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이사회…3명 중 1명 교수
이해상충 규제에 좁아진 후보군
회장·당국 입김 벗어나려면…주주추천 등 통로 다양화

편집자주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는 '독립이사'라는 새 이름을 달게 됐다. 기업들은 총수들이 맡아온 이사회 의장 자리를 사외이사에게 넘기고 금융지주들도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름과 형식이 바뀌었다고 견제 기능이 곧바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재계 주요 기업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의 반대 의견이 여전히 드물고 금융지주 이사회 역시 최고경영자(CEO)의 의사결정을 추인하는 '거수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외이사가 진정한 독립성을 갖추려면 후보 추천 경로 다변화, 실질적 권한 부여, 평가·공시 체계 개선, 법적 책임 강화 등 구조적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본지는 산업계와 금융권 이사회 운영 실태를 짚고 사외이사 제도가 형식을 넘어 실질적 견제 장치로 자리 잡기 위한 과제를 살펴본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예스맨'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사 추천 통로를 다양화하고 특정 직업군에 편중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선임 절차가 대부분 회사 내부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폐쇄적인 인선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영진의 영향력이 배제된 독립적인 사외이사 후보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주주추천제와 기관투자자 추천제 등 후보 발굴 경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험대 오른 사외이사]④교수공화국 된 금융지주 이사회…'예스맨' 탈피하려면 추천 통로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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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아시아경제가 KB·하나·신한·우리·NH농협·BNK·JB·iM 등 국내 8대 금융지주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 63명 중 교수 출신은 22명(34.9%)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경우 교수 출신 비중이 40.6%에 달해 지역 금융지주보다 학계 편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9명 중 5명이 교수 출신으로, 학계 출신이 과반을 차지했다.

이는 미국 대형 금융회사들의 이사회 구성과도 대조적이다.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은 교수 출신보다 전직 최고경영자(CEO), 글로벌 기업 경영진, 기술기업 임원 등의 비중이 높다. 특히 최근 수년간 인공지능(AI)과 사이버보안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관련 전문가들을 이사회에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교수 등 특정 직업군에 인선이 집중되는 배경에는 금융권 특유의 규제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거래 관계를 엄격히 제한하면서 금융산업 경험이 풍부한 기업인이나 실무 전문가들의 이사회 진입이 쉽지 않은 데다, 겸직 제한 등으로 사외이사직의 매력도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후보군은 좁아지고 비교적 안전한 후보로 여겨지는 교수나 법조인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성을 입증하기 쉽다는 점도 교수 출신이 선호되는 이유다. 경영학·경제학·법학·회계학 등 관련 분야 교수들은 금융감독당국의 지배구조 평가나 감독 과정에서 전문성을 설명하기 쉽다. 실제 국내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 선임 시 법률, 회계, 리스크관리, 소비자보호 등 전문성을 주요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정 직군에 쏠린 인사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추천 통로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내부 네트워크를 통해 재생산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이 제약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사회 사무국이 실무적으로 후보 발굴과 추천 절차를 담당하고 있지만 경영진, 특히 회장의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을 역임한 신진영 연세대 교수는 "결국 내부 네트워크 안에서 결정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한 번 선임되면 연임 문제와 맞물리면서 동일한 인적 네트워크가 계속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며 "사외이사 구성의 다양성이 제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사외이사가 지닌 '태생적 거수기' 한계를 깨기 위해 이사회 바깥에서 후보를 발굴·추천하는 외부 추천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 교수는 "기관투자자 추천이나 주주추천 방식 등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경영진의 영향력이 원천적으로 배제된 사외이사 후보군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립적인 기관투자자들이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험대 오른 사외이사]④교수공화국 된 금융지주 이사회…'예스맨' 탈피하려면 추천 통로 넓혀야 원본보기 아이콘

다양성 측면에서 글로벌 경험이 있는 외국인 독립이사를 최소 1~2명 정도는 영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올해 주주추천제도로 BNK금융의 독립이사로 합류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외국인 지분율이 50~80%에 달하는 금융지주도 적지 않지만 외국인 독립이사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다양성 강화를 위해 글로벌 경험을 갖춘 외국인 이사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구성이 다양해지면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 금융업의 한계 때문에 실질적인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금융산업은 당국의 인허가·감독 체계 아래 놓여 있는 규제산업으로, 당국의 정책 기조와 요구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특히 배당정책과 포용금융, 생산적 금융 등 주요 경영 현안은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영역이다. 이 때문에 회사 가치와 주주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정부 정책과 상충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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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독립성은 CEO나 지배주주로부터의 독립성뿐 아니라 금융당국으로부터의 독립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배당, 포용금융, 생산적 금융 등 주요 의사결정에서 정부 정책의 영향력이 큰 만큼 사외이사들이 과연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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