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7월부터 무관세 물량 46% 축소…정상외교 총력전
李대통령 "전략적 파트너 한국에 대한 우호적 고려해 달라" 강력 요청
반도체·방산·AI·CBAM까지 한-EU 경제안보 협력 확대

한국 정부가 유럽연합(EU)의 새 철강 수입 제도 시행을 앞두고 한국산 철강 무관세 쿼터 물량과 관련해 EU 측과 잠정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EU가 다음 달부터 철강 무관세 수입 물량을 대폭 줄이기로 하면서 주요 수출국 간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한-EU 정상회담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우호적 고려를 강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수행하고 있는 김용범 정책실장이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한 호텔에 마련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한-EU 경제 협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6.11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수행하고 있는 김용범 정책실장이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한 호텔에 마련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한-EU 경제 협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6.11 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1일 로마 시내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와 EU가 내부적으로 잠정 합의한 내용이 있다"며 "공표되는 것이 한국에도 EU에도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양측 협상당국의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에 누렸던 수준까지 갈 수는 없겠지만, 이 불리한 제도 변화 아래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U는 2018년부터 운영해 온 세계무역기구(WTO) 기반 철강 글로벌 세이프가드 조치가 오는 6월 30일 종료됨에 따라 이를 대체할 새 철강 수입 제도를 마련했다. 새 제도는 철강 30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50%로 인상하되,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는 관세할당제도(TRQ)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무관세 물량 축소다. EU가 허용하는 전체 무관세 수입 물량은 현행 세이프가드 체제상 총수입 쿼터 3382만t에서 1835만t으로 약 46% 줄어든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철강 수출국 입장에서는 같은 시장을 두고 더 작은 쿼터를 나눠 가져야 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번 EU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철강 무관세 쿼터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FTA 체결국이자 전략적 파트너인 한국에 대한 우호적 고려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한다. 김 실장은 "철강 쿼터 협상 기간 중 브뤼셀을 가장 많이 방문한 국가가 한국이었다"며 "통상교섭본부장과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 간 집중적인 협상을 통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고, 아직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여타국 대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철강 무관세 쿼터를 확보하기 위해 약 한 달 동안 벨기에 브뤼셀에서 고군분투했다고 한다.

EU는 한국의 두 번째 철강 수출 시장이다. 지난해 한국의 총 철강 수출 2825만t 가운데 324만t이 EU로 향했다. 현재 한국은 EU로부터 약 258만t 규모의 국가별 무관세 쿼터를 배정받아 자동차, 조선, 기계·에너지 등 주요 산업 분야에 한국산 철강을 공급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협상을 단순한 철강 업계 현안이 아니라 제조업 기반과 공급망 안정, 국가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문제로 보고 있다. 김 실장은 "우리 철강 산업은 국가 경제의 중추이자 반드시 지켜내야 할 핵심 기간산업"이라며 "철강 산업이 흔들릴 경우 고용, 협력업체, 지역경제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EU의 새 조치가 철강 산업뿐 아니라 양측의 산업 협력, 공급망 안정, 투자와 고용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구축된 호혜적 경제협력 관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걸맞은 결과가 도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EU 측은 한국이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라며 한국의 요청을 최대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 외에도 반도체, 방위산업, 탄소 규제, AI 등 경제안보 의제가 폭넓게 논의됐다. 김 실장은 "한국과 EU의 반도체 산업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며 "한국은 제조에 특화돼 있고 유럽은 장비와 연구개발에 강점이 있는 만큼 반도체 공동 연구를 긴밀히 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EU 측은 한국의 생산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김 실장은 EU는 한국이 고품질 제품을 신속하게 생산하는 점을 혁신적으로 평가하면서 한국이 '대체 불가 국가'라는 취지로 유럽 방위산업 발전에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EU의 산업 관련 제도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해서도 한국 산업계의 부담 완화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FTA 체결국으로서 EU와 같은 처우를 받기로 했음에도 일부 규정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는 산업계 우려를 전달하며 한국도 EU와 반드시 같은 처우를 받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CBAM 검증기관에 한국 기관도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EU의 산업가속화법에 대해서도 한국이 FTA 체결국으로서 EU 소속 국가와 같은 처우를 받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오른쪽) 등이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이사회 본부에서 한-EU 확대회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6.6.10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오른쪽) 등이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이사회 본부에서 한-EU 확대회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6.6.10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AI 협력과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의 '모두의 AI' 구상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AI가 미래 성장의 핵심 동력이지만 혜택이 일부 계층과 기업에만 집중될 경우 경제·사회적 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국민 무료 AI 서비스 제공, 글로벌 AI 허브 조성 등 AI 접근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을 설명했다고 한다.

AD

한편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EU 최상위급 경제협력 채널인 '경쟁력 파트너십'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한-EU 고위급 경제 대화'를 통해 협력 의제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공급망 안정, 첨단기술, 탄소중립, 경제 안보 분야로 협력 범위를 넓히면서 새 국제 통상 질서에 공동 대응하는 틀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