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아닌 혐오" 기동대 간부 아내 호소
반복되는 '가짜 경찰' '중국 공안' 프레임
심리상담 꾸준히 늘어 지난해 1만7024명
경찰청 "모두 경찰, 허위사실 중단해달라"
"이제 누가 경찰 기동대에 가족을 보내고 싶어 할까요? 이건 무분별한 혐오 아닌가요."
서울경찰청 제2기동단 소속 한 경찰관의 아내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에 투입됐던 남편이 '중국 공안' '테무 경찰' 등 낙인을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아내는 "어떻게 이런 혐오가 대중 정서처럼 소비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남편에게 기동대에서 하루빨리 나오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발단은 일부 시위 참가자의 신분 확인 요구였다. 이 경찰관은 관등성명을 요구받고 "타청(타 시도경찰청)에서 전입해 새 공무원증을 아직 발급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타청을 하청으로 오인한 일부가 "중국 공안이 경찰 용역을 받아 움직인다"는 가짜뉴스를 온라인에 유포했다.
경찰관의 아내는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관을 근거 없이 조롱했을 때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선례를 남기고 싶다"며 "지금까지 확인한 154명에게 선처 없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대형 사건이나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질서 유지에 투입된 경찰을 혐오의 표적으로 삼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현장에 나온 경찰들의 신상정보를 공유하며 '가짜 경찰' '중국 공안' 등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가 하면, 폭언과 물리적 위협을 가하는 일도 빈번하다. 지시에 따라 정당한 공무를 수행하는 경찰뿐 아니라 가족까지 피해가 번진다는 지적이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마음동행센터 이용 경찰은 지난해 1만7024명, 상담 건수는 3만9119건으로 집계됐다. 마음동행센터는 직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 트라우마 등을 치료하는 기관이다. 필요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도 연계 지원한다. 이용 인원은 2021년 9940명, 2022년 1만4218명, 2023년 1만8912명, 2024년 1만6923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하는 시위 현장에 투입된 경찰 중 5명은 경상을 입기도 했다. 경찰에 대한 물리적 공격 역시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한남동 관저 앞 집회 과정에서도 경찰관 폭행 4건이 발생했다. 찬성 집회, 반대 집회 모두에서 폭행이 있었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땐 법원 난입을 막던 경찰관 수십명이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공안이 경찰로 위장했다'는 주장이 확산한 것도 이 시기였다. 이보다 앞선 2024년 11월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주최 집회에서도 일부 참가자가 경찰 저지선을 밀어붙이면서 물리력을 행사한 바 있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한 모습이다. 서울 지역 기동대 소속 경찰관 A씨는 "명령에 따라 공무를 집행할 뿐인데 시민으로부터 공격 대상이 되는 게 온당치 못하다고 느낀다"며 "상부에서 마스크조차 쓰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려와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경찰관 B씨는 "누구의 편도 아닌데 '중국 공안'이라는 모욕까지 당해야 하느냐"며 "더위 속에서 함께 고생하는 경찰들을 조롱하지 말고 중립적으로 대해달라"고 호소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시위 현장을 관리하러 갔는데 근무 교대까지 시위대의 허락을 받고 움직인다" "조직도, 시민도 우리를 믿어주지 않는다" 등 반응이 올라왔다.
경찰관을 향한 거짓 낙인과 폭력 행사는 특정 진영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갈등이 격화하는 현장마다 반복되는 양상이다. 민감한 현안의 최전선에 배치된 경찰들이 불만과 분노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장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찰에게 갈등의 부담과 책임이 전부 전가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경찰이 폭언과 혐오, 물리적 충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사기 저하를 넘어 공권력 약화와 사회 질서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경찰관을 위한 장기적인 심리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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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 김기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한민국 경찰관이 명확한데도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며 '중국 공안'이라고 주장한다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될 수 있다"며 "유포된 영상에 악의적인 댓글을 반복적으로 게시한 경우 모욕죄도 성립한다"고 짚었다. 이어 "형사처벌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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