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3주년 방탄소년단 '아리랑' 부산 공연
도시 전체가 축제장…국내외 방문객 20만명
티켓 판매 넘어 숙박·관광 등 체류형 소비로
지자체 손잡고 지역 상권 살리는 장기 프로젝트

방탄소년단 '더 시티 부산' 모습. 하이브 제공

방탄소년단 '더 시티 부산' 모습. 하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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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부산 시내 곳곳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공연이 끝난 늦은 밤에도 해운대와 광안리, 서면 일대 상점과 식당은 팬들로 가득 찼다. 부산역은 여행 가방을 끄는 외국인 방문객으로 길게 줄을 섰고, 주요 관광지마다 세워진 조형물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12일부터 이틀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ARIRANG)' 부산 공연은 관객 11만 명을 불러 모았다. 이들은 부산 곳곳에 머물며 막대한 돈을 썼다.


BTS는 2022년 10월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 이후 3년 8개월 만에 부산 공연을 열었다. 법무부는 공연 기간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약 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부산시는 이틀 공연 11만석이 매진된 점을 고려해 공연 전후 방문객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천국제공항은 입국 심사 인력을 평소보다 최대 88% 늘렸고, 부산시는 지하철과 시내버스 운행을 확대했다.

부산에서 만난 문화계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수년간 국제 행사 위상을 쌓고자 노력했는데 BTS는 이틀 만에 부산을 국제도시로 만들었다"며 "K팝 위상과 시장력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체감했다"고 말했다.


도시로 확장한 IP…일상 소비재가 된 엔터테인먼트

부산 곳곳에는 공연 전부터 '아미(팬덤)' 지도가 생겼다.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 웰컴센터에서는 방문객이 짐을 맡기고 일정을 확인했다. 해운대 백사장에는 신곡 메시지 '킵 스위밍(KEEP SWIMMING)'을 본뜬 대형 모래 조각이 들어섰다. 음악 휴식 공간 '러브 송 라운지', 더베이101 팬 커뮤니티 공간 '아미 마당',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임시 매장에도 인파가 몰렸다. 팬들은 티셔츠와 응원봉을 꾸미고 인공지능(AI)으로 부산 여행 코스를 추천받았다.

해가 지면 도시 전체가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영화의전당 '빅루프'는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변신했고,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 등 주요 다리는 새 앨범 상징색 조명을 밝혔다. 광안리 해변 상공에서는 드론이 화려한 쇼를 펼쳤다. BTS 음악과 이미지로 도시 공간을 새롭게 꾸몄다. 부산 대형 호텔, 백화점과 과자점, 갈비집, 카페 등 지역 브랜드와 협업했다.


'BTS 더 시티 부산'을 기획한 하이브 관계자는 "멀리서 찾아온 관객들이 콘서트만 관람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마련된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지역을 탐방하고 가수의 지식재산권(IP)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만 느끼는 '경험의 희소성'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부산 해운대 인근에 설치된 BTS 포토부스 앞에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이슬 기자

부산 해운대 인근에 설치된 BTS 포토부스 앞에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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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팬들이 부산역에 설치된 BTS '더 시티 아리랑 부산' 조형물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이슬 기자

해외팬들이 부산역에 설치된 BTS '더 시티 아리랑 부산' 조형물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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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공연 비즈니스는 도시 체류형 산업으로 진화했다. 과거 콘서트 수익은 표 판매와 현장 기획상품 판매 비중이 컸지만, 이제는 팬이 공연 전후 도시에 머물며 쓰는 돈도 산업 일부다. 콘서트를 하루짜리 행사로 보던 때는 지났다. 해외에서 공연을 보려면 항공권과 숙박, 식사, 쇼핑, 관광, 이동에 비용이 든다. 소비는 도시 전체에서 이뤄진다.


하이브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카테고리가 일상 소비재로 넓어지고, 역으로 타 산업군은 엔터테인먼트로 영역과 고객 확장을 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방문객에게 도시 문화와 전통을 알리는 역할도 한다"고 짚었다. '더 시티'가 만드는 경제 효과를 단순한 수익이 아닌, 지역 경제 전체를 살리는 관점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지역 맞춤 기획…세계로 뻗는 K팝

앞서 하이브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한 '더 시티'에서 미디어아트 전시관과 손잡고 평소보다 두 배 넘는 관람객을 모았고, 식음료(F&B) 협력사 10여곳의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다. 서울에서는 국보 숭례문에서 미디어파사드를 진행했는데 전체 관람객 중 73%가 외국인이었다. 태국 방콕에서는 현지 전통문화를 행사에 자연스럽게 녹여내 태국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감사 레터를 받기도 했다.


K팝 공연은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휴양지, 서울의 오랜 도심, 부산의 밤바다 등 도시가 가진 매력을 다시 보게 했다. 같은 음악과 가수라도 어떤 도시 자원과 만나느냐에 따라 관객의 경험은 달라진다.


하이브 관계자는 "올해 진행한 서울과 부산, 라스베이거스는 민간 기업과 지자체가 원활하게 소통했기에 가능했다"며 "현재 34개 도시에서 86번 열리는 월드투어 '아리랑'의 개최지 여러 곳이 프로젝트 유치를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하이브 소속 가수가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협업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며 "'더 시티'가 K팝을 넘어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돋보이는 프로젝트로 성장하도록 계속 힘쓰겠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하이브) 제공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하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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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부산 공연을 찾은 국내외 관객 11만명은 도시를 누비며 돈을 썼다. 팬은 관객이자 관광객이며 소비자였다. 지역 브랜드는 K팝 IP와 만나 새 고객을 확보했다. 공연은 가수가 무대에 오르고 팬이 객석을 채우는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도시가 팬 동선을 짜고, 기업이 그 길목에 소비 접점을 붙이며, 지자체가 교통과 안전을 뒷받침하는 산업으로 변모했다. 이것이 K팝 기업이 공연장 밖을 설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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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전문가들 역시 K팝 공연이 도시 관광을 이끄는 힘에 주목한다.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은 "한류 공연이 외국인 방문객 유입과 체류형 소비, 도시 관광을 잇는 핵심 동력"이라며 "앞으로 공연과 도시 관광을 체계적으로 엮어 관광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부산=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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