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원유공급 정상화"
핵문제 등 후속협상에 집중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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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종료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60일간의 조건부 휴전 속에 이란의 핵무기 관련 협상 등을 이행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양국이 뜻을 같이한 것이라 완전히 전쟁이 끝났다고 하기는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전 성과로, 호르무즈 해협을 아무런 조건 없이 개방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종전의 핵심 걸림돌이 그대로 남아 있어 '불안한 정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나,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해협이 다시 열리면서 에너지 가격은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합의가 이제 완료됐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개방을 전면 승인하고 동시에 미국 해군의 봉쇄를 즉시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유 공급을 정상화하라, 석유가 다시 시장으로 흘러가게 하라(Let the oil flow)"라고 적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이란이 평화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샤리프 총리는 "양측이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료하기로 했다"며 레바논 전선도 합의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물동량 회복까지 시간 걸릴 듯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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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종전 MOU의 구체적 내용은 조만간 공개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발발 후 이란의 핵 포기를 종전 성과로 삼겠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이번 합의 이후에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종전 소식을 알린 이후에도 재차 트루스소셜을 통해 "금요일 합의 서명이 이뤄지자마자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면 기뢰 제거 작업이 진행될 것이며, 석유는 그 지역(중동)과 전 세계를 위해 양방향으로 다시 흐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위대한 합의는 그 지역 전체에 평화와 안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영구적으로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종전 필수 요건으로 수차례 강조해왔다. 이어 이란이 핵 프로그램 해체와 핵물질 폐기에 동의하는 대신 그 '이행 성과'에 맞춰 이란에 대한 해외 동결자산과 제재 해제 등의 보상을 단계적으로 주겠다는 것이 미국 측의 구상이었다. 악시오스는 해협을 재개방한다고 해도 기뢰 제거, 항로 안전 확보, 손상된 인프라 복구 등 실무적 작업이 남아 있다며 물동량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최소 3개의 서로 다른 합의문 초안이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이 초안들은 14개 조항으로 구성됐는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장기 협상 개시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3개의 초안들은 세부 내용이 다르며 이 중 이란이 MOU 체결 직후 어느 정도의 경제적 보상을 받을 것인가가 최대 쟁점이라고 전했다.


앞서 외신들을 통해 미국이 이란의 동결 자산 250억달러(약 37조6000억원) 해제를 허용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다른 초안에는 미국과 역내 파트너들이 최소 3000억달러(455조8500억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경제개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미국 내 대이란 강경파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나친 제재 완화와 현금성 지원을 통해 사실상 테헤란에 외교적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양측은 MOU 서명과 동시에 모든 전선에서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전쟁 중단을 선언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레바논도 포함된다.

여전한 리스크…핵심 쟁점 후속 협상으로

외신들은 이번 합의가 '전쟁 종료'를 의미한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불안한 정전' 정도로 판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합의가 사실상 기존 휴전을 60일 연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핵심 쟁점 대부분이 후속 협상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가장 민감한 이슈로 꼽은 것은 이란 핵 프로그램이다. 미국과 이란은 향후 60일간 별도 기술협상을 통해 우라늄 농축 제한, 고농축우라늄(HEU) 처리, 핵시설 동결, 국제 사찰 및 감시 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핵무기 제조 수준에 근접한 이란의 HEU를 희석(downblend)하거나 해외 반출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제재 완화와 해외 동결자산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미국이 적대행위 중단, 해상 봉쇄 해제, 동결자산 해제 등 약속을 실제로 이행하는지 먼저 검증한 뒤 최종 합의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이번 MOU는 적을 신뢰한다는 뜻이 아니다"며 "미국의 약속 이행 여부를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완료" 선언과 달리 이란은 아직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한 알자지라에 따르면 합의문에는 미국과 이란 간 직접 충돌뿐 아니라 레바논 내 이스라엘·헤즈볼라 교전 중단도 포함됐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이란을 공격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본거지라는 점에서 공격해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이란 전쟁과 별도 사안이라고 주장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핵물질 제거와 농축 능력 해체 없이는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스라엘도 변수

이스라엘은 종전 합의 발표를 앞두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을 공습하기도 했다. 레바논 내 헤즈볼라가 자국 영공에 드론 3기를 들여보냈다는 것이 이유였다. 레바논 언론은 이 공습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악시오스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네타냐후 총리는) 왜 공격을 해야만 했나. 정말 화가 났다"며 "우리가 서명하기 한 시간 전이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판단력이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같이 이란을 공격했던 이스라엘의 불만에도 종전 합의를 서두른 것은 정치적인 영향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란전쟁 장기화로 발생한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부담이었다.

트럼프 직접 서명할까

공식 서명식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열린다. 이를 위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직접 제네바로 향한다. 미국 측에서는 J.D. 밴스 부통령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15~17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유럽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직접 서명식에 참석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자신의 80세 생일인 이날 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날 예고했다. 그러나 합의 타결 사실만 발표하고 정식 서명식은 19일에 개최하는 것으로 이란 측과 조율했다. 이번 합의는 파키스탄과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가 막판 중재에 나서며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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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주요 10개국(G10)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위험선호 심리가 살아나며 호주달러는 약 0.5%, 유로화는 0.3% 상승했다. 시장은 호르무즈 재개방이 국제유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미국 물가 부담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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