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가 키운 '버스덕트' 뭐길래…가온전선, 美 빅테크 줄수주
AI발 핵심 전력 인프라 설비로 부상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 고속도로'
가온전선 국내 1위 시장 유지
美자회사 5조 규모 장기 계약 수주
가온전선의 미국 자회사 LSCUS가 최근 '버스덕트(Busduct)' 사업을 앞세워 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했다. AI 산업의 경쟁력이 반도체에서 전력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핵심 전력 설비인 버스덕트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가온전선은 LSCUS가 지난해부터 미국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버스덕트 공급 계약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 4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가 수주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버스덕트는 그동안 전선이나 변압기, 개폐기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제품이지만, AI 데이터센터 시대를 맞아 핵심 전력 인프라 설비로 부상하고 있다. 버스덕트는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배전 시스템이다. 일반 전선이 여러 가닥의 케이블을 통해 전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라면, 버스덕트는 금속 외함 내부에 구리 또는 알루미늄 도체를 수납해 대전류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데이터센터 내부의 전력 고속도로'라고 부른다.
AI 데이터센터는 수천~수만 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서버가 동시에 가동되며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높은 전력 밀도를 요구한다.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건설 중인 차세대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 기준 수백 메가와트(MW)에서 1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산업의 성장과 함께 전력 확보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 분배 설비인 버스덕트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MarketsandMarkets)'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버스덕트 시장 규모가 2025년 53억달러에서 2032년 96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성형 AI 확산과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가 주요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버스덕트 시장은 일반 전선 시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전선 시장이 전력회사와 EPC(설계·조달·시공), 건설사 중심이라면 버스덕트 시장은 데이터센터 운영사, 반도체 기업, 전기설계 업체, 글로벌 설비업체 등이 주요 고객이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전력 공급 장애가 곧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격보다 신뢰성과 공급 실적을 우선시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은 지멘스(Siemens), ABB, 슈나이더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이튼(Eaton) 등 글로벌 전력기기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단순한 제조 역량보다 설계 능력과 시공 경험, 운영 실적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LS전선이 수십 년간 버스덕트 사업을 지속하며 시장을 개척해 왔다. LS전선은 국내 버스덕트 시장 1위를 유지하며 서울 롯데월드타워,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두바이 부르즈 알 아랍 등 국내외 주요 랜드마크와 산업시설에 제품을 공급해 왔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버스덕트는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공급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라며 "수십 년간 축적된 설계 역량과 시공 경험, 운영 실적이 고객 신뢰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덕트 시장은 기존 전선 시장과 고객군 자체가 다르다"며 "특히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은 공급망에 한 번 진입하면 장기간 거래가 이어지는 구조여서 신규 업체가 단기간에 레퍼런스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버스덕트로 실적 급상승 기대"
LSCUS는 LS전선이 축적한 버스덕트 기술력과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현지 생산체계와 고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업계에선 최근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수주 역시 이러한 경쟁력이 뒷받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가온전선이 전력케이블 중심의 전통적인 전선 제조기업으로 인식돼 왔다면, 이제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공급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적 측면에서도 변화의 폭은 크다. 가온전선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약 2조6000억원 규모다. 반면 LSCUS가 확보한 장기 공급계약 규모는 5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임 계약 특성상 향후 데이터센터 건설이 확대될 경우 공급 물량도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 역시 버스덕트는 기존 전선 사업과 차별화된다. 범용 전선은 제조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반면 버스덕트는 설계와 엔지니어링 역량이 핵심 경쟁력인 만큼 업계에서는 두 자릿수 수준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가온전선은 미국 시장을 겨냥한 배전케이블 사업을 일찍부터 준비해 왔다. 송전망과 배전망에 사용되는 전력케이블과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 분배를 담당하는 버스덕트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외부 전력망부터 내부 배전 시스템까지 아우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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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 인프라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가온전선은 전통적인 전선 제조업체에서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 변화를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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