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 멋대로 취소하더니, 가격 5배 높여 올라오더라"…숙박 예약, 신뢰가 무너졌다
공연은 하루 만에 매진, 객실은 하루 만에 못 늘린다
파리 사례로 본 대형 이벤트 숙박난 해법은 '공급'
가격보다 예약 신뢰·공급 체계가 쟁점
"예약은 확정됐는데 호텔이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렸습니다. 공연보다 숙소를 다시 구하는 게 더 큰 스트레스였어요."
일본인 유우 씨는 지난 3월 BTS 부산 공연 발표 직후 공연장 인근 호텔 객실을 예약했다. 당시 1만엔대였던 객실 가격은 공연 날짜가 다가오면서 빠르게 올랐다. 하지만 공연을 한 달여 앞둔 지난달 숙소 측은 돌연 예약 취소를 통보했다. 다시 숙소를 알아보니 같은 지역 객실 가격은 이미 5만엔을 넘어선 상태였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라이브 원정에서 숙소 예약 취소만큼 큰 타격은 없다"고 적었다. 추가 숙박비 부담은 물론 교통편과 여행 일정까지 다시 짜야 했기 때문이다.
무너진 예약의 신뢰
11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부산 지역 숙박업소 135곳을 조사한 결과 BTS 공연 주간 숙박요금은 평시 대비 평균 2.4배, 최대 7.5배 상승했다. 공연장 반경 5㎞ 이내 숙소는 평균 3.5배, 부산역 반경 10㎞ 이내 숙소는 3.2배 올랐다.
수치만 보면 숙박요금 폭등이 가장 큰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 자체를 이번 논란의 본질로 보지 않는다. 대형 공연과 국제행사, 스포츠 이벤트 기간 숙박요금이 오르는 것은 시장 원리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자는 공개된 가격을 확인한 뒤 예약 여부를 결정한다.
논란은 거래가 성립된 이후 발생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국제행사를 앞두고 숙소 예약이 일방적으로 취소됐다는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예약 취소 직후 동일 객실이 더 높은 가격으로 재등록되는 사례를 목격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숙박비를 더 내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확보한 숙소를 잃게 되면서 항공권과 교통편, 여행 일정 전반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특히 해외 관람객이나 지방 방문객은 대체 숙소를 찾기 어려워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숙박 플랫폼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현재 숙박 예약 대부분은 온라인여행사(OTA)와 숙박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플랫폼은 가격을 결정하지 않지만 예약 확정과 취소, 객실 재등록이 모두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는 만큼 소비자 보호 책임에서도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예약 취소 사유 검증 강화, 반복 취소 사업자 제재, 취소 객실 재판매 제한 등의 대책이 거론되는 이유다.
결국 BTS 공연이 드러낸 것은 바가지요금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소비자가 예약을 믿을 수 없다면 숙박시장의 경쟁력도 유지되기 어렵다.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것이다.
대형 이벤트 숙박난은 객실 병목에서 시작된다. 파리올림픽은 단기임대 공급 확대로 호텔 평균가가 낮아졌고, 부산 BTS 공연 때는 대학 기숙사·연수원·템플스테이 등이 임시 객실풀로 활용됐다.
원본보기 아이콘부족한 숙박의 공급
지난해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 파리 호텔업계는 특수를 기대했다. 일부 호텔은 객실 가격을 평소보다 두세 배 가까이 올렸고 공유숙박 시장에도 수많은 매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와 해외 주요 기관 자료에 따르면 대형 이벤트 기간 숙박요금 상승은 세계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가격 상승 폭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수요보다 공급 규모인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림픽 기간 파리 호텔 평균 가격은 여름 초 342유로까지 올랐지만 개막이 임박하면서 258유로 수준으로 하락했다. 일부 호텔은 최대 70% 할인 판매에 나섰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올림픽 특수를 기대한 주택 소유자들이 단기 임대시장에 대거 참여하면서 호텔과 공유숙박 시장 모두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아일랜드 더블린 역시 비슷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공연 당시 객실 점유율은 90%를 넘어섰고 평균객실단가(ADR)는 250유로를 웃돌았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뒤 객실 가격은 빠르게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2024 파리올림픽 육상 경보 경기가 에펠탑 인근 코스에서 진행되고 있다. 파리올림픽 기간 숙박업계는 특수를 기대했지만, 단기임대 공급이 늘면서 호텔 가격이 개막을 앞두고 하락세를 보였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1만석 이상 대형 공연장의 대중음악 공연 티켓 판매액은 5301억원으로 전년 대비 41.2% 증가했다. 전체 대중음악 공연시장 판매액의 54%를 차지하는 규모다.
대형 공연은 숙박과 교통, 식음료, 관광 소비를 동시에 끌어올린다. 특히 외지 관객 비중이 높은 공연일수록 특정 날짜와 특정 지역에 수요가 집중된다.
반면 객실 공급은 단기간 늘어나기 어렵다. 호텔과 리조트는 인허가와 투자, 공사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연 티켓은 하루 만에 매진될 수 있지만 객실은 며칠 만에 새로 만들 수 없다. 전문가들이 숙박난 해법을 신규 호텔 건설보다 '임시 공급망 구축'에서 찾는 이유다.
부산시는 BTS 공연을 앞두고 대학 기숙사와 청소년수련시설, 공공기관 연수원, 템플스테이 등을 활용해 1300여 개 대체 숙박시설을 확보했다. 기존 숙박 인프라만으로는 급증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도 부산·경남권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을 중심으로 공연 관람객을 위한 숙박 공간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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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바가지요금 논란과 거래 질서 훼손 문제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이미 성립한 거래를 파기하고 더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하는 것은 시장 원리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일회성 메가 이벤트 수요에 맞춰 장기 운영을 전제로 하는 호텔을 새로 짓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며 "부산의 템플스테이·기숙사 활용처럼 일시적인 관광수요에는 일시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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