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뺨치는 코인 ‘합종연횡’…거래소·금융사·대기업 주도권 쟁탈전 [비트코인 지금]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인수 경쟁 치열
규제 장벽 넘기 위한 우회·동맹
"핵심 기술 인프라 해외 의존 높아"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토큰증권(STO) 법제화 등 가상자산의 본격적인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국내 금융사, 대기업, 핀테크, 글로벌 웹3 재단들이 '합종연횡(合縱連橫)'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장을 지배하는 독점적 사업자가 없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연합해 향후 규제 가이드라인의 기준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9일 웹3 전문 리서치 기업 타이거리서치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한 150개 기관, 196건의 협력 관계를 추적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 거래대금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8% 급감하며 시장 중심축이 기관으로 이동했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스테이블코인·STO·커스터디(수탁)라는 3대 전선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여러 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영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분 인수 경쟁이 치열하다. 단순 업무협약(MOU) 단계를 넘어 실제 지분을 취득해 디지털 금융의 고객 접점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거래소가 코인 매매 수수료 플랫폼을 넘어 스테이블코인, 수탁, STO, 실물연계자산(RWA) 상품이 유통될 수 있는 핵심 통로로 재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사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우회적으로 획득하고, 거래소 사용자와 유동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실제 대형 금융사와 대기업의 지분 확보가 집중됐다. 지난달 하나은행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고, 한화투자증권이 추가 3.90% 취득을 결의했다. 이어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가 합산 지분 4.0% 취득을 공표했다. 이밖에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지분(92.06%) 인수, 한국투자증권과 글로벌 거래소 OKX 간의 코인원 공동 인수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경우 카드사, 거래소, 핀테크, 인프라 기업 등 참여 기업이 다양하다. 가장 거대한 연합군을 형성한 곳은 카카오 그룹이다. 카카오톡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스테이블코인과 암호화폐, 지역화폐까지 하나로 아우르는 '슈퍼월렛' 구축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는 퍼블릭 블록체인 카이아를 무기로 이미 테더(USDT)를 배포해 실질적인 결제 테스트에 나섰다.
신한카드는 글로벌 메인넷 솔라나와 MOU를 맺고 비자, 마스터카드 등과 함께 지갑 및 스마트계약 등 6개 분야의 고도화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 손잡고 자체 블록체인 기와(KIWA) 기반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추진 중이며, 빗썸은 서클(Circle) 등과 손잡고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통망을 먼저 확보하는 우회 전략을 폈다. 다만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발행 주체 자격을 두고 한국은행의 '51% 룰'(은행 지분 과반 컨소시엄만 허용)과 핀테크 진입 허용 주장이 맞서며 당정 협의가 지연되는 규제 벽에 가로막혀 있다.
RWA와 STO 분야는 법 시행을 기다리며 대규모 컨소시엄 형태로 묶여 있다. 11개 증권사를 자사 플랫폼으로 통합해 중립 인프라 사업자 지위를 다지려는 코스콤 컨소시엄과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신한투자증권 연합이 양대 축을 형성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홍콩 디지털채권 발행, 미국 DTCC 워킹그룹 합류 등 국내 규제 정비를 기다리는 대신 해외로 직행하는 독자 노선을 택했다. 수탁 시장은 KODA(KB국민은행·해시드), KDAC(신한·NH농협은행 중심), BDACS(우리은행·서클), 비트고코리아(하나금융·SKT) 등 전통 자본과 가상자산 기술 기업이 결합한 4대 구도가 형성됐다.
보고서는 국내 기관들이 거대한 사업 구조와 연합체는 짜놓았으나 핵심적인 기술 인프라는 대부분 해외 솔루션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기술료 유출과 국내 규제 정합성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독자적인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국내 기술 기업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행 디지털화폐(CBDC) 프로젝트 '한강'의 주사업자이자 코스콤·미래에셋 STO 플랫폼을 개발한 LG CNS, 금융기관용 온체인 API(DSRV Portal)를 제공하며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DSRV, 레거시와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온·오프체인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를 다루는 알투스(Altus) 등이 대표적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서민이 '부자' 될 유일한 기회입니다"…전문가가 ...
타이거리서치는 "기관 중심의 연합 구도 재편은 해외 암호화폐 재단들의 한국 시장 진출 공식도 완전히 바꿔놓았다"며 "과거에는 개인 투자자 기반 구축을 통한 거래량 확보가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국내 대기업 및 금융사와의 파트너십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