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자 제압하다 독직폭행 혐의로 피소
폭주족 잡다 재물손괴 고소당하는 일도
경찰청, '정당한 법 집행' 면책요건 명시

30년 넘게 경찰 생활을 해온 A 경감은 112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택시를 타고도 돈을 내지 않은 것이다. 지구대로 연행해온 뒤 '인적사항을 적으라'고 안내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이 남성은 경찰들의 종아리까지 깨물며 저항했다. 난동을 부리는 남성을 제압하고 수갑을 채웠지만, 동료들과 함께 독직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A 경감은 "정당한 제압마저 폭행으로 둔갑하니 수십년 경찰 생활이 부정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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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들이 마땅한 직무를 수행하고도 민원·징계 부담에 노출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행정 면책 요건이 확대된다. 경찰을 폭행한 취객을 제압하거나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자에게 정당한 물리력을 행사하고도 '과잉진압'으로 고소당하는 등 사후 책임으로 번지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공공의 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공권력 행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의 적극행정 면책제도 운영규정(훈령) 개정안을 이르면 이달 중 시행한다고 17일 밝혔다. 면책 제도는 공익을 증진하기 위한 업무 처리 과정에서 일부 하자가 발생해도 불이익을 주지 않거나 감경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 요건이 '불합리 규제 개선' '공익사업 추진' 등으로 한정돼 있어 물리력 등 현장 법 집행이 많은 경찰로선 효용이 크지 않았다.


이에 경찰청은 면책 요건에 '직무수행 과정에서의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내용을 신설한다. 개정안은 최근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원안 의결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적극행정 면책 사례 대부분은 112신고 처리 과정에서의 물리력 행사 등 법 집행과 관련된 게 많다"며 "개정을 통해 일선의 고충이 해소될 수 있도록, 확대된 면책 제도를 적극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극행정 면책은 총 290건 인용됐다. 현장 법 집행이 229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형별로 보면 분실·파손 121건, 물리력 행사 57건, 교통사고 39건, 재물손괴 12건 순으로 나타났다. 적극적 법 집행(물리력 행사) 관련 면책 인용은 2023년 32건, 2024년 35건, 지난해 57건으로 점차 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사후 책임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경찰들이 교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경찰들이 교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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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들은 흉기 난동 등 공공의 안전을 위해 물리력 행사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고소·고발이나 민원 부담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2024년 9월 강원 춘천시 한 지구대에선 택시에 무임 승차하려 했던 60대 주취자가 경찰을 깨물고 때리다 제압당한 뒤 되레 경찰관 3명을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해 재판부는 "경찰들이 맞아도 참고 대개 즉결심판을 청구하는데, 가해자가 계속 찾아와 합의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꾸짖으며 이 남성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고소당한 경찰들은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지구대 관계자는 "폭주족을 검거하다 오토바이를 넘어지게 한 경찰관이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당하는 일도 있었다"며 "가정폭력·아동학대 사건으로 피의자를 체포했다가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을 당하는 일도 많다"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경찰은 흉기로 위협하는 피의자에 전자충격기를 사용할 때 '상체를 조준하되 목 부위를 맞추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사후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공권력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적극행정 면책심사위원회는 본청과 각 시도경찰청, 일선 경찰서 등 각급 단위로 구성된다. 성비위 등 범죄를 제외한 업무 전반이 적극행정 면책심사위 심사 대상이다. 집회·시위 현장에 출동하는 기동대나 112신고와 초동조치를 담당하는 지역경찰의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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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훈령 개정은 징계·감찰 등 조직 내 책임에 대해서만 효력이 발생한다. 과잉진압 등에 따른 실제 형사 책임이 발생한 경우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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