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설계·수익화 플랫폼으로 진화
'K팝 without Korea' 가능성도 경고
미국 시장에서 K팝의 작동 방식이 바뀌고 있다. 음악 장르를 넘어 팬덤을 조직하고 다양한 산업 소비를 연결하는 플랫폼형 복합 IP 산업으로 진화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 LA비즈니스센터가 지난달 29일 발간한 보고서 '미국 K팝 시장의 플랫폼화: 복합 IP 산업으로 진화하는 한류'는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 사례와 데이터로 분석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모는 제작 시스템의 이동이다. 하이브와 미국 게펀 레코드가 공동 기획한 걸그룹 캣츠아이는 K팝이 한국에서 완성된 아티스트를 미국에 수출하는 방식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오디션 프로젝트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를 통해 최종 멤버가 선발됐고, 훈련·프로모션·팬덤 형성 모두 미국을 거점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곡을 먼저 내고 시장 반응을 살피는 기존 미국 문법을 따르지 않았다. 멤버 선발 단계부터 팬들이 데뷔 과정을 지켜보며 팬덤을 형성했다. 이를 담아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팝 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는 메타 콘텐츠로 기능하기도 했다. K팝 제작 시스템이 미국 음악 산업 내부에서 생산 가능한 포맷으로 전환된 것이다.
아이돌 없이 K팝 소비 구조가 작동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대표적 예다. 가상 그룹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를 실제 K팝 그룹처럼 설계했다.
음악 산업 데이터 분석업체 루미네이트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K팝 스트리밍에서 헌트릭스는 18억 회, 사자보이즈는 9억2100만 회를 기록했다. 실제 그룹인 스트레이키즈(12억 회), BTS(8억 9200만 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맥도날드는 이 작품과 협업해 미국 전역에서 한정 메뉴, 포토카드, QR 기반 디지털 콘텐츠, 팬덤 대결 요소를 결합한 프로모션 캠페인을 진행했다. K팝의 핵심 자산이 실제 인물보다 팬덤을 조직하고 반복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 자체에 있음을 보여줬다.
공연경제의 질적 변화도 뚜렷해졌다. 블랙핑크 멤버 리사는 오는 11월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콜로세움에서 K팝 아티스트 최초로 레지던시 공연을 진행한다. 여러 도시를 순회하는 월드투어와 달리 특정 도시와 공연장에 장기 체류하며 반복 공연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공연 수익은 물론 호텔·카지노·레스토랑·VIP 패키지 소비까지 유도한다. K팝 팬덤이 지역 기반 소비를 넘어 여행·체험 소비까지 결합한 이동형 소비 집단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 사례는 한 가지 방향을 가리킨다. K팝이 음악을 파는 산업에서 팬덤을 설계하고 수익화하는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연·브랜드·커머스·영상 IP·디지털 플랫폼을 연결하는 플랫폼형 복합 IP 산업으로의 진화다.
이 같은 변화는 기회인 동시에 리스크다. 박병호 LA비즈니스센터장은 "미국 현지에서 K팝 제작 시스템과 팬덤 운영 방식이 점차 현지화되고,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K팝 문법을 활용하기 시작해 한국 기업의 산업 주도권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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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향후 경쟁력은 인기 아티스트 확보를 넘어, 팬덤을 장기적으로 설계·운영하고 이를 공연·콘텐츠·브랜드·커머스·디지털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시스템 역량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K팝을 플랫폼형 복합 IP 산업의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현지화되는 시스템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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