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존, 파이랩 가보니
LG·두산 거친 이재석 부사장 "SW가 지배하는 물리 세계 열 것"
이주완 메가존 의장, 전폭 지원

지난 2일. 경기 과천 메가존산학연센터, 그 한구석에 자리 잡은 로봇 연구소 '파이랩(PAI Lab)'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깜짝 놀랐다.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 로봇 팔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로봇이라 하면 금속으로 만든다는 관념이 여지없이 깨졌다.


이재석 메가존 부사장이 직접 3D프린팅을 통해 제작한 플라스틱 로봇 팔.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이재석 메가존 부사장이 직접 3D프린팅을 통해 제작한 플라스틱 로봇 팔.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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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로봇 팔들은 3D 프린터로 출력한 부품들을 모아 조립한 것이다. 가상현실(VR) 단말기와 연동하니 로봇팔들이 사람이 표현하는 대로 움직였다.

파이랩에 설치된 로봇 팔을 제작한 이재석 메가존 부사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이 부사장은 과거 LG전자에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설계를 담당한 후 두산로보틱스에서 피지컬 인공지능(AI), 즉 로봇의 세계로 입문했다. 그는 두산로보틱스에서 연구소장을 지내며 베테랑 로봇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거듭났다. 이 부사장은 메가존으로 옮아온 후 수개월 만에 홀로 작업하며 로봇 사업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었다.


이재석 메가존 부사장이 랩실에서 자신이 만든 로봇팔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이재석 메가존 부사장이 랩실에서 자신이 만든 로봇팔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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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사장은 스마트폰 화면 속에 갇혀 있던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와 결합해 역동적인 현실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가상 세계의 코드에 불과했던 소프트웨어가 물리의 세계를 융합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수행할 때 진정한 가치가 증명됩니다. 로봇은 결국 소프트웨어를 통해 완성되는 물리의 세계입니다."


이 부사장은 실험실 한편을 차지한 로봇 손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가 만든 로봇 손들은 책상에 부착돼 있었다.


이 부사장은 직접 3D 프린터로 부품을 뽑아내고 조립해 만든 이 로봇 손의 원가는 15만 원 남짓이라고 했다. 그는 로봇 손의 피부를 3D 프린팅으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설명하며 실패작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통상 휴머노이드형 로봇에서 가장 구현이 어려운 부분을 손으로 꼽는다. 걷기도 중요하지만 손을 인간과 같이 자유롭고 투박하지 않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이재석 메가존 부사장이 직접 3D프린팅을 통해 제작한 플라스틱 로봇 팔.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이재석 메가존 부사장이 직접 3D프린팅을 통해 제작한 플라스틱 로봇 팔.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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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사장이 3D프린터로 찍어낸 부품을 활용한 로봇 손을 기자에게 쥐여줬다. 직접 만져보아도 차가운 금속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감촉으로 다가왔다. 이런 부품을 15만원의 재료비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연구실이 아직은 작은 규모지만, 이 부사장이 그리는 그림은 작지 않다. 메가존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는 책임감에서다.


"현재는 연구실 내부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 빌딩이 로봇들의 거대한 실험실이자 무대가 될 것입니다. 머지않아 건물 곳곳을 로봇들이 스스로 오가고, 환경을 인지하며 실시간으로 학습하는 장면을 직접 보시게 될 겁니다."


랩실에는 다양한 형태의 엔비디아 장비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부사장은 젯슨 토르, 젯슨 나노, DGX 스파크, RTX5090 등 고가의 장비들을 다양하게 활용해 로봇용 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이다. 이 부사장은 "이주완 메가존 의장께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다"고 자랑했다. 기업 설립자의 의지가 반영된 만큼, 향후 적극적인 사업 진출을 예상해 볼 수 있었다. 이들 장비를 통해 로봇에 필요한 AI를 다듬을 수 있다.


이재석 부사장이 강조하는 파이랩의 핵심 지향점은 명확하다.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로봇 생태계와 클라우드를 통한 AI 접목이다.


그는 앞으로 클라우드 서버에 미리 생성된 모션 데이터를 전송받아 픽앤드플레이스(Pick and Place) 같은 공정을 매끄럽게 수행하는 로봇들을 시험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 부사장은 파이랩을 통해 다른 제조사의 로봇들을 하나의 서버 플랫폼인 '와이즈(Wise)'에 연결해 통합 제어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현재 파이랩은 테크맨(협동 로봇), 테솔로(로봇 그리퍼) 등 유망한 로봇 기술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개방형 혁신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석 메가존 부사장이 자신의 랩실에서 로봇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이재석 메가존 부사장이 자신의 랩실에서 로봇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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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사장은 지금은 홀로 연구에 정진 중이지만 곧 랩실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기종 로봇을 통합하는 와이즈 플랫폼의 최소 기능 모델(MVP)을 조만간 깃허브(GitHub) 등에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입니다. 누구나 쉽게 기술에 접근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기업 차원의 고도화된 커스터마이징이나 구축이 필요할 때, 메가존이 전폭적인 기술 지원에 나서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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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사장은 올해 하반기에 랩실에 다시 와달라고 했다. 그때 다양한 로봇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당당히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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