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학문인가, 도구인가…이름부터 앞세운 대학가 'AI 열풍'

[과학을읽다]AI학과를 만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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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AI대학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AI학과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는 아직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AI가 중요하다는 것만으로 AI학과의 필요성까지 단번에 납득되지는 않는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AI학과와 AI융합학과, AI대학원 신설이 잇따르고 있다. 몇 년 전 반도체학과, 빅데이터학과가 그랬듯 AI는 대학가의 가장 강력한 브랜드가 됐다. 대학은 유행을 좇는 곳이 아니라 유행이 지나간 뒤에도 남을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다.

문제는 속도보다 방향이다. 대학들은 AI 인재 양성을 말하지만 어떤 교육과정을 운영할 것인지, 기존 컴퓨터공학과나 소프트웨어학과와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 교육과정이 먼저인지, 학과 이름이 먼저인지 헷갈릴 정도다.


어쩌면 우리가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이 있다. AI는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가르쳐야 할 대상인가, 아니면 모든 학문이 활용해야 할 새로운 도구인가.

대학은 도구 자체보다 그것을 활용해 세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다. 연구자는 AI로 신약을 찾고, 기상학자는 AI로 강수량을 예측하며, 엔지니어는 AI로 반도체를 설계한다. 중요한 것은 AI 자체가 아니라 AI를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느냐다.


더 큰 의문은 지금의 학생들에게 있다. 오늘날 대학 신입생들은 입학 전부터 AI를 활용해 공부하고 코딩하며 과제를 수행한다. 일부는 현업 종사자 못지않은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미 AI를 사용할 줄 아는 학생들에게 대학은 4년 동안 무엇을 더 가르칠 것인가. 이것은 AI학과의 필요성이 아니라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이다.


만약 AI 서비스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대학 교육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생성형 AI는 몇 개월 단위로 바뀐다. 사용법은 강의실보다 유튜브와 온라인 강좌에서 더 빨리 배울 수 있다.


대학이 해야 할 일은 버튼 누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AI의 원리를 이해하고, 알고리즘의 한계를 파악하며, 각 산업과 학문 분야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달라진다. AI학과를 늘리는 것이 정답일까. 아니면 기존 학문 체계 전반에 AI 교육을 녹여내는 것이 정답일까.


해외 대학들도 AI 교육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AI라는 이름보다 기존 학문과의 결합이다. 중국 난징정보과학기술대학은 대기과학과 AI를 결합한 교육 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주요 대학들도 별도 AI학과 신설보다 기존 교육과정 전반에 AI를 통합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동시에 기존 교육과정을 AI라는 이름으로 재포장한 '급조된 리브랜딩'과 '목적성 없는 AI 학위'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핵심은 AI학과라는 이름이 아니다. 무엇과 결합하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게 할 것인가, 기존 학문과 무엇이 다른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AI 전문가만이 아니라 자기 분야를 깊이 이해하면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현재 대학가의 AI학과 상당수는 컴퓨터공학과, 소프트웨어학과, 데이터사이언스학과와의 경계가 여전히 모호하다.


물론 AI 교육은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것 앞에 AI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혁신은 아니다. 학과 신설은 유행을 따라가는 행정적 결정이 아니라 대학이 어떤 인재를 길러낼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선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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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AI학과가 아니다. AI를 왜 가르치는지, 무엇을 가르치는지, 기존 학문과 무엇이 다른지를 먼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답도 정하지 못한 채 학과부터 만드는 일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AI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AI라는 이름을 소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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