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공급 부족 현물 가격에 반영될 것"
황·헬륨 등 재고도 ↓…물가 전방위 압력
AI 운영비의 60%는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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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을 합의하면서 국제유가는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세계 경제에 남긴 비용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국의 전쟁으로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이 해협이 100일 넘게 통제됐던 여파가 계속 물가 압박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호르무즈 재개방…정상화까지 시간 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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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합의의 핵심은 사실상 마비됐던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이라 할 수 있다. 이 해협이 막히면서 국제 유가와 해상 보험료, 운송비 등이 급등했고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경제 부담을 안겼다.


종전과 함께 해협이 다시 열리면서 국제유가는 종전 기대감에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미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장 대비 4.50% 하락한 배럴당 81.06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3.95% 떨어진 배럴당 83.87달러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공급망이 곧바로 정상화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기뢰 제거와 항만 복구, 선박 재배치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쟁 기간 가져다 쓴 전략 비축유는 새로운 원유 수요가 될 전망이다. WSJ는 글로벌 석유 재고가 전쟁 발발 이후 2억5000만배럴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전략비축유를 대거 방출하며 공급 부족을 메웠으나, 이는 미래의 공급 여력을 현재로 끌어다 쓴 것에 가깝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미국의 원유와 관련 제품 재고는 최근 2004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감소했다. 4월 기준 글로벌 석유재고는 7900만 배럴로 줄었다.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생산 시설을 복구해 재고를 다시 쌓는 데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종전 이후에도 재고를 다시 쌓아야 하는 만큼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셰브런의 마이크 워스 최고경영자(CEO)는 "시장 완충장치와 충격 흡수 장치가 꾸준히 소진되고 있다"며 "6~7월에는 공급 부족 압력이 현물 가격에 더욱 직접 반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가에서 식품까지…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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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쟁으로 가장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던 것은 아시아 국가들로, 종전 합의에도 당분간 물가 상승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건너는 에너지 비중은 대만 80%, 일본 73%, 한국 72%, 중국 43%에 달한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대만 40%, 한국 35%, 일본 20%, 중국 15% 수준이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제조업 원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소비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유럽과 미국으로 그 여파가 번졌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유럽 경제에 타격이 컸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필립 레인 유럽중앙은행(EC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연설에서 "글로벌 충격은 전 세계적으로 비용 상승을 유발한다"고 진단했다.


전쟁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자재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황(sulfur) 무역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황은 비료 생산의 핵심 원료다. 전쟁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비료 가격이 상승했고 일부 업체는 생산량 축소에 나섰다. FT는 황의 수급 차질이 향후 식품 가격 상승 압력을 끌어올릴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동 지역의 에너지 생산과 해상 운송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2%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인공지능(AI) 산업도 이번 합의에 따라 비용 절감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OECD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약 60%는 에너지 비용이 차지한다.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대규모 서버를 가동하기 위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대규모 차입에 의존하는 AI 투자 구조상 에너지 가격 상승은 운영비와 금융비용을 동시에 압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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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헬륨 공급의 약 3분의 1이 걸프 지역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반도체 공급망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OECD는 중동 지역의 에너지 공급 정상화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투자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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