 문구가 직접적인 투자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연결고리가 크다. 업계에서도 한투운용이 스페이스X IPO 참여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을 두고 '무리하고 있다'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금융당국도 수차례 경고음을 냈다. 서재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얼마 전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해외투자 중개·광고 과정에서 마케팅이 과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스페이스X 투자 노출을 '실제 주식 편입'처럼 보이도록 광고하거나 SK스퀘어 비중을 더해 SK하이닉스 비중을 높게 보이도록 홍보한 사례 등이 당국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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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을 설계하고 출시하는 운용사는 위험 요인까지 제대로 설명할 의무가 있다. 모든 대중이 전문 투자자처럼 상품의 모든 가능성을 예측하며 투자하진 않는다. 일평생 예금을 해오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ETF에 첫발을 들인 고령층 투자자도 적잖다. ETF 전 상품이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것으로 아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들의 신뢰로 모였던 579억원은 주말 새 싸늘한 '브랜드 불신'으로 되돌아왔다. 수조 단위의 자금을 굴리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흘러가는 수치 중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한번 깎여나간 투자자의 신뢰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으로도 돌이키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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