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89세로 별세…곳곳 애도 이어져
우경화 일본 속 행보 재조명하기도

일본군 위안부 존재와 강제성을 처음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일본 하원) 의장이 지난 8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11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일제히 이 같은 소식을 보도했다. 가나가와현 출신의 고노 전 의장은 농림상을 지낸 고노 이치로의 아들로, 정치 명문가 집안에서 자랐다. 1967년 중의원 선거에서 부친의 지역구 가나가와 3구에 출마, 당선돼 지역구를 물려받으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015년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이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일본)=로이터연합뉴스

2015년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이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일본)=로이터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그를 널리 알린 것은 1993년 발표한 '고노 담화'다. 1993년 미야자와 기이치 내각 관방장관을 맡고 있던 시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의 명예와 존엄을 깊이 훼손했다"고 사죄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당시 고노 전 의장은 "우리는 이러한 역사의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역사의 교훈으로 직시해 나가고자 한다"며 "같은 실수를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시 한번 표명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당 내용의 원문은 지금까지도 일본 외무성에 그대로 남아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그는 보수 정당 자민당 내부에서도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관계 개선, 역사 문제에 대한 대응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자민당 내 대표 온건파 인사로 분류된다.

역사 문제뿐만 아니라 일본 정치사에서도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인물로 평가된다. 1993년 자민당이 창당 이후 처음으로 정권을 잃었을 당시 총재를 맡아 '야당 자민당' 재건에 나섰고, 이후 부총리·외무상·중의원 의장 등을 역임했다.


일본 언론도 그의 별세를 애도했다. 특히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우경화가 진행된 일본 정치권에서 그의 행보를 재조명하는 평가가 이어졌다. 아사히신문은 '사라져가는 신념을 고수한 정치인 고노 요헤이를 추모한다'는 제목의 평전으로 그의 삶을 짚었다. 진보성향의 언론으로 분류되는 도쿄신문은 "비둘기파 보수를 관철한 신념의 정치가"라며 그를 평화주의 노선을 끝까지 지킨 인물이라고 추모했다.


반면 일본 보수 진영은 그의 역사 인식을 둘러싸고 전혀 다른 평가를 내놨다. 산케이신문은 전날 그의 별세 소식을 다루며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다는 내용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 그는 강제성이 있었다고 언급해 후환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AD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전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고노 전 의장에 대해 "역사 문제를 진지하게 마주하는 자세는 일본 평화 외교의 초석 중 하나로 기억돼야 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다만 '고노 담화'에 대한 내용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