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서 울려 퍼진 '한반도 평화'…李대통령 "6·15 남북공동선언 희망 불씨 살아있다"
성 바오로 대성당 특별미사 기념연설
"국제사회 곳곳에 분열과 대립의 그림자가 드리워"
"남과 북은 다시 단절과 대결의 시대로 되돌아가"
"흡수통일·일방 체제경쟁 추구 안 해" 재차 강조
"정전상태 넘어 지속가능 평화체제 위해 모든 것 다하겠다"
15일 레오 14세 교황 면담
바티칸을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6·15 남북공동선언 26주년을 앞두고 "지금도 그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다고 확신한다"며 한반도 평화 복원 의지를 밝혔다. 남북관계가 다시 단절과 대결의 시대로 돌아갔다는 현실 진단을 내놓으면서도 흡수통일이나 일방적 체제 경쟁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원칙과 군사적 신뢰 회복 노력을 국제사회 앞에서 재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유흥식 추기경 집전으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 미사'에서 기념연설을 하고 있다. 2026.6.14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로마 '성 밖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해 기념연설을 하고 "26년 전 6월 15일 남과 북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아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며 "오랜 적대와 긴장을 넘어 대화와 협력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린 역사적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후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적 협력, 교류와 왕래가 이어지며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희망의 문이 열렸다"며 "저는 지금도 그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6·15 공동선언의 상징성을 앞세워 남북대화 복원과 평화공존 기조를 다시 부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현재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야기했던 남과 북은 다시 단절과 대결의 시대로 되돌아섰다"며 "남북을 연결하던 소통의 통로는 닫혔고, 불신과 긴장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충돌 등을 언급하면서는 "협력과 공존의 기반이 흔들리며 국제사회 곳곳에 분열과 대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은 수많은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며 "경제위기와 사회적 격랑 속에서도 우리는 총과 칼이 아닌 촛불로, 폭력이 아닌 평화로, 냉소가 아닌 연대로 짙은 어둠을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 대해서도 "평신도의 자발적인 신앙공동체로 시작해 혹독한 박해를 견뎌냈고, 우리 사회가 어려운 순간을 겪을 때마다 인간의 존엄과 평화, 연대의 가치를 지켜온 버팀목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해 출범 이후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비롯한 선제적 긴장 완화 조치를 추진해 왔다"며 "흡수통일이나 일방적 체제 경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가겠다"며 "정전 상태를 넘어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황청을 향해서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오랜 세월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염원해 왔고, 대한민국 역시 그 기대와 성원에 부응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한결같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신 교황청에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가 세계 평화와 연결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 대통령은 "갈등과 불확실성이 세계를 무겁게 짓누르는 지금, 이제 대한민국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며 "민주주의가 길어 올린 빛으로, 풍요로운 문화가 빚어낸 품격으로, 과학기술과 혁신이 열어가는 미래의 가능성으로 더욱 평화롭고 자유로우며 모든 이가 존엄한 삶을 누리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또 "국경과 이념, 인종과 문화의 차이를 넘어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손을 맞잡겠다"며 "갈등이 있는 곳에 화해를, 불신이 있는 곳에 신뢰를, 분열이 있는 곳에 연대를 더하며 평화가 인류 공동의 유산이 될 수 있도록 국제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설 마지막 부분에서는 성경 이사야서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가 세계평화로 이어지고, 세계의 연대가 다시 한반도의 평화를 굳건하게 만드는 선순환을 함께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며 "귀한 말씀이 온 나라에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 미사'에서 기념연설을 마친 뒤 유흥식 추기경과 손을 잡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6.14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에 대한 교황청의 관심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전선과 철조망, 국경의 제약을 넘어 함께하길 바란다"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에게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이 오늘날 우리 청년들에게도 위로와 용기, 희망으로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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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특별미사에서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추기경을 비롯한 한국인 성직자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15일 교황궁에서 레오 14세 교황과 단독 면담을 갖고,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도 만날 예정이다. 교황과의 면담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협력 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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