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서울대, 유전자 조절 핵심 단백질 활성화 원리 세계 최초 규명
RNA 치료제 설계 정확도 높일 분자적 근거 확보

알츠하이머병과 대사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아 침묵시키는 세포 속 '유전자 사냥꾼' 아고넛(Argonaute).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연구진이 이 단백질이 탄생해 활성화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수십 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의 핵심 퍼즐이 맞춰지면서 차세대 리보핵산(RNA) 치료제 개발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RNA 치료제는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의 활동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신약 기술로, 알츠하이머병과 희귀질환, 대사질환 분야의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아고넛이 표적 유전자 억제 기능을 획득하는 과정. 아고넛(AGO)은 마이크로RNA(miRNA)를 이용해 특정 유전자(mRNA)의 활동을 억제하는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샤페론 단백질이 아고넛을 열린 상태로 유지해 이중가닥 miRNA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고, miRNA가 결합한 뒤 샤페론이 떨어져 나가면서 아고넛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활성화된 아고넛은 선택된 miRNA를 이용해 표적 유전자를 찾아 발현을 억제한다. 연구진 제공

아고넛이 표적 유전자 억제 기능을 획득하는 과정. 아고넛(AGO)은 마이크로RNA(miRNA)를 이용해 특정 유전자(mRNA)의 활동을 억제하는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샤페론 단백질이 아고넛을 열린 상태로 유지해 이중가닥 miRNA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고, miRNA가 결합한 뒤 샤페론이 떨어져 나가면서 아고넛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활성화된 아고넛은 선택된 miRNA를 이용해 표적 유전자를 찾아 발현을 억제한다. 연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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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BS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과 서울대 생명과학부 노성훈 교수 공동연구팀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인 아고넛의 활성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아고넛은 세포 안에서 마이크로RNA(miRNA)와 결합해 특정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하는 'RNA 유도 침묵 복합체(RISC)'의 핵심 구성요소다. 세포에 필요 없는 유전자 정보를 제거하거나 특정 유전자의 과도한 발현을 억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다양한 RNA 치료제가 이 원리를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아고넛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활성화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RNA 치료제 개발 과정이 상당 부분 시행착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연구진은 아고넛이 기능을 갖춰가는 과정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아고넛의 구조 형성을 돕는 샤페론 단백질과 결합한 복합체를 세계 최초로 분리·정제했다. 이후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을 활용해 원자 수준에서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샤페론은 아고넛을 완전히 열린 상태로 유지하며 마이크로RNA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마이크로RNA가 결합하면 샤페론은 떨어져 나가고, 아고넛은 유전자 조절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닫힌 구조로 완성됐다.


연구진은 시험관 안에서 이 과정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완성된 아고넛 복합체는 실제로 표적 유전자(mRNA)를 정확하게 찾아 절단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특히 세포 내에 존재하는 원래 형태인 '이중가닥' 마이크로RNA가 있을 때만 아고넛이 안정적으로 조립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기존에는 마이크로RNA가 유전자 조절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단백질 조립 과정에도 직접 관여하는 핵심 요소임이 밝혀졌다.


RNA 치료제 개발 새 전기…설계 원리 첫 규명


연구진은 어떤 RNA가 아고넛에 가장 효율적으로 탑재되는지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RNA의 화학적 특성과 이중나선 구조, 20~24개 염기의 길이 등이 아고넛의 정상적인 조립과 기능 발현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현재 임상에서 사용 중인 siRNA 치료제의 화학 잔기가 아고넛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규명했다.

유전자 사냥꾼 '아고넛'의 탄생 순간 포착…김빛내리 연구팀, 활성화 원리 첫 규명[과학을읽다] 원본보기 아이콘

이번 연구는 그동안 경험과 시행착오에 의존하던 RNA 치료제 개발에 분자 수준의 설계 원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알츠하이머병과 대사질환, 희귀질환 등을 겨냥한 RNA 치료제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빛내리 IBS RNA 연구단장은 "그동안 시행착오에 의존하던 RNA 치료제 설계에 분자적·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성과"라며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siRNA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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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훈 서울대 교수는 "이미 완성된 단백질 구조가 아니라 단백질이 기능을 갖춰가는 과정을 직접 관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단백질 조립 원리를 규명함으로써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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