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명목 성장률이 대폭 확대된 데 대해 국내 물가 상승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 주도의 수출 가격 상승으로 우리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과거 국내 물가가 오르며 명목 성장률도 밀어 올린 1970~80년대와는 구조적으로 상황이 다르다는 진단이다.
김화용 한은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부장은 9일 '2026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올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0.5% 증가해 1976년 1분기(13.0%) 이후 첫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17.1%가 늘어 1995년 3분기(19.2%)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김 부장은 "1분기 명목 GDP 성장세가 대폭 확대된 것은 전년 동기 대비로 봤을 때, 실질 GDP가 3.8%로 높게 성장한 가운데 반도체 수출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GDP 디플레이터가 12.9% 큰 폭 상승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명목 GDP는 실질 GDP에 GDP 디플레이터, 즉 종합적인 물가지수를 반영해 산출한다.
최근의 명목 GDP 성장세는 국내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 아니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품 가격 상승, 이로 인해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통상 명목 GDP와 실질 GDP간 차이가 벌어지면 우리 경제가 실제 성장 대비 물가 상승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돼 부정적으로 인식돼왔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김 부장은 "올해 1분기 GDP 디플레이터를 세부적으로 보면 내수 디플레이터는 2.1%인 반면, 수출 디플레이터는 23.5% 상승했다. GDP 디플레이터 상승이 국내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 아니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품 가격이 상승했고, 그 결과 우리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져 명목 GDP 확대로 이어진 것"이라고 짚었다. 이는 과거 1970~80년대 고도 성장기에 이뤄진 '비용상승형' 명목 GDP 확대와도 구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이번 명목 GDP 확대는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김 부장은 "기업의 영업이익 확대는 법인세 증가로 이어져 재정 안정뿐 아니라 미래산업 육성 등 구조개혁을 통한 잠재 성장률 제고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개발(R&D) 설비투자 확충을 통해 내수 진작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비율과 정부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봤다. 김 부장은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에서는 가계부채와 정부부채를 명목 GDP 대비 비율로 측정해 국제비교를 하고 있다"며 "명목 GDP 성장률 확대로 해당 비율이 굉장히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실질 국내총소득(GDI)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GDI는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하며 실질 GDP 증가율(3.8%)을 크게 웃돌았다.
실질 GDI는 기업으로 따지면 영업이익과 유사하다. 한 나라 경제가 생산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 중 실질 구매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나타낸다. 통상 해외에서 사오는 물건인 수입품 가격이 저렴해지거나, 파는 물건인 수출품 가격이 비싸질수록 실질 GDI는 늘어난다.
김 부장은 "우리나라는 통상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교역조건이 악화된다. 그래서 GDI가 GDP보다 덜 증가하게 되는데, 지금은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이 대표 수입품인 원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 폭을 넘어서면서 GDI가 오히려 GDP를 큰 폭으로 추월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질 GDI 증가 폭이 커졌다는 것은 소비 및 투자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도 늘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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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은 "이번처럼 수출 가격이나 수입 가격이 급변할 시 경제 상황을 판단할 때는 생산물량 중심인 실질 GDP 중심에서 벗어나 명목 GDP, 그리고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GDI 지표를 상호보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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