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평화 합의에 유가 급락

항공·자동차·가전 수혜 기대
공급망 안전화, 수요 회복 전망

정유·석유화학, 수급 안정화
정제 마진 축소 '역풍' 우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에 합의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후속 대응에 나섰다. 비상 경영 체제를 정상화하는 한편, 업종별 득실 계산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양국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교전 중단과 함께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가 해제되고 호르무즈 해협도 재개방된다.

국제유가도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 14일(현지시간) 3.9% 하락한 배럴당 84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8% 내린 81달러에 거래됐다.

호르무즈 재개방 임박…업종별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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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에 수백억 비용 절감…항공업계 수혜 기대

가장 큰 수혜 업종으로는 항공업계가 꼽힌다. 항공유는 항공사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한다. 종전 이후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연료비 부담이 줄고 유류할증료 인하도 가능해진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유가 10% 하락 시 연간 수백억 원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다만 업계는 신중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끝났다고 유가와 환율이 곧바로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중동 시설 복구와 공급망 정상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도 기대감이 높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묶였던 선박 운항이 재개되고 전쟁 기간 급등했던 해상 보험료 부담도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향후 60일간 진행될 후속 핵협상과 기뢰 제거·항로 안전 점검 등 후속 작업이 남아 있어 실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동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중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온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가 10일 원유 하역을 위해 울산 앞바다에 도착해 해상원유하역시설인 부이로 접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중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온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가 10일 원유 하역을 위해 울산 앞바다에 도착해 해상원유하역시설인 부이로 접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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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자동차 공급망 정상화에 수혜

가전 및 자동차업계는 공급망 정상화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은 전쟁 기간 중동 항로를 우회해왔으나 종전 이후 기존 항로 복귀를 검토 중이다. 물류 병목이 해소되면 리드타임 단축과 물류비 절감은 물론 전쟁 기간 위축됐던 중동 소비시장 회복에 따른 마케팅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는 간접 수혜가 예상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외신 인터뷰에서 희망봉 우회로 조달 기간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항로가 정상화되면 항차당 100만달러(약 15억원) 이상의 추가 물류비 부담이 해소되고, 석유화학 기반 소재 가격 안정에 따른 생산원가 절감도 기대된다.


합성고무 등 유가 연동 원재료를 대량 사용하는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 등 타이어업계도 원재료비 절감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롯데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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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석화 업계 복잡한 셈법

중동 전쟁 발발 직후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정유업계는 원유 수급난에서 벗어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셈법은 복잡하다. 원유 수급 정상화는 분명한 호재지만, 단기적으로는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유가가 내리면 높은 가격에 확보한 재고 가치가 하락하는 역래깅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2분기 실적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효과에 무게를 둔다. 공급망 안정과 원유 수급 불확실성 해소가 정제마진 개선과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이르면 이번 주 발표될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 기준에도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업계는 기회비용을 포함해 4조원 이상 손실이 발생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기회비용을 보전 기준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져 갈등이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롯데케미칼·LG화학 등은 이미 공급망 다변화로 원료 수급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한 상태여서 수급 정상화에 따른 조달 부담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란산 원유 공급 재개로 중국 석화업체들의 원가 경쟁력이 높아질 경우 글로벌 공급 과잉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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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기대하는 것은 종전 자체보다 정상화"라며 "공급망과 물류망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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