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활동가 조롱한 이스라엘 장관
로마 검찰 수사…고문·살인미수 등 검토
"슬리퍼의 나라" 조롱에 관계 악화일로

가자지구 구호선단 활동가들을 납치한 혐의로 이탈리아 당국의 수사 대상이 된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이탈리아에 조롱 섞인 비난을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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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통신을 인용해 "벤그비르 장관이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로마 검찰의 수사 착수 기사를 인용하며 '부츠의 나라가 슬리퍼의 나라가 됐다'고 썼다"고 보도했다.

'부츠의 나라'는 국토가 긴 장화와 비슷한 모양인 이탈리아를 가리킨다. '슬리퍼의 나라'는 이스라엘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 온 이탈리아가 순식간에 적대적으로 입장을 바꿨다는 주장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탈리아는 즉각 반발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외무장관은 전날 의회에서 벤그비르 장관의 발언을 거론하며 "우리가 단호히 거부하는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장관으로서 품격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탈리아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해 온 이스라엘의 친구"라며 "우리를 깎아내리려는 시도나 어떤 모욕도 거부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가자지구 해상 봉쇄에 항의하고 구호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튀르키예 인근에서 출발한 구호선단 활동가 430여명이 이스라엘군에 체포된 바 있다. 이후 극우 성향의 벤그비르 장관이 억류된 활동가들을 조롱하는 영상을 공개해 여러 국가가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파문이 일었다.


이번 로마 검찰의 수사는 피아잘레 클로디오 법원에서 진행돼 왔다. 자국민이 포함된 활동가들의 고발이 실마리가 됐다. 검찰은 공해상에서의 체포에 따른 납치 혐의에 더해 영상으로 공유된 모욕 행위에 대한 고문, 보트에 조명탄을 떨어뜨린 행위에 대한 살인미수, 항해법 위반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벤그비르 장관은 지난달 가자지구 활동가들을 조롱하는 영상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려 논란이 됐다. 엑스

벤그비르 장관은 지난달 가자지구 활동가들을 조롱하는 영상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려 논란이 됐다.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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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지난 2022년 조르자 멜로니 우파 정부 출범 이후 이스라엘의 든든한 우군이었으나, 최근 가자지구·서안·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행보에 거리를 두며 입장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 차원의 벤그비르 제재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다른 유럽 국가들도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민이 포함된 플로틸라 활동가 처우와 관련해 전쟁 범죄·고문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고, 벤그비르 장관의 자국 입국을 금지했다. 아일랜드도 지난 5일 벤그비르 장관 등의 입국을 금지하는 제재에 동참했고, 스페인과 폴란드 등도 EU 차원의 제재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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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도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의 구호선단 나포와 인도주의 활동가 구금에 대해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해상에서 사실상 납치한 것"이라며 국가 주권과 기본적 인권 보장, 합의된 국제규범이 모두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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