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자치구, 28개단지 건축 연한 도래
2030년 251개 단지 재건축 대상 속해
과밀아파트, 일반분양 물량 확보 난항
안전·주거환경 악화 문제 초래도

1990년대 서울의 주택난을 푸는 가장 빠른 해법은 고밀 아파트였다. 당시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에 발맞춰 서울 전역에 용적률이 400%에 육박하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형별 특성과 도로망과 같은 인프라 수용 한계는 고려되지 않았다. 단기간에 많은 주택을 얼마나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지가 우선되던 시기였다.


그리고 30여년이 지난 지금, 서울은 '고밀 아파트 노후화'라는 청구서를 받아들었다. 용적률 300%가 넘는 아파트 약 12만6000가구, 251개 단지가 앞으로 5년 내 재건축 연한에 도래한다. 이미 높은 용적률로 지어진 탓에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반분양 물량 확보가 어려워 재건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고밀 아파트 노후화는 단순히 재건축을 할 수 있냐 없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도심에 빽빽하게 들어서는 고층 고밀 아파트는 미래의 도시환경 문제와도 연결된다. 용적률 등의 한계로 사업성이 떨어져서 방치할 경우 도시환경은 악화될 수 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와 그 주변 지역의 주거 문제를 보다 폭넓게 살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후된 고밀 아파트 문제와 해법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주>

[부메랑된 고밀아파트①]용적률 300% 12만가구, 2030년 재건축 연한 도래…서울 ‘아파트 공화국’ 한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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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30년이 지나 향후 5년 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는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지어질 수 있는 연면적) 300% 이상인 아파트 가구 수가 12만가구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까지 재건축 연한을 넘긴 용적률 300% 이상 아파트 가구 수는 1만1277가구에 불과한데 앞으로 5년 동안 10배가량 느는 것이다. 특히 최근 신축된 아파트들 대부분이 용적률 30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건축 자격을 갖추게 되는 가구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아파트는 용적률 완화, 종 상향 같은 조치가 없으면 대부분 재건축 시 사업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아시아경제가 국토교통부 건축 허브를 통해 서울 내 건축물대장을 전수 분석한 결과 1990년 이후 준공승인을 받은 공동주택 가운데 용적률 300% 이상 단지는 총 530개 단지, 23만4178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996년 이전에 준공돼 올해부터 재건축 연한을 맞이한 아파트는 28개 단지 1만1277가구다. 향후 5년 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는 단지로 범위를 넓히면 223개 단지, 11만4828가구로 늘어난다. 즉 2030년 내로 서울에 총 251개 단지, 12만6105가구의 고밀 아파트가 재건축 가능 대상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 따르면 1986년 이후 지어진 5층 이상 건축물은 준공 후 30년을 넘긴 상태에서 부지면적 1만㎡ 이상 또는 200가구 이상,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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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밀 아파트를 주목하는 건 이들 단지 가운데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민간 재건축으로 활로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성은 기존 용적률과 직결된다. 용적률이 낮은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일반분양 물량을 확보해 조합원 분담금을 낮출 수 있다. 반면 고밀 아파트는 확보할 수 있는 일반분양 물량이 제한적이다. 더욱이 중동전쟁 여파로 자잿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의 공사비 부담은 이미 가중되고 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이사는 "용적률이 270% 이상인 단지는 기부채납 등을 제외하면 기존 평형의 가구 수만큼 재건축할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일대일 재건축도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성 부족으로 이들 아파트의 정비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주민 안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노후화가 진행된 고밀 단지에선 안전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강화되기 전 준공돼 화재를 조기에 차단할 안전 설비가 부족했다. 2023년 화재로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친 방학동 대상타운현대아파트도 16층 이상부터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 시기 이전에 준공돼 불이 난 저층부는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주거 환경 악화도 문제다. 많은 가구를 수용하도록 지어진 고밀 아파트는 공용부와 기반시설 노후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준공 30년 안팎의 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배관 부식과 누수, 주차난을 호소한다. 올해로 준공 32년 차를 맞이한 마포구 A 아파트 주민 B씨는 "외벽 누수와 낮은 층고, 이중 주차 문제로 삶의 질이 악화해 이사를 고민 중"이라며 "배관 노후화로 화장실을 타고 악취가 올라와 배수구 트랩 없이는 견디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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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된 고밀아파트①]용적률 300% 12만가구, 2030년 재건축 연한 도래…서울 ‘아파트 공화국’ 한계 왔다 원본보기 아이콘

전문가들은 고밀 아파트 노후화가 장기적으로는 도심 슬럼화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공동주택 노후화 문제를 더 먼저 맞닥뜨린 일본에 비해 장기수선충당금 납부 액수가 적어 일정 수준 노후가 진행되면 설비 수선비를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단지가 나올 수 있다"며 "이들 단지가 사업성 부족으로 장기간 방치될 경우 도심 미관을 해치는 슬럼화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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