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위, 쿠팡에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
작년 영업이익 6790억원에 육박
2분기 손실 선반영 예정…대규모 적자 불가피
'인프라 투자·고용' 위축 가능성
매출액 기준 과징금 산정 '형평성 논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해 3700만건이 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쿠팡에 6200억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과 과태료 부과를 결정하면서 로켓배송을 필두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던 쿠팡의 행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가 벌어들인 연간 영업이익에 달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내야 하는 만큼, 향후 투자와 고용 등을 영위하는데 부담이 커져서다.


개인정보위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375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법적 근거 없이 회원들의 온라인 활동 기록을 무단 수집한 쿠팡에 과징금 총 6246억원을 부과한다고 11일 밝혔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과징금이 약 4236억원, 1000만명이 넘는 회원의 온라인 활동 기록을 무단 수집한 위반 행위 등에 201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각각 내렸다. 또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법적 근거 없이 경찰청 출입 기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취업제한 목록에 등록한 점 등을 적발해 2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이날 개인정보위가 쿠팡에 부과한 금액은 과징금과 과태료를 포함해 약 6249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서울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서울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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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작년 영업이익 육박…적자 불가피


쿠팡은 이번 과징금을 2분기 실적에 선반영하고, 행정소송을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개인정보위 전원회의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2차 피해가 없었다는 점 ▲개인정보 회수 노력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 ▲개인정보위로부터 보안체계 우수성으로 개인정보보호 및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 인증을 받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했으나 이들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해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과징금을 부과하는 순간, 기업이 돈을 내야 하는 법적 의무가 확정돼 해당 기업은 이를 당해 분기 실적에 손실로 선반영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기만 방지 등을 이유로 정부의 공식 발표 시 (과징금을) 즉각 당해 분기 실적에 반영하는 것이 기본 회계원칙이자 당연한 공시 의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쿠팡은 올해 2분기 실적에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 6246억원은 쿠팡Inc의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 6790억원과 맞먹는 금액으로 이를 1개 분기 만에 모두 손실로 떠안게 되면서다. 앞서 쿠팡은 2024년 8월에도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우대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제품 후기를 작성하게 했다는 등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628억원의 제재를 받았는데, 이를 그해 2분기 손실로 선반영하면서 영업손실 342억원을 내고 8개 분기 만에 적자전환했다. 통상 쿠팡의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200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적자 폭은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쿠팡은 올해 1분기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회원 보상금(1조6000억원) 지급 등의 여파로 영업손실 354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2021년 4분기 영업손실 4800억원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서울 서초구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용 가방이 적재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용 가방이 적재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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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고용' 투자 위축 불가피


쿠팡의 성장 동력으로 여겨지던 물류 인프라 분야에 대한 투자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쿠팡은 2014년부터 로켓배송에 대한 투자에 집중해 2023년까지 6조원을 쏟아부었다. 2024년부터는 전국 '쿠세권(로켓배송 가능 지역)' 구현을 목표로 3년에 걸쳐 3조원을 추가로 투입하고 있다. 2022년 3분기 첫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흑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2024년 주식발행초과금(주식 액면가를 초과한 투자금)이 6조2159억원으로 남은 누적 적자(3조4650억원)를 털어냈으나 공정위와 개인정보위의 잇따른 과징금 제재로 80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안게 되면서 투자 여력이 줄었다.


대규모 인력 고용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앞서 쿠팡은 30개 지역, 100개 물류센터에서 물류와 배송 분야 합산으로 8만7135명의 인력을 직고용해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2위 고용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산업단지의 90% 이상이 지방에 집중된 상황에서 쿠팡은 그동안 물류센터를 빠르면 1~3년 안에 구축해 대규모 고용을 유지했다"며 "쿠팡의 사업이 위축되면 로켓배송 물류망 차질은 물론, 인구감소가 가속화되는 지역의 일자리 확보와 중·소상공인들의 판로 개척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1년치 영업이익이 과징금으로…'6200억 철퇴' 쿠팡, 로켓 투자 적신호 원본보기 아이콘

피해 규모 대비 역대급 과징금, 형평성 논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과징금 규모로는 쿠팡에 부과한 약 4236억원이 국내는 물론 해외사례와 비교해서도 월등히 높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전 세계적으로 해킹 유출로 가장 많은 정부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은 메타로 2021년 5억3300만명의 데이터베이스가 해킹돼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로부터 2억6500만유로(약 3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 미국 성인 인구 절반인 1억4700만명의 정보가 털린 에퀴팩스(약 1180억원)나 호텔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3억2700만명·과징금 970억원)도 쿠팡보다 많은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나 과징금은 이보다 적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지난해 2324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내 개인정보위로부터 1348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직전 3개년 평균 매출액의 최대 3%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의 과징금 산정 방식이 이 같은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본다. 사안의 중요도나 후속 대응 조치 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기업의 매출 규모에 따라 과징금 규모를 산정하다 보니 중소·중견 기업은 사안의 심각성에도 상대적으로 벌금이 적고, 대기업일수록 금액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는 9월부터는 과징금 상한을 매출의 최대 10%까지 확대하는 시행령이 적용돼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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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치 영업이익이 과징금으로…'6200억 철퇴' 쿠팡, 로켓 투자 적신호 원본보기 아이콘

IT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해커의 표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출 규모와 기업의 매출만을 기계적으로 곱해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산업계 전반의 보안 투자 의지를 꺾고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보의 민감성, 실질적 2차 피해 여부, 기업의 회수 및 방어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재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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