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턴우즈 2.0 끝났다...3.0은 안보 중심 자본재순환”-옥스포드 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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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불균형, 즉 중국이 미국에 대해 대규모 무역 흑자를 기록하면서 그 돈으로 미국 국채를 사주는 브레턴우즈 2.0 시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이미 끝났고 새로운 3.0 시대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3.0 시대에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장벽, 공급망 분리 등 때문에 과잉 생산을 미국 이외 다른 나라들로 돌리고, 자본 투자도 미 국채에서 전략광물 개발과 공급망 구축, 동남아나 남미 등에 생산거점과 공급망 장악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10일(현지시간) ‘브레턴우즈 3.0-새로운 세계질서(Bretton Woods 3.0 - The new world order)’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새로운 브레턴우즈 3.0 체제에서도 중국은 세계경제에서 비(非)인플레이션적 힘으로 작용하고 계속 수요 부족(공급 과잉) 상태에 머물 것”이라며 “미 국채를 간헐적으로 매각하겠지만 구조적 전환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는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는 브레턴우즈 2.0 체제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고 본다. 보다 느슨하고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국제 무역·금융 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브레턴우즈 3.0이라고 부른다.


브레턴우즈의 역사

첫 번째 브레턴우즈 체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4년 주요 연합국들 사이에서 합의됐다. 이는 금본위제가 아니라 ‘금환본위제’였다. 미국 달러가 중심에 있었고, 다른 통화들은 고정환율로 달러에 연동됐다. 달러 자체는 온스당 35달러에 금으로 완전히 교환할 수 있었다.


이 체제는 1971년 8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하면서 공식적으로 붕괴했다. 미국 경제가 경상수지 흑자에서 구조적 적자로 전환하자, 미국 행정부는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겠다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했다면 미국의 금 보유고가 고갈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달러는 너무 강했고, 평가절하가 필요했다.


그 이후 약 20년 동안 체제는 유동적이었다. 소련 붕괴, 동구권 개방,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중국의 세계경제 편입이 이뤄지고 나서야 알아볼 수 있는 새로운 세계 통화체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체제 역시 미국 달러를 핵심으로 삼았지만, 금이나 다른 원자재의 뒷받침은 없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기축통화 체제의 시작이었다.


브레턴우즈 2.0의 정의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종이(미 국채)와 상품의 교환’ 체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해, 중국의 약한 내수는 저가 상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수출’됐다. 동시에 중국의 초과저축은 미국 국채로 재순환됐고, 그 결과 미국의 차입금리는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낮게 유지됐다. 이는 미국의 신용 호황과도 맞물렸다.


또 하나의 핵심 요소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내내 이어진 위안화의 체계적인 저평가였다. 여러 연구가 보여주듯,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환율은 중상주의적 무역 접근법을 추구하는 국가들과 관련되는 경향이 있다.


브레턴우즈 2.0은 어떻게, 왜 끝났나

우리는 이 체제가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005년 글로벌 저축 과잉론을 언급하던 시기쯤 정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그리고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이 정점을 찍고, 중국 인민은행의 외환보유액 축적 속도가 둔화하기 시작했으며, 미국 소비자 신용 호황이 고점을 찍은 2008년에 사실상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이 이 체제를 끝냈을까. 좋든 나쁘든 상대적 승자, 특히 미국 기업들과 더 넓은 의미의 미국 정치 시스템은 상대적 패자인 미국 블루칼라 노동자들에게 보상하지 못했다. 이는 정치 지형의 급격한 변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관세 장벽 구축, 그리고 브레턴우즈 2.0이 적어도 한쪽에는 더 이상 윈윈 구조가 아니라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브레턴우즈 체제를 향해

우리는 팬데믹 이후 새로운 글로벌 금융 구조가 등장했다고 본다. 더 나은 표현이 없어 이를 브레턴우즈 3.0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중국이 앞으로도 중상주의 모델을 계속 추구할 것으로 가정한다. 즉 투자보다 저축이 많은 구조에서 비롯되는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 글로벌 경제에서 수요를 끌어오는 방식이다.


핵심적인 차이는 미국이 더 이상 낮은 차입 비용을 대가로 중국산 상품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정치경제적 환경이 변했다고 본다. 이제 미국의 사실상 목표는 완화적인 금융 여건이 아니라 성장과 고용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관세는 계속 유지될 것이며, 이로 인해 중국의 초과 생산능력은 계속 세계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흑자 물량이 이미 유럽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대체 목적지를 찾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유럽도 중국에 대한 시정적 무역 조치를 계속 도입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가 바뀔 것이다. 미국 정책과 달리 이러한 조치는 제품별 또는 산업별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며, 관세를 넘어서는 방식이 될 것이다. 다만 유럽 내부의 정책 접근이 관세동맹 아래에서도 분절적이고 차별화돼 있는 만큼, 조치는 점진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흑자의 반대편, 즉 자본 흐름은 어떻게 될까. 중국이 초과자본을 기계적으로 미국 국채에 묻어두던 시대는 끝났다. 대신 중국의 자본 수출은 개인투자자의 포트폴리오 해외 유출과 일부 신흥국에 대한 공식 비금융 흐름, 즉 해외직접투자(FDI)가 섞인 형태가 될 것으로 본다. 이들 신흥국은 1인당 소득 출발점이 낮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한계수익률이 더 높다. 이는 경제이론이 예측하는 바이며, 브레턴우즈 2.0이 궁극적으로 지속 불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수익률이 미 국채보다는 신흥국이 높기 때문)


브레턴우즈 3.0: 안보 중심의 자본 재순환 모델

우리는 이러한 전환이 이미 이번 1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눈에 띄는 것은 비(非)외환보유액의 해외자산 수익률이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새로운 금융 구조 아래에서 중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배분하는 방식을 지배하는 우선순위는 금융수익률이 아니라 안보다. 2022년 러시아의 경험 이후 서방 제재로부터 중국의 국제투자 포지션을 보호하는 것이다.


