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책]모빌라이즈 外
AD
원본보기 아이콘

머니볼

'머니볼'은 돈 없는 야구단의 성공담처럼 출발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평가하는 방식'에 관한 책이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은 스카우터의 눈썰미, 선수의 체격, 타격 자세처럼 오래 믿어온 기준을 걷어내고 출루율과 장타율 같은 숫자에서 시장이 놓친 가치를 찾아낸다. 가난한 팀의 반란은 감동보다 냉정한 계산에 가깝다.


마이클 루이스가 흥미롭게 포착한 것은 데이터의 승리가 아니라, 왜 모두가 틀린 판단을 오래 반복했는가 하는 문제다. 한때 완벽한 유망주로 평가받았으나 실패한 빌리 빈의 이력은 그 질문에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이 된다. '머니볼'은 야구를 빌려 쓴 조직론이자, 상식이라는 이름의 낡은 가격표를 의심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마이클 루이스 지음 | 김찬별, 노은아 옮김 | 비즈니스맵)

[이 주의 책]모빌라이즈 外 원본보기 아이콘

모빌라이즈

공장은 더 이상 낡은 굴뚝의 풍경이 아니다. '모빌라이즈'에서 생산 라인은 전장의 후방이고, 드론과 배터리와 반도체는 미사일만큼 직접적인 안보의 언어가 된다. 샴 산카르는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잃어버린 것이 기술의 상상력이 아니라, 그것을 실제 물건으로 밀어내는 근육이라고 본다.


문장은 국방개혁론처럼 움직이지만, 책의 진짜 긴장은 국가가 시장에 어디까지 손을 뻗어야 하는가에 있다. 팔란티어 내부자의 확신이 때로는 선전문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책은 분명한 질문을 남긴다. 만들지 못하는 나라는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 한국 독자에게도 그 질문은 남의 전쟁 이야기가 아니다. (샴 산카르, 매들린 하트 지음 | 방영호 옮김 | 경이로움)

[이 주의 책]모빌라이즈 外 원본보기 아이콘

선택받는 브랜드의 조건

편의점은 길모퉁이에 놓인 작은 창고처럼 보이지만, 로손은 그 안에 동네의 기분을 들여놓았다. 롤케이크와 무인양품, 책방과 왓카나이 매장은 상품 진열이 아니라 "왜 다시 오게 되는가"에 대한 답처럼 놓인다.


가격보다 가까움, 효율보다 돌봄, 매출보다 체류의 감각. 로손의 실험은 큰 혁신보다 작은 불편을 오래 들여다본 결과에 가깝다. 흔한 점포가 목적지가 되는 순간, 브랜드는 비로소 고객의 생활 안으로 들어간다. (오가와 고스케 지음 | 정현옥 옮김 | 동양북스)


[이 주의 책]모빌라이즈 外 원본보기 아이콘

달러 역설

패권은 무너질 때도 꼭 무너지는 얼굴을 하지 않는다. 미군이 물러난 자리, 제재가 남긴 균열, 탈달러의 구호가 번지는 틈으로 달러는 더 작고 빠른 형태로 스며든다. 『달러역설』은 쇠퇴처럼 보이는 장면 뒤에서 달러가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새 지배 방식을 얻어가는 과정을 좇는다.


저자의 문장은 지정학 해설과 투자서의 예언 사이를 오가며 때로 과감하다. 핵심은 달러의 힘이 압도적 강함보다 모두가 불안할 때 끝내 붙잡게 되는 유용성에서 나온다는 데 있다. 금과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을 한 축에 세운 논리는 과장과 통찰 사이에서 출렁이지만, 세계 질서를 통화의 감각으로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은 분명하다. (오태민 지음 | 헤리티지북스)


[이 주의 책]모빌라이즈 外 원본보기 아이콘

암호 해독자

암호를 푸는 일은 적의 문장을 읽는 기술이 아니라, 한 인간의 정신을 국가의 어둠 속에 밀어 넣는 의식에 가깝다. 룽진전은 수학적 천재로 태어나 이름을 얻기도 전에 이름을 잃는다. 퍼플코드와 블랙코드는 냉전의 장치이면서, 동시에 그를 갉아먹는 미궁이다.


마이자의 서사는 첩보소설의 속도로 달리지만 끝내 남는 것은 해독실 안의 고독이다. 꿈, 숫자, 광기, 운명이 뒤섞인 세계에서 천재는 영웅이라기보다 시대가 몰래 소비한 재료처럼 보인다. 비밀을 풀수록 더 깊은 비밀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 그 어두운 잔상이 오래 남는다. (마이자 지음 | 김택규 옮김 | 민음사 )


[이 주의 책]모빌라이즈 外 원본보기 아이콘

애프터 체인지

삶은 무너질 때 늘 거창한 소리를 내지 않는다. 손가락 하나, 메일 한 통, 병원 침대 위의 진단처럼 아주 작은 틈으로 오래 믿어온 내가 빠져나간다. 마야 샹카르는 변화 이후의 시간을 억지 희망으로 덮지 않고, "잃어버린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내가 나라고 믿었던 역할 하나"였다고 차분히 짚는다.

AD

상처를 성장의 재료로 포장하지 않는 점이 좋다. 회복은 완성된 얼굴로 돌아오는 일이 아니라, 달라진 몸과 마음을 데리고 다시 생활 쪽으로 걸어가는 일에 가깝다. 『애프터 체인지』는 불행을 아름답게 만들지 않는다. 다만 끝났다고 믿은 자리에도 아직 선택할 수 있는 문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마야 샹카르 지음 | 이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