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지났는데 시급 여전히 2만원…"누가 일하겠나" 일감 넘쳐도 사람이 없다[K조선업, 사라진 숙련공]①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인력 활용은 필요하지만 핵심은 숙련화 시스템"이라며 "젊은 인력이 현장에 들어와 숙련공으로 성장하는 구조 자체를 복원하지 못하면 기술 전수 단절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업은 자동화가 쉽지 않은 산업이기 때문에 결국 사람의 숙련도가 경쟁력"이라며 "생산가능인구 감소까지 겹치면서 현장 인력 기반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조선업은 LNG 운반선과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 시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일감보다 일할 사람 없어 걱정
낮은 임금에 젊은 사람 없어
"20~30대 인력 들어오지 않아
어쩌면 우리가 마지막일 수도"
지난 4일 찾은 울산의 한 조선소. 이곳에서 가장 높은 영빈관 고지에서 내려다본 야드는 건조 중인 선박들로 빈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도크에는 세계 각지 선사들이 발주한 LNG 운반선이 자리 잡고 있었고, 야드 곳곳에는 선박 탑재를 기다리는 대형 화물창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크레인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조선소에서는 과거 조선업 암흑기의 흔적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현장을 오래 지켜본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수주 잔량은 충분하지만 인력 부족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수주 호황 이면에 숙련 인력 감소와 기술 전수 단절이라는 더 묵직한 과제가 쌓이고 있다.
떠난 숙련공은 돌아오지 않았다
10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조선업 미충원율은 14.4%로 전 산업 평균보다 6%포인트 높았다. 판금·용접·도장 등 생산직이 전체 부족 인원의 29.5%를 차지했다. 단순히 구인이 어려운 게 아니다. 근로조건 미스매치, 경력자 부족, 직종 기피가 맞물리면서 현장으로 유입될 인력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조선소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일감이 없어 걱정했다면 지금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걱정"이라며 "공정을 맞추기 위해 기능공을 찾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인력난의 뿌리는 2010년대 중반 불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양플랜트 부실과 수주 절벽이 겹치며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어졌고, 현장을 떠난 숙련공 상당수는 건설업과 플랜트 산업으로 흩어졌다. 양종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객원교수는 "2016년 구조조정 당시 현장을 떠난 숙련 인력 상당수가 조선소로 돌아오지 않았다"며 "수주가 회복됐을 때는 이미 현장에 투입할 인력이 빠져나간 상태였다"고 말했다.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급 2만원대
문제는 단순한 인력 부족을 넘어 숙련 인력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8년간 조선업에서 가장 크게 감소한 연령대는 28~35세 남성 근로자였다. 반면 60세 이상 근로자 수는 27세 이하 근로자 수를 웃돈다.
18년째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용접 일을 하고 있는 한 기능공은 "회사에 100명이 있다고 하면 젊은 사람은 1명 정도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며 "20~30대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반장 밑에서 젊은 기능공들이 따라다니며 기술을 배웠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 자체를 보기 어렵다"며 "이대로 가면 우리 세대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숙련을 쌓을 유인도 예전보다 약해졌다. 이 기능공은 "2008년 당시 최고 수준 시급이 2만2000원 정도였는데 지금도 2만5000~2만6000원 수준"이라며 "18년이 지났지만 물가 상승 폭을 생각하면 오히려 줄어든 셈"이라고 말했다. 조선소 용접 현장은 여름철 선박 내부 온도가 60도를 웃도는 밀폐 공간에서 무거운 장비를 들고 몸을 구겨 넣어야 하는 작업이다. 소음과 분진, 유해가스에 노출된 채 장시간 이상 서 있어야 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면서 수년을 버텨야 독립 작업이 가능한 구조에서, 젊은이들이 용접기를 잡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4년 조선업 신규 입사자 중 1년 안에 떠난 비율은 58.5%에 달했다.
"반장님, 가르칠 사람이 없습니다"
과거 조선소에는 비교적 뚜렷한 기술 전수 경로가 존재했다. 협력업체에서 경험을 쌓은 뒤 숙련도를 인정받아 원청 생산직이나 핵심 협력사로 이동하는 경로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구조가 크게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원청 생산직 채용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젊은 인력이 꾸준히 유입돼야 중간 숙련자와 고숙련자로 성장하는데 그 연결 구조가 약해지면서 기술을 이어갈 허리 세대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인력 확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인력 활용은 필요하지만 핵심은 숙련화 시스템"이라며 "젊은 인력이 현장에 들어와 숙련공으로 성장하는 구조 자체를 복원하지 못하면 기술 전수 단절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업은 자동화가 쉽지 않은 산업이기 때문에 결국 사람의 숙련도가 경쟁력"이라며 "생산가능인구 감소까지 겹치면서 현장 인력 기반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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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은 LNG 운반선과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 시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경쟁력은 결국 사람의 숙련도 위에 있다. 양 교수는 "중국은 조선업을 전략산업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한국도 수주 실적만 볼 게 아니라 현장 인력 기반과 기술 전승 체계를 어떻게 유지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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