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노동시장 급변…사각지대 증가
법적 근로자성 놓고 갈등 격화
직종별 업무 구조 달라 일률 기준 적용 어려워

매번 얼마를 올릴 것인가였던 최저임금위원회 의제가 누구에게 적용할 것인가로 확장된 배경에는 급격한 노동시장 변화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배달 플랫폼을 중심으로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경제)'가 확산하면서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도 급증했다. 현재 국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규모는 약 87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플랫폼 노동자는 2021년 66만명에서 2023년 88.3만명으로 2년 만에 33.8% 증가했다.

뜨거운 감자 된 '도급제 최저임금'…미국에서는 수수료 소비자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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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제 노동자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건설현장의 십장(속칭 오야지)이나 대형 화물차 운전기사 등이 도급제 노동자였다. 이들은 일한만큼 수입이 늘어나는 자영업자 성격이 강해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었다.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져 있는 경우로서 시간급 최저임금을 정하기가 적당하지 않으면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이 38년간 법전에서 잠잔 이유다.

노사, 근로자성 인정 여부 놓고 격돌

노동계는 현재 플랫폼 노동자의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건당 수수료를 받지만 길거리든 차안이든 대기시간이 필수고 인공지능(AI) 배차 알고리즘을 통해 사실상 업무 지시를 받는다. 배차를 연속으로 거절하면 앱 평점이 깎이거나 강제 로그아웃을 당하는 등 보이지 않는 사장의 통제 아래 일하고 있다. 최대 쟁점은 이들의 '법적 근로자성 인정 여부'다. 사용자측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근로자성이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임위가 적용 여부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자 측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고용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법의 테두리 바깥에 수많은 노동자가 방치돼있다"면서 "노동자성 인정과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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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가 예정된 4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택배기사와 배달라이더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등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가 예정된 4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택배기사와 배달라이더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등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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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종별 업무 구조 제각각…최저임금 산정 어려워"

최저임금 산정 방식도 난제다. 배달라이더,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 등 직종별로 업무 구조와 성과가 제각각이어서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3차 전원회의에서 택배·배송기사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7468원이라고 주장했다.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올해 기준 1만320원)에 차량 유지비·기름값·감가상각비 등 '시간당 업무비용'과 산재·건강·국민연금 등 '시간당 사회보험 부담분'을 모두 합산해 나온 계산이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실제 수입이 이 기준에 못 미치면 차액을 보전하고, 건당 수입이 더 많으면 그 금액을 그대로 받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이 벤치마킹한 美…"주문 줄어 총수입 오히려 감소"

민주노총이 벤치마킹한 미국 뉴욕은 2023년 12월 음식 배달 노동자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마트 장보기 배달 노동자까지 최저임금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이들은 시간당 21.44달러(약 2만8000원)의 최소 임금을 보장받는다. 앱에 로그인해 음식을 기다리는 대기 시간까지 노동으로 인정했다. 다만 사용자측 반발이 거세자 순수 작업 시간만 인정하되 일반 시급에 할증을 붙인 단가를 적용해주는 방식도 허용했다. 시애틀의 경우 '시간 단가(시간당 27.6달러)'와 '거리 단가(㎞당 0.47달러)'를 합산해 최저임금을 보장한다. 뉴욕과 달리 호출 수락부터 배달 완료까지의 순수 작업 시간만 인정하되 시간 단가에는 주휴수당 분과 사회보험료 부담분을 가산했고, 거리 단가에는 기름값과 차량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 유지비를 보전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플랫폼 노동자의 실질 시급이 오르며 극심한 소득 불안정이 일부 해소되는 긍정적 효과를 입증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인상된 인건비를 플랫폼 수수료 인상 형태로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하자, 총 주문수가 급감하면서 노동자의 월 총수입이 감소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결국 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논의는 단순한 임금 인상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노동 형태를 기존 노동법 체계 안으로 편입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선택의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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