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40.8% "콜포비아 겪는다"
텍스트 소통 선호는 3년째 상승
"지금 말하라"는 압박감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반가운 연락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갑작스러운 침입처럼 느껴질 수 있다. 메시지는 내가 준비됐을 때 열어볼 수 있지만, 전화는 상대의 시간표가 곧바로 내 일상에 훅 들어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과 방송가에서 "전화는 멱살을 잡는 느낌"이라는 표현이 공감을 얻은 것도 이 같은 정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콜포비아는 전화 통화를 부담스럽거나 불편하게 느껴 기피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화보다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 등 메신저를 통한 소통을 선호하는 것이다. 픽사베이

콜포비아는 전화 통화를 부담스럽거나 불편하게 느껴 기피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화보다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 등 메신저를 통한 소통을 선호하는 것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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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연합뉴스는 전화 통화에 긴장과 부담을 느끼는 '콜포비아' 현상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지금까지 콜포비아 현상은 Z세대의 특징으로 여겨졌다. 어릴 때부터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DM, 문자 등 텍스트 기반 소통에 익숙한 세대가 실시간 음성 대화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해석이었다. 실제로 알바천국이 2024년 Z세대 765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8%가 콜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콜포비아 응답률은 2022년 30.0%, 2023년 35.7%, 2024년 40.8%로 증가했다.


전화가 어려운 이유도 분명하다. 콜포비아를 호소한 Z세대는 "생각을 정리할 틈 없이 바로 답해야 하는 점"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말을 제대로 못 할까 걱정된다", "문자나 메시지가 더 편하다"는 응답도 뒤따랐다. 통화 전 긴장감과 불안, 전화를 일부러 늦게 받거나 받지 않는 행동, 통화 후 자신이 한 말을 계속 되짚는 반응도 나타났다.

즉답 압박·실수 부담·기록 선호가 만든 새로운 소통 불안

최근의 변화는 콜포비아가 단순한 세대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전화는 점점 더 부담스러운 업무처리 방식이 되고 있다. 전화는 즉각적인 판단과 응답을 요구하지만, 문자나 이메일은 내용을 정리하고 확인한 뒤 답할 수 있다. 특히 실수가 곧 업무 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는 말로 처리하는 소통보다 기록이 남는 텍스트 소통이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

최근의 변화는 콜포비아가 단순한 세대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전화는 점점 더 부담스러운 업무처리 방식이 되고 있다. 전화는 즉각적인 판단과 응답을 요구하지만, 문자나 이메일은 내용을 정리하고 확인한 뒤 답할 수 있다. 픽사베이

최근의 변화는 콜포비아가 단순한 세대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전화는 점점 더 부담스러운 업무처리 방식이 되고 있다. 전화는 즉각적인 판단과 응답을 요구하지만, 문자나 이메일은 내용을 정리하고 확인한 뒤 답할 수 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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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영국의 업무 전화 관련 조사에서는 사무직 근로자의 65%가 최근 12개월 동안 어느 정도의 전화 불안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62%는 긴장이나 불안 때문에 업무 전화를 피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25~34세의 67%, 35~44세의 65%가 불안 때문에 전화를 피한 적이 있다는 결과는 전화 기피가 젊은 세대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문제의 핵심은 사람들이 소통을 싫어하게 됐다기보다, 통제할 수 없는 소통을 부담스러워하게 됐다는 점이다. 메시지는 답장 시점과 표현을 조절할 수 있다. 이메일은 자료를 확인하고 문장을 다듬을 수 있다. 반면 전화는 상대의 말투, 침묵, 돌발 질문에 즉시 반응해야 한다. 빠른 소통이라는 장점이 누군가에게는 압박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예고 없는 침입'에서 '배려 있는 약속'으로의 전환

AI의 확산도 이런 변화를 가속한다. 이제 사람들은 어려운 답장, 사과 메시지, 거절 문구, 업무 메일 초안을 AI에 묻는다. 표현을 다듬고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직접 말하고 부딪히며 관계를 조율하는 경험은 줄어들 수 있다. 말보다 문장, 대화보다 편집된 응답이 익숙해지는 사회가 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사람들이 소통을 싫어하게 됐다기보다, 통제할 수 없는 소통을 부담스러워하게 됐다는 점이다. 메시지는 답장 시점과 표현을 조절할 수 있다. 픽사베이

문제의 핵심은 사람들이 소통을 싫어하게 됐다기보다, 통제할 수 없는 소통을 부담스러워하게 됐다는 점이다. 메시지는 답장 시점과 표현을 조절할 수 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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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서는 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한 점도 사회 전반의 대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하기도 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념이 과도하게 경직되면서 관계 맺기 자체를 피곤해하거나, 나와 다른 생각을 포용하는 능력이 약화하고 있다"며 "메신저를 보내놓고 답장이 오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거나 대충 이모티콘으로 답장하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점점 대화하기 불편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가족이나 학교 등 공동체가 대화를 복원하는 학습의 장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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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무조건 낡은 소통 방식으로 밀어낼 수는 없다. 긴급한 상황, 감정의 뉘앙스가 중요한 대화, 오해를 빨리 풀어야 하는 순간에는 전화가 여전히 효과적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전화 자체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통화에도 예고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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