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기기 업체 임상 협업종료 후
한국 제약사 제넥신에 신약 권리 주장
법무법인 태평양, 계약서 근거로 반박
'문서 공격' 정면대응…책임 범위 선례 남겨
"한국 제약 회사가 신약개발 관련 2000억대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를 상대로 완전 승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김홍중 법무법인 태평양 국제중재소송그룹 변호사는 1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제넥신이 미국 의료기기 업체 아이코어를 상대로 한 ICC 중재 사건에서 전부 승소한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제넥신은 자궁경부암 치료용 백신의 임상시험을 위해 아이코어의 장비를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수년간의 협업 종료 후 아이코어 측이 돌연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한 전속적 권리, 이익 분배를 요구하며 2234억원 규모의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계약에 없던 '향후 권리' 주장…중재판정부 "근거 없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임상시험을 위한 기술, 장비 사용 계약에 향후 상업화나 다른 적응증 개발까지 포함됐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아이코어는 공동 개발 과정에서 향후 파트너십과 이익 분배 약속이 성립했다고 주장했지만, 태평양은 계약이 임상시험 단계에 명확히 한정돼 있고 이후 상업화나 추가 프로젝트에 관한 문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김 변호사는 "분쟁의 출발점이 된 계약서 어디에도 상대방의 권리를 해당 계약의 범의를 넘어 확장할 근거가 없었다"며 "결국 계약서상 근거가 분명하지 않았던 것이 상대방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핵심 이유"라고 했다.
태평양은 단순히 계약 해석만이 아니라 제넥신이라는 회사의 '캐릭터'를 전달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김 변호사는 "대표이사와 사내변호사, 실무진까지 상대를 속이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는 회사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그 신뢰감을 중재인들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주려 했다"고 강조했다.
◆공격적 문서제출 절차에 정면 대응
이번 분쟁은 그 규모가 제넥신의 시가총액에 맞먹는 데다, 상대방이 공격적 전략을 구사하며 방어에 있어 부담이 컸다. 김 변호사는 "통상적인 국제중재 사건에서 보기 힘들 정도의 방대한 문서 제출 요구를 받았다"며 "불필요한 자료 요구를 쳐내기 위해, 상대방이 5장의 서면을 쓰면 우리는 10장, 20장의 서면을 성실하게 써서 빠짐없이 반박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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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공방 후 6개월 만에 내려진 최종 결과는 제넥신의 완벽한 승소였다. 중재판정부는 아이코어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제넥신이 지출한 중재 기관 비용과 변호사 보수, 런던 체류 부대 비용 전액을 아이코어가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판정은 K-바이오 기업이 신약을 개발하며 글로벌 파트너사와 맺는 수많은 협업 과정에서 권리관계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한 선례로 남게 됐다. 김 변호사는 "개발 단계 계약은 '이런 것까지 써야 하나'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적어야 억울한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국내 제약회사들이 글로벌 플레이어 및 업체와의 분쟁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고, 대한민국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방어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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