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담합’ 공정위 제친 檢…‘기름값 짬짜미’ 구속영장 초강수
밥상 물가부터 기름값까지
10월 폐지 앞두고도 직진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민생 수사 최전선' 담합 정조준
산업의 '혈액'인 기름값 인상은 물가 전반을 뒤흔드는 연쇄 작용을 낳는다. 당장 화물 노동자들의 운송비 부담 가중은 연쇄적인 물류비 인상으로 이어져 최종 소비재인 '밥상 물가'를 밀어 올린다. 나아가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을 비롯해 산업 전반의 제조 원가 상승을 도미노처럼 촉발한다. 고물가 장기화 국면에서 소수 정유사의 인위적인 가격 왜곡인 '유가 담합'이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최근 이 같은 구조적 담합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격 조사에 나섰지만, 수 개월째 뚜렷한 차도를 내지 못하는 '답보 상태'의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유가 담합 조사에 착수했지만, 현재 유가 담합 조사와 관련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할 충분한 전담 인력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대형 로펌으로 직행한 공정위 출신 '전관'들이 거대 기업의 방패막이로 나서면서 조사가 지연되거나 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등 전관 결탁의 폐해가 엄정한 법 집행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정위 조사가 사실상 멈춰 선 사이, 검찰이 직접 수사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최근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임직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앞서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 등 정유 4사와 한국석유협회를 전격 압수수색하며 광범위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단기간에 핵심 물증을 확보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물가 대란 상황을 "반사회적 중대 범죄"로 규정하며 엄단 지시를 내린 지 18일 만에 이뤄진 조치였다.
최근 중앙지검 공조부의 행보는 단 6명의 검사로 구성된 소규모 부서임에도 검찰 직접수사의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공정거래통으로 꼽히는 나 부장검사가 지난해 8월 복귀해 지휘봉을 잡은 이후, 공조부는 철저히 '민생 침해형 불공정 행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5개월 만에 제당 3사(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설탕 가격 짬짜미를 비롯해 밀가루, 전력설비 등 총 9조 9404억 원 규모의 담합 사건을 적발, 52명을 무더기 기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형 숙박 플랫폼의 '갑질' 혐의나 공공부문 입찰 담합 등도 연이어 처리했다. 신속한 물증 확보를 통해,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 등 지지부진한 행정 제재가 끝나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강제수사를 벌여 단기간에 혐의를 입증해 내는 '속도전'이 공조부 수사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러한 공조부의 잇단 성과는 오는 10월 중수청·공소청법 통과에 따른 검찰청 폐지를 앞둔 상황과 맞물려 조직 내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수사권이 대폭 축소되는 위기 속에서 경제·민생 분야에 남은 직접수사 권한을 십분 활용해 검찰 수사의 전문성과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조부 수사팀을 직접 지목하며 포상을 지시했고, 이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최근 수사팀 전원에게 우수 검사 표창을 수여했다. 거대 기업의 불법적 과점 구조를 파헤치는 검찰의 이번 '정유 카르텔' 수사가 다른 정유사로 전방위 확대될지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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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HD현대오일뱅크 임직원 2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오는 18일 각 오후 2시와 4시 진행할 예정이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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