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새 2.5배 폭등한 탄소배출권…전기요금 압박 커진다[디깅에너지]
6월 경매 낙찰가 1월 대비 147% 증가
배출 허용 총량·무상 할당 배분 감소 영향
배출권 가격 급등은 기업·국민 부담 작용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 투자 전환 지원 필요"
기후부, 8월까지 배출권 가격 범위 설정
국내 탄소 배출권 가격이 지난 6개월 사이 2.5배 오르는 등 폭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2026~2030년)에 공급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 발전사와 산업계가 배출권 구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급격한 상승은 기업과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산업계는 투자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 10일 실시한 국내 탄소 배출권(KAU25) 경매에서 낙찰 가격은 t당 2만6450원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에 실시한 경매 낙찰가격(1만700원)에 비해 147% 증가한 것이다. 전달 낙찰가격(1만9600원)에 비해서도 35% 올랐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이 보유한 배출권만큼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도록 하고 모자란 배출권이나 남는 배출권은 시장에서 거래하는 제도다. 시장 원리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기업 입장에서 배출권을 사는 것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면 감축 기술에 투자하게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유상으로 할당하기 위해 매월 정기적으로 배출권 경매를 실시하고 있다. 경매는 한국거래소 시스템을 통해 진행하며 높은 가격을 입찰한 기업부터 순차적으로 낙찰된다.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 가격은 경매 낙찰 가격보다 먼저 움직였다. 지난 9일에는 배출권 거래 가격이 2만970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배출권 거래 가격이 1만원을 밑돌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동안 3배가량 뛴 것이다.
최근 국내 탄소 배출권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2025년 배출권(KAU25)의 정산 기간인 6~8월을 맞아 공급보다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차 계획기간 중 온실가스 배출 허용 총량을 3차 계획기간(2021~2025년)보다 16.8% 줄였다. 또 유상할당 비율을 발전 부문의 경우 2026년 15%에서 2050년 50%까지 확대했다. 발전 외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도 기존 10%에서 15%로 높아졌다.
배출 허용 총량이 감소했는데 무상으로 배정하는 배출권까지 줄면서 기업이 경매나 시장을 통해 확보해야 하는 물량이 늘어나게 됐다. 여기에 잉여 배출권을 보유한 기업들이 향후 가격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하며 매도를 미루고 있는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배출권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기업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12월 펴낸 보고서에서 "4차 계획기간 중 산업계에 배분되는 배출권 사전 할당량이 3차 계획기간 대비 18.6% 줄어들었다"며 "기업에 무상으로 배정되는 배출권을 감소시키는 유상할당 비율까지 높아지면서 기업의 배출권 관련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당시 한경협이 추산한 배출권 총 구매 비용은 향후 5년간(2026~2030년) 26조9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당시 기후부는 한경협이 기업의 배출권 수요를 과다 전망하고 배출권 가격이 2026년부터 4만원으로 급등하는 것을 가정하는 등 구매 비용을 과다 산정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같은 속도라면 시장에서의 배출권 거래 가격이 3만원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유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기업과 국민에게는 부담이 된다. 특히 발전사의 배출권 구매 비용은 기후환경요금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기요금에 포함되는 기후환경요금은 배출권 비용 등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반영하고 있다.
산업계는 정부가 배출권 가격 안정화에 나서 줄 것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배출권 가격이 오른다고 바로 감축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전기로, 수소환원제철 등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정부의 효과적인 전환 지원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출권 가격이 급등하자 기후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배출권 가격이 급등할 경우 최고 가격을 설정할 수 있으나 현재 그 기준에 도달하지는 않았다"며 "상황을 눈여겨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1개월 배출권 가격과 거래량이 직전 2개년도 평균의 2배 이상일 경우 정부는 최고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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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부터는 정부가 보유한 예비물량을 활용해 시장 가격을 관리할 수 있는 '시장 안정화 예비분 제도'가 도입된다. 정부가 공고한 가격 범위를 벗어날 경우 예비분을 활용해 경매 공급량을 조정해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제도다. 기후부는 이해 관계자 의견 수렴과 전문가 논의를 거쳐 배출권할당위원회를 심의 후 8월까지 가격 범위를 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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