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대수술①]관리시스템 무너진 선관위…개헌해서라도 大개혁해야
회의 없이 내부자 전결로
투표용지 인쇄 기준 낮춰
미비한 책임·견제 구조가
국민참정권 침해 불러와
대학 총학 시국선언 발표
정치권도 격앙된 반응 중
국정조사·법개정 등 예고
10일 국민의힘 김승수·김민전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0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종합관리지침'에서 투표용지 인쇄 매수의 하한 기준을 기존 60%에서 50%로 줄였다. 별도 회의는 없었으며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전결로 이뤄졌다. 12월24일에는 선거정책실장 전결로 '공직선거 절차 사무편람'을 개정했는데 이때 역시 별도의 공식 회의는 없었다.
6·3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과 관련해 지난 8일 오후 대구시 선관위 앞에서 지역 기초의원들이 민주주의 장례식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지침에 따라 송파구 선관위는 25개 동의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50%로 결정했다. 송파구 투표율은 서울 평균보다 높은 65.8%였는데 부족한 인쇄 준비로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과다하게 준비하면 불필요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고려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참정권 침해'라는 더 본질적인 사태로 번지고 말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투표용지 부족사태의 용어를 국민참정권 침해로 통일하는 내용을 국무조정실을 통해 관계부처로 전파하도록 했다. 정부의 각종 공식 보고자료는 국민참정권 침해라는 용어로 통일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국회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과 선거관리 시스템 '대수술'을 예고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국정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여야 모두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도 제출해 놓은 상태다.
전국 주요 대학 총학생회는 6월 항쟁 기념일인 10일 각 캠퍼스에서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시국선언을 발표한다. 국민 여론은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에서 중앙선관위에 대한 국민 불신이 70%에 이르는 상황이다. 특히 20·30대는 중앙선관위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80% 안팎에 달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경찰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선관위 국민불신은 지난 10년간 벌어진 사태의 누적된 결과물이다.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소쿠리 투표' 사태 ▲2022~2023년 선관위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의혹 등 선관위는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노정희 전 중앙선관위원장은 소쿠리 투표 사태 책임을 지고,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은 이번 투표용지 사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헌법기관 수장이자 5부 요인의 하나인 선관위원장이 2대(代) 연속 불명예 퇴진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는 선관위의 관성적인 투표율 예단과 행정 편의주의적 결정이 꼽힌다. 근본 원인으로는 선관위의 강력한 독립성에 비해 미비한 책임·견제 구조가 지목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8년 지났는데 시급 여전히 2만원…"누가 일하겠나...
채현일 민주당 의원은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권한·책임이 같이 가도록 제도적인 견제·균형이 필요하다. 현재 많은 법안이 계류 중인데 차제에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치색을 다 빼서라도 국회는 (선관위 개혁을 위해) 행정·제도적, 예산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야 한다"고 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