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불법 구금 가혹행위 인정
교도소서 13년 복역 후 후유증 사망

전두환 정권 시절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가혹한 고문과 협박에 못 이겨 간첩 누명을 썼던 파견 교사 고(故) 문철태 씨가 사망 후 열린 재심에서 40여 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했다.


재판부는 불법 체포와 가혹행위로 얻은 자백은 증거 효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앞서 올해 1월 무죄를 선고받은 아들에 이어 부자(父子) 모두가 마침내 억울한 누명을 완전히 벗었다.

광주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정호)는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던 고(故) 문철태 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광주지법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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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씨는 1970년대 문교부(현 교육부) 파견 교사로 일본 오사카 금강학원에서 근무하던 중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계열 학교 교장 등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회합하고 지령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985년 원심에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은 문 씨는 교도소에서 13년을 복역한 끝에 1998년 가석방됐다. 이후 오랜 수형 생활과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지난 2018년 끝내 사망했다. 당시 유학생 신분이었던 아들 문영석 씨(현재 65세) 역시 일본을 오가며 이적행위를 한 혐의로 함께 기소돼 억울한 징역형을 살았다.

이들 부자의 비극은 안기부의 잔인한 공권력 남용이 부른 '기획 조작'이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2024년, 안기부가 정보원 활동 요구를 거절한 문 씨를 상대로 의도적으로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고 결론 내리며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조사 결과 이들 부자는 안기부 수사관들에게 불법 체포·감금된 상태에서 잠을 자지 못하는 등 참혹한 가혹행위를 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이례적으로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 역시 "문 씨 부자가 안기부 수사관들에 의해 불법 체포·구금된 사실이 명백히 인정되고,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위법한 신체 구속 상태에서 이루어진 수사기관 및 법정 진술은 임의성을 인정할 수 없고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결 요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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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버지에 앞서 올해 1월 광주고법에서 먼저 재심 재판을 받은 아들 문 씨 역시 40여 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이번 판결을 통해 문 씨 부자는 사후와 생전을 넘어 가문에 씌워졌던 '가족 간첩단'이라는 치욕스러운 누명을 완전히 벗게 됐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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