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가 中기업에 건넨 선급금
韓기업에 준 선급금의 약 9배

편집자주올 상반기 한국 바이오 기술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와의 조(兆)원 단위 기술수출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산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계약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실상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특유의 속도전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국 기업들이 빅파마로부터 받는 '기술값'에 견줘 우리 기업들이 받는 돈이 턱없이 낮은 게 특히 눈에 띈다. 바이오 기술은 미래의 국가적 전략자산으로 손꼽힐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쟁국을 넘어 글로벌 선도국의 지위로 뛰어오르려는 중국과의 격차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짚어보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아시아경제가 이런 현실을 조명하고 그 배경과 대안을 모색한다.

①같은 유망기술인데 선급금은 중국 3분의 1토막


②한국은 1상에서 팔고, 중국은 3상까지 간다

③임상할 돈 모으면 상폐…K바이오 옥죄는 이중고


④임상 속도 높이고 상폐 규제 풀어야 격차 좁힌다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조원 단위 기술수출을 잇달아 성사시켰지만 이에 따른 선급금은 중국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에 이어 패권 기술로 떠오른 바이오 분야에서 우리와 중국의 협상력 격차가 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들에 대한 기술수출에 따라 수령하는 평균 선급금은 2022년 건당 5200만달러(약 794억원)에서 2026년 들어 1억7000만달러(약 2597억원)대로 3배가량 뛰어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한국의 경우 올 상반기 이뤄진 8건의 기술수출에 따른 평균 선급금은 5000만달러(약 774억원)를 밑도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韓-中 바이오 명암]①같은 유망기술인데 선급금은 중국 3분의 1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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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릴리 계약인데 선급금은 9배 차이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계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릴리는 지난해 에이비엘바이오와 혈뇌장벽(BBB)을 통과하는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보디-B(Grabody-B)의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개발(R&D) 계약을 맺으며 선급금 4000만달러(약 585억원)를 책정했다. 릴리는 석 달 뒤인 올해 2월 중국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와 항암·면역 신약을 함께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과정에서 건넨 선급금은 3억5000만달러(약 5442억원)로 에이비엘바이오에 지급한 선급금의 약 9배에 달했다.


두 계약 모두 단일 후보물질이 아닌 플랫폼 기반 다년 협력 구조라는 점에서 성격이 비슷하다. 그럼에도 선급금의 격차가 이처럼 크게 벌어진 건 글로벌 시장이 매긴 '몸값'의 차이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선급금은 기술이전 계약에서 기술의 실제 가치를 보여주는 핵심 척도다. 계약 총액은 임상·허가·매출 목표를 단계마다 달성해야 받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까지 더한 금액이라 신약 개발 성공률을 감안하면 상당 부분이 끝내 지급되지 않는 '미래의 약속'에 가깝다.

[韓-中 바이오 명암]①같은 유망기술인데 선급금은 중국 3분의 1토막 원본보기 아이콘

반면 선급금은 빅파마가 계약과 동시에 내놓는, 반환 의무 없는 확정 현금으로 그 기술의 현재 가치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를 가장 정직하게 드러낸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같은 매수자가 비슷한 시기 유사한 자산에 매긴 선급금의 차이가 이렇게 벌어졌다는 것은 한국 기업들의 기술이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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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중국 기업이 맺은 단일계약 한 건의 선급금이 한국 기업들이 받은 선급금 총액을 웃도는 사실은 이런 흐름을 더 극명하게 드러낸다. 가장 큰 계약 규모로 따져도 격차는 상당하다. 올해 상반기 공개된 국내 기술수출 계약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사례는 아리바이오와 푸싱제약의 계약으로 총 47억달러(약 7조1806억원) 수준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BMS와 헝루이의 계약 규모가 152억달러(약 23조2225억원), 아스트라제네카와 CSPC의 계약 규모가 185억달러(약 28조2643억원)에 달했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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