자본 재순환 모델은 계속 간헐적이고, 다변화돼 있으며, 추적하기 어려운 형태를 띨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대략 2016년까지 이어졌고, 수익률이 높은 신흥국 전역의 항만, 전력, 운송 인프라에 자금을 공급했다. 그 목적은 상업적 목적만큼이나 외교적 목적도 컸다. 초기 일대일로 구상을 서로 엮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기록된 규모는 당시 공식적으로 시사했던 것보다 작다. 2000~2025년 항만 관련 약정은 약 240억달러로, 훨씬 더 큰 개발금융 활동의 일부였다. 그러나 전략적 의도는 분명했다. 신흥 국가들 전반에서 채무 부담이 커지자, 이러한 대출에 대한 의지는 약해졌고 중국 정책은행들은 순대출자에서 순회수자로 바뀌었다.


두 번째 단계는 전환 광물 쪽으로 기울었다. 여기서 목표는 국가안보와 고부가 제조업을 위한 공급 안정이다. 2000~2023년 중국의 공식 광물 프로젝트 금융은 약 980억달러에 달했으며, 구리가 중심을 차지했고 인도네시아, 페루, 콩고민주공화국에 뚜렷하게 집중됐다. 거래 구조는 점점 더 신디케이트 금융을 중심으로 짜이고 있다. 이는 중국이 약정하는 자금보다 더 많은 비중국 자본을 동원하며, 전략적 결과물 한 단위를 얻기 위해 중국 자체 대외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을 낮춘다. 수직계열화는 의도적이다. 중국 자금으로 조성된 항만이 중국 소유 광산 옆에 위치하고, 중국이 확보한 광석은 채굴 현장에서 가공업체까지 중국이 통제하는 물류망을 통해 이동한다.


세 번째이자 현재 진행 중인 단계는 또 다른 변화를 보여준다. 이는 미래에 가장 중요한 단계다. 현재의 한계 자금 흐름은 중국 수출기업들이 동남아시아와 중남미의 저임금 지역에 생산 능력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는 관세 때문에 중국에서 직접 수출할 수 없게 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고, 또 다른 일부는 이들 신흥국 경제가 구축하고 있는 공급망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다.


세 단계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일관적이다. 흑자는 한계수익이 가장 높은 곳에 배치된다. 때로는 전략적 수익이고, 때로는 금융적 수익이다. 그리고 외환보유액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국은 외환보유액을 제외하고도 대외순채권국이 됐다

이러한 10년에 걸친 재분배의 누적 효과는 전체 변화를 포착하는 하나의 숫자에 드러난다. 국제투자 포지션에서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을 제외한, 중국 비(非)준비금 순포지션은 2014년 약 마이너스 2조2000억달러에서 2025년 플러스로 전환된다. 공식 외환보유액을 제외하고도 중국이 나머지 세계에 대해 보유한 자산이, 나머지 세계가 중국에 대해 보유한 자산보다 많아진 것은 현대사에서 처음이다.


중국은 사실상 경제 전환의 다음 단계를 완료했다. 이는 대외부채를 뒷받침하기 위해 외환보유액 완충 장치가 필요한 신흥국이 아니라, 일본이나 독일 같은 성숙한 채권국의 구조다.


그 함의는 무엇일까. 채권국 지위가 전적으로 외환보유액에 의존하는 국가는 외환보유액을 줄일 수 없다. 그러나 비(非)준비금 포지션이 플러스인 국가는 그렇게 할 수 있다. 비(非)준비금 포지션이 크게 마이너스였을 때는 존재하지 않았던 미국 국채 매각 여력이 이제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그 여지는 더 확대될 것이다. 한때 중국을 미국 국채시장에 묶어 두던 구조적 제약은 느슨해졌고, 그 방향성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채시장에 서서히 누적되는 매도 압력의 원천을 더하고 있다.


구조적 투자 테마

새로운 브레턴우즈 3.0 체제에서 중국은 계속 수요 부족 상태에 머물 것이며, 세계경제에서 비(非)인플레이션적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글로벌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이는 선진국 채권금리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공급 충격의 빈번한 발생과 세계경제 여러 지역의 국채 공급(발행) 증가를 고려하면, 우리는 향후 10년 동안 전반적으로 금리가 명목 GDP 성장률을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이 간헐적으로 나타날 것으로도 예상한다. 중국의 비(非)준비금 순국제투자 포지션이 플러스로 돌아선 만큼, 과거 베이징을 미국 국채시장에 묶어 두던 재무제표상의 제약은 사라졌다. 매각은 현실적인 위험이다. 다만 매끄러운 흐름이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국에 대한 광범위한 비중 확대보다는 선별적 노출이 적절하다. 신흥 아시아 설비투자 사이클과 기술·AI 연계 중국 주식은 상승 여력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투자 표현이다. 다만 탈동조화라는 꼬리위험(tail risk, 발생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이것이 선별적 중국 주식에 대한 강세론이다. 소비 주도가 아닌 생산성 재평가를 얘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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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달러 기반 글로벌 결제에서 계속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자국 국채를 국제화하고 대규모 최종대부자 기능을 제공하는 데는 나서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글로벌 기축통화로 부상하기는 어렵다. 브레턴우즈 2.0에서 벗어나는 구조적 전환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는 강세를 유지할 것이다. 대체 가능한 통화가 없기 때문이다. 기축통화 지위는 주변에서 마찰이 커지더라도 달러가 중력과 같은 흡인력을 계속 유지한다는 뜻이다.


정재형 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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