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기술탈취 그 후]②최대 50억 '과징금 철퇴' 추진…"경제적 제재 적극 강화해야"
<2>기술탈취 근절에 팔 걷어붙인 정부
평균 손해액 1억4000만원
청구 금액 17.5% 수준 불과
텐덤, 진학사에 2심 일부 승소했으나
손해배상금 2000만원 지급 판결
손해액 현실화·경제적 형벌 수위 강화 노력
중기부, 시정명령·벌점제 도입 추진
막대한 소송 비용과 거래 관계 단절, '문제 있는 기업'이란 낙인까지. 기술을 빼앗긴 중소기업은 이처럼 커다란 불이익을 감수하고 법적 분쟁에 뛰어든다. 그럼에도 소송에서 이기는 기업은 많지 않은데다, 승소하더라도 실제 손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손해배상액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현실이다.
손해액 인정 비율 17%…"승소해도 남는 게 없다"
대학 리뷰 플랫폼을 운영하는 텐덤도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텐덤은 2018년 대형 입시정보업체 A사와 대학 리뷰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리뷰 데이터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등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듬해 A사는 텐덤 플랫폼과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했고, 양측은 법적 분쟁에 돌입했다.
지식재산처는 1심 단계에서 A사에 금전 배상을 권고했지만, A사는 오히려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심 법원은 A사에 2000만원의 배상금 지급을 판결했지만 텐덤 측은 실제 피해 규모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사건은 A사의 상고로 대법원에 머물러 있다.
11일 중소벤처기업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술침해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인정한 평균 손해액은 1억4000만원으로, 원고가 청구한 평균 금액(8억원)의 17.5% 수준에 그친다.
손해액 인정 비율이 낮은 건 피해기업이 기술탈취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2009년 죽염 제조업체 B사로부터 영업 비밀로 관리하던 죽염 용융로 기술을 탈취당했다고 주장하는 씨디에스글로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찬미 변리사는 "대당 2억원 안팎인 죽염 용융로의 수명이 최대 3년인 점을 고려하면, 기술이 정상적으로 거래됐다고 가정할 때 얻을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만 약 2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여기에 추가 계약 무산과 사업 확장 기회 상실까지 고려하면 실제 손실 규모는 더 크지만 이를 피해기업이 직접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손해액 현실화·경제적 제재 강화…"사회적 인식 바꿔야"
정부는 피해기업의 입증 책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관련 법과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중기부가 지난 1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한국형 증거개시제도'(K-디스커버리)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가해 기업의 사무실과 공장 등을 방문해 기술탈취와 관련한 증거를 대신 수집하고 이를 법원이 증거로 채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피해기업이 기술 개발에 투입한 연구개발(R&D) 비용을 손해액 산정에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유사 기술의 국가 연구개발사업 데이터를 활용해 기술 개발 비용을 추산하고 이를 손해액 산정의 근거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술보증기금 중앙기술평가원을 '중소기업 기술손해 산정센터'로 확대해 보다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손해액 산정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왼쪽부터) 재단법인 경청 이현경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의원, CGI 조영수 대표, 엔이씨파워 심재용 대표, 티오더 권성택 대표, 씨디에스글로벌 김찬미, 재단법인 경청 장태관 이사장,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가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술탈취 근절 기자간담회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재단법인 경청
원본보기 아이콘중기부는 현재 '시정권고' 수준인 행정조사를 '시정명령'으로 강화하고, 위반 행위가 중대할 경우 최대 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탈취 기업에 벌점을 부과해 정부 입찰 참여를 제한하거나 임직원 교육을 명령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도를 출발점 삼아 기술을 탈취한 기업에 대한 경제적 제재 수위를 더 적극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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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찬 법무법인 인사이트 변호사는 "기술탈취가 반복되는 건 침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처벌 리스크보다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고액 과징금을 통해 '기술을 빼앗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른다'는 사회적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해액 현실화 측면에서는 기술보증기금의 기술가치평가 모델 등을 활용해 해당 기술이 창출할 미래 수익까지 손해액에 반영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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