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광 엘디전자 대표 인터뷰
공룡 장비사 기피하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공략
'하드웨어적 GPU' FPGA로 체질 개선

"이번 컴퓨텍스 2026 전시장들을 돌며 반성을 많이 했다. 전기 콘센트부터 전자 명함까지 전기만 들어가면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대만 생태계를 보고 우리 한국 장비사들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지난 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아시아 최대 IT 박람회 '컴퓨텍스 2026' 현장. 수많은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화려한 부스 사이에서 한국의 한 중소기업 대표가 던진 자성은 묵직했다. 디스플레이 및 인쇄 회로 기판(PCB) 조립품 성능 검사 장비 업체인 엘디전자의 심석광 대표다.

현장에서 만난 심 대표는 대만의 압도적인 AI 제조 생태계를 목격한 뒤 고무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LG디스플레이 엔지니어 출신인 심 대표가 2014년 창업한 엘디전자는 그동안 국내 대형 디스플레이 기업의 핵심 협력사로 탄탄히 입지를 다져왔으나, 글로벌 AI 격변기를 맞아 올해 대만 시장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글로벌 AI 혁명의 진앙인 대만에서 마주한 벽은 생각보다 높고 견고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아시아 최대 IT 박람회 '컴퓨텍스 2026'에 참가한 심석광 엘디전자 대표. 엘디전자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아시아 최대 IT 박람회 '컴퓨텍스 2026'에 참가한 심석광 엘디전자 대표. 엘디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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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심 'OEM 한국'과 달라"… 호랑이 굴에서 느낀 격차

심 대표가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장벽은 단순히 개별 제품의 기술 수준이 아니었다. 중소·중견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대만 특유의 '하드웨어 생태계' 그 자체였다.


심 대표는 "한국은 대기업 중심으로 짜인, 어떻게 보면 거대한 OEM 기지 같은 느낌"이라며 "물론 국내에도 소재나 부품 장비 업체들이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이 서로를 이끌어주는 대만의 거대한 생태계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짚었다. 대만은 중견기업이 허리가 돼 또 다른 소기업들을 이끌어주고, 이들이 데이터센터부터 작은 임베디드 기기까지 실시간으로 AI를 접목하는 제조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완벽히 구축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심 대표는 "대만 생태계가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다는 점을 보고 한국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도 많이 뒤처져 있다는 반성을 했다"며 "대만에도 우리 같은 회사들이 꽤 있는데 AI 학습 속도는 한참 빨랐다. 국내 시장만 보고 있을 게 아니라 해외 시장의 빠른 AI 접목과 활용을 연구하고 따라잡아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엘디전자의 주력 제품인 디스플레이 최종 성능 검사기. 엘디전자

엘디전자의 주력 제품인 디스플레이 최종 성능 검사기. 엘디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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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 먹기조차 끝났다"… 냉혹한 현실 앞에 꺼내든 '틈새 전술'

이러한 위기감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구조적 침체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 대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며 확장할 때는 수많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낙수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시장이 위축되면서 이 같은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특히 소부장 업계의 거대한 탯줄이었던 LCD 시장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양강이 나란히 철수하면서, 관련 장비사들의 매출은 시장 황금기였던 2017년 고점 대비 5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파악된다.


심 대표는 "기존에 상장돼 있던 '공룡 장비사'들조차 예전처럼 나눠 먹기가 안 되니 이제는 본인들끼리 싸우고 있는 판국"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같은 '새우'가 들어와서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틈새를 노리거나 아예 새로운 신기술을 가지고 들어오는 방법뿐"이라고 진단했다.


엘디전자가 냉혹한 현실 앞에서 꺼내든 생존 카드는 대기업들이 귀찮아하는 틈새를 파고드는 철저한 커스텀(맞춤형) 전략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스마트폰이나 TV와 비교해 사양이 극단적으로 파편화된 차량용 디스플레이 및 전장 부품 검사 시장이다.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연간 생산되는 모델 수만 150종에서 200종에 달한다. 대시보드 전체를 덮는 초대형 스크린부터 조수석용, 계기판용, 차량용 카메라 모듈까지 규격이 제각각이다. 대형 장비사들은 생산원가 대비 손이 너무 많이 가 선뜻 손대지 못하는 영역이다. 엘디전자는 낮은 운영비(오버헤드)와 날랜 조직력을 무기로, 이처럼 파편화된 전장 라인에 최적화된 통합 검사 시스템을 공급하며 독자적인 영토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만 컴퓨텍스 2026이 개최된 난강전시센터 2관에 마련된 한국관. 김진영 기자

대만 컴퓨텍스 2026이 개최된 난강전시센터 2관에 마련된 한국관.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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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GA 제어 원천 기술 무기로 '완벽한 무인화' 정면 돌파

심 대표가 대만에서 마주한 AI 충격은 엘디전자의 기술 로드맵을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AI 검사'로 빠르게 전환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엘디전자는 4포트 8K 해상도 영상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정밀 측정하기 위해 메인 부품으로 FPGA(프로그래머를 반도체) 제어 기술을 다뤄왔다. FPGA는 공장에서 한 번 만들어지면 내부 회로를 바꿀 수 없는 일반적인 반도체(CPU, 스마트폰 AP 등)와는 달리 텅 비어 있는 도화지 같은 상태로 출고돼, 개발자가 자신이 원하는 디지털 회로를 재설계하고 집어넣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심 대표는 "요즘 트렌드가 그래픽처리장치(GPU)인데, 우리가 사용하는 FPGA도 따지고 보면 고속으로 병렬 연산 처리를 한다는 점에서 하드웨어적인 GPU라고 볼 수 있다"며 "화면 영상을 만들어내는 부품으로 이미 FPGA를 다루고 있고 관련 엔지니어가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의 AI 기술로도 더 빨리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전기만 들어가면 AI 돌리더라"…'호랑이 굴' 대만서 반성문 쓴 K장비사 원본보기 아이콘

엘디전자는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 올해 1월, 본사를 경북 칠곡에서 경기도 고양시 스마트 타운으로 전격 이전하는 결단을 내렸다. 지방 제조업 기지의 한계를 탈피하고, 수도권의 우수한 연구개발(R&D) 고급 인력을 대거 확충해 딥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번 컴퓨텍스 참가 역시 고양산업진흥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대만 무역관의 현지 바이어 매칭을 통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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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대표는 "과거처럼 시장의 붐을 타고 쉽게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단순한 머신러닝 수준의 AI를 떠나, 사람 없이 무인으로 검사할 수 있는 차별화된 디스플레이 검사 시스템을 완성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기자가 작성하고 AI가 부분 보조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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