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향후 과제는

정부, 올해 범부처 대응단 출범
6개 부처 상시 협력 체계 구축
"단순 연계 기구 아닌 실질적 구제 기능해야"

기술분쟁 조정위 실효성 강화 노력도
중기부, 1인 조정부·직권조정 제도 도입

편집자주중소기업 기술탈취는 수년, 수십 년 공든 탑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파괴적 행위다. 정부가 관련 제도를 손질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힘겹고 처절하다. 끝 모를 소송전에 수반되는 막대한 비용 부담 탓에 침묵을 택하거나, 가까스로 승소하고도 결국 폐업에 이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왜 이런 부조리가 바로잡히지 않는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인지를 짚어본다.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은 기술을 빼앗긴 뒤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힌다. 기술탈취를 규율하는 법률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고 적용 요건도 제각각이어서, 피해기업이 어떤 법률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 어느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치거나 아예 대응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中企 기술탈취 그 후]③범부처 대응단 출범했지만 전문성·지휘체계 정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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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창구 통합했지만…"전문성·권한 일원화 과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월 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지식재산처·경찰청·국가정보원 등 6개 기관이 참여하는 '기술탈취 근절 범부처 대응단'을 출범시켰다.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던 기능을 연계해 기술탈취 사건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그 일환으로 지난 3월 출범한 '중소기업 기술보호 신문고'는 비교적 활발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모습이다. 기술보호 신문고는 기관별로 흩어져 있던 신고 창구를 하나로 통합한 제도로, 피해기업이 신고하면 법률 전문가가 상담을 통해 적합한 기관과 구제 절차를 안내한다.

11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소기업 기술보호 신문고가 출범한 이후 현재까지 누적 신고 건수는 33건으로 지난해 연간 신고 건수(16건)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14건은 조사·수사기관에 배부됐고, 7건은 전문가 상담 또는 관계기관 협의가 진행 중이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지난 1월 22일 서울 중구 대·중소협력재단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범부처 대응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기부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지난 1월 22일 서울 중구 대·중소협력재단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범부처 대응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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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범부처 대응단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권한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기술탈취 사건은 법률별 적용 요건이 다르고 사실관계도 복잡해 초기 단계에서 정확한 사건 분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상담 인력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부처에 분산돼있던 행정조사권과 시정명령권 등의 권한을 통합·분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용찬 법무법인 인사이트 변호사는 "현재 범부처 대응단은 각 부처가 기존 권한을 유지한 채 사건을 연계·협의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사실상 행정적 조율 기구의 성격이 강하다"며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권한을 재배분하고 단일 지휘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인사이트 이용찬 변호사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법무법인 인사이트 이용찬 변호사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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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위 실효성 높여야…"합의 유도 장치 필요"

기술탈취 분쟁 기업이 소송에 앞서 합의를 시도하는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위원회는 긴 소송 기간과 높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5년 출범했지만, 실제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위원회에 접수된 256건 가운데 '불발·청구 취하'로 종결된 사례는 125건으로 전체의 48.8%에 달했다. 한쪽이 절차에 아예 불응하거나 이견이 극심해 조정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종결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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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조정 절차에 비협조적인 기업에 대한 제재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변호사는 "가해 기업이 조정 절차에 불성실하게 응할 경우 중기부가 직권으로 행정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조정 절차에 출석하지 않으면 기술침해 분석 과정에서 피해기업 주장을 우선 반영하는 등 일정 수준의 심리적 압박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중기부는 우선 조정위 실효성 강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건은 기존 3~5인 조정부 대신 1인 조정부가 조정·중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또 신청인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소액 사건에서 상대방이 조정안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경우 조정부가 직권으로 결정을 내리는 '직권조정' 제도도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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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소송보다 조정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며 "기업이 소송과 조정 중 적합한 절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문가들의 제언 등을 참고해 세븐브로이-대한제분 사례와 같은 성공 사례를 지속해서 만들어 나가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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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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