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북 구미에서 건물 외벽에 달린 선거 현수막을 철거하다 작업자 1명이 추락해 숨졌다. 작업차가 기울어져 발생한 사고인데, 사다리차 지지대가 꺼졌다고 하니 현장 안전관리 미흡이 원인으로 보인다. 선거 직전에는 경기 포천에서 한 초등학생이 낮게 설치된 현수막의 끈에 목이 걸려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
허가받지 않은 현수막, 과도한 홍보 문구로 인한 소송 등 사회적 비용도 골칫거리다. 승인받은 현수막만 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 지방자치단체도 있지만 누구나 지키는 것은 아니다.
선거가 끝난 후 전국은 또다시 현수막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주말을 기점으로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은 대부분 걷혔지만 일손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아직도 후보자들의 호소가 방치돼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데이터를 살펴보니 4년 전 지방선거 때 사용된 선거 현수막은 12만8000장, 2018년 지방선거 때 쓰인 현수막은 13만8000장이다. 이번 선거 때도 전국에서 10만장 넘는 현수막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에서 걷힌 폐현수막의 재활용 비율은 50%를 넘지 않는다. 지자체나 재생센터별 차이는 있지만 재활용 비용보다 소각 비용이 저렴해서다. 무엇보다 파란색과 빨간색, 후보자의 얼굴이 크게 그려진 현수막은 재활용이 쉽지 않다. 폐기도 어렵다. 땅에 묻을 수 없어 소각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20대 국회에서 선거 현수막을 친환경 소재로 만들자는 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이후 비슷한 내용은 올라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선거철에는 단기간에 폐현수막이 쏟아진다. 철거 인력은 물론 지역별 소각장 가동률을 넘어선 수준이다. 주말 사이 현수막이 철거된 자리에는 후보자들의 감사, 낙선 인사를 담은 현수막이 등장했다.
처리가 쉽지 않다면 '현수막을 쓰지 않는 선거'를 고민해 볼 시점이다. 선거 때마다 폐현수막 처리 문제가 불거지지만 소각이나 매립에 대한 통계조차 없는 사각지대라면 공해 수준의 현수막은 제재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도 선거철 거리 곳곳에 후보자 얼굴이 크게 들어간 현수막은 찾기 힘들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옥외광고판을 주로 활용하고 지정된 게시판에 선거 포스터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TV 광고, 온라인 광고, 우편물, 유세 행사에 더 많은 비용을 쓰는 선거 문화도 정착돼 있다.
우리나라도 '현수막 없는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한 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고비용·혼탁 선거를 줄이기 위해 명함형 소형인쇄물과 현수막을 폐지했고 홍보인쇄물을 제한했다. 당시 투표율이 52%대까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일상화된 현재의 선거 환경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수막 중심의 선거운동 문화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선거 전 기본소득당은 현수막 없는 선거를 제안했다. 거대양당이 선거보전금의 98%를 독식하는 현실에서 절감된 예산을 복지에 활용하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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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현수막 재활용 기술의 고도화와 정부·지자체의 재활용 지원 확대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중심 선거운동이 정보 접근성의 격차를 키우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유권자가 후보자를 만나는 방식이 '거리'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지고 있는데 선거운동만 과거의 방식에 머물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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