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국산 배·기술자 없으면 못짓는 '韓 최대 해상풍력'
낙월해상풍력, 中 건조 '한산2호' 추가 투입
예인선·포설선 등도 중국서 들여와 작업
중국 기술진이 해상풍력 건설 핵심 역할
업계선 "中 인프라 의존, 안보 관리 공백" 우려
"국내 선박·전문 인력 부족…대책 마련 시급" 지적도
"아침, 저녁으로 수많은 중국인이 배를 타고 나갔다 돌아옵니다."
지난 2일 전남 영광군 계마리 항구. 인근 낙월해상풍력 설치 공사 인부들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마을 주민들은 이렇게 답했다. 이른 아침부터 중국인들이 줄지어 배에 오르고, 해가 지면 다시 돌아오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는 것이다. 계마항과 송이도는 낙월해상풍력발전단지 공사에 투입되는 기술자들을 실어 나르는 CTV(작업자 수송선)의 주요 거점이다.
국내 해상풍력 인프라와 전문 인력 양성이 뒤처진 사이, 중국산 선박과 기술진이 핵심 공정을 메우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에너지 인프라 건설 현장의 안보 관리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풍력발전 업계에 따르면 시행사 낙월블루하트가 시공 중인 영광낙월해상풍력 건설 현장에 해상풍력설치선(WTIV) 한산 1호에 이어 잭업 바지선 한산 2호까지 중국산 설치 선박이 잇따라 투입되고 있다.
낙월해상풍력, 한산1호 이어 한산2호 투입
올해 준공 예정인 낙월해상풍력은 364.8㎿ 규모로 현재까지 진행된 국내 최대 해상풍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전남 영광군 안마도 및 송이도 인근에 5.7㎿급 해상터빈 64기가 설치된다. 이전까지 국내 최대 해상풍력 규모는 100㎿급였다. 그러나 정작 설치 작업 현장은 중국산 선박과 기술진이 주도하고 있다.
올해 1월 선박원부에 등록된 한산 2호는 중국 야화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으로 2021년 4월 진수했다. 한산마리타임은 올해 1월 이 배를 인수했다. 한산마리타임은 낙월해상풍력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명운산업개발의 자회사인 삼해이앤씨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한산 1호 역시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설치선을 비롯해 인부를 실어 나르는 CTV, 유지보수에 필요한 서비스운용선(SOV) 등 수많은 배가 필요하다. 실제로 낙월해상풍력단지 건설에는 많을 경우에는 최대 50여척의 배가 투입됐다고 한다.
이중 설치선 등 주요 선박은 중국으로부터 인수한 것이다. 설치선은 건설 현장에 상주하며 타워, 나셀, 블레이드 등의 구조물을 조립, 설치하는 선박이다.
낙월해상풍력단지에서 작업중인 설치선인 한산 1호는 원래 순이 1600호라는 이름의 중국 선박이었다. 2024년 10월 국내 입항했으나 '선박'이 아닌 '장비'로 국내 들여오면서 선박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명운산업개발은 아예 이 배를 인수해 국적선으로 바꾸었다.
명운산업개발 측은 올해 초 한산 1호에 이어 잭업 바지선인 한산 2호도 추가로 현장에 투입했다. 한산 2호 투입은 현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다.
낙월해상풍력에는 당초 한산 1호와 현대스틸산업이 건조한 현대프론티어호가 함께 작업중이었다. 하지만 현대프론티어호가 신안우이해상풍력 건설 프로젝트를 위해 이동함에 따라 한산 2호를 대체 투입하게 됐다.
낙월해상풍력 건설 현장에는 한산1, 2호 이외에 한울1호, 2호, 3호 등 중국에서 건조한 다수의 배가 운항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울1, 2호기는 설치 선박의 이동에 필요한 예인선이며 한울 3호기는 케이블을 해저에 설치하는 포설선이다.
中 기술진이 핵심 역할
선박만 들어온 것이 아니다. 배와 함께 기술자들도 국내에 머물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산 1호와 2호에는 70~80명의 중국 기술자들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풍력 설치에 필요한 핵심 인력은 여전히 중국인들이란 얘기다.
일부 풍력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해상풍력 설치에 외국 인력이 대거 투입되는 상황이 안보상 관리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해저 지형 관련 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술자들이 터빈 설치 과정에서 취득하는 해저 관련 정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설치선 크레인 운전 인력의 자격 보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타워 크레인을 운전하기 위해서는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라 타워크레인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별도로 지자체장으로부터 건설기계조종사면허를 받아야 한다. 이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무면허에 해당할 수 있다.
명운산업개발 "국내 선박 부족 불가피…단계적 기술 이전"
한편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을 다수 들여온 것에 대해 명운산업개발 고위 관계자는 "해상풍력 건설에 필요한 선박이 부족한 상황에서 준공 일정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건조한 설치선박은 현재까지 현대프론티어호가 유일하다. 한화오션이 신안우이해상풍력 건설을 위해 현재 건조하고 있는 설치선박은 2028년에야 완성될 예정이다.
중국인 기술자 고용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비자를 발급받고 작업중"이라며 "자격을 갖춘 인력이 크레인을 운전하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인 수십명이 한산1호와 2호에 탑승해 있으며 단계적으로 기술 이전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된 안보 우려에 대해서는 "설치 과정에서는 중국 기술자들이 해저 지형을 탐사하지 않는다"며 "인부들은 모노파일을 설치하는 64개 지점만을 확인하기 때문에 안보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낙월해상풍력의 안보 우려에 대해 정부는 보안성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낙월해상풍력에 대해서는 준공 시점에 전문가들과 함께 보안성 검토를 추가로 받기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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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국내 설치선박과 전문 인력 부족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상일 군산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는 "국내에서는 대규모로 해상풍력을 설치한 경험이 많지 않다'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설치 선박 등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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