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 DNA' 통하는 용산구
'행정 엘리트' 선호하는 서초구
민선 9기 결과도 판박이

서울 용산구 주민들은 '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을 원했고, 서초구 주민들은 '베테랑 행정가'를 선택했다. 한강을 남북으로 마주 보는 두 지역은 4년마다 '뚜렷한 선택'으로 주목받는다.


두 곳 모두 보수 정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당선자의 면면은 사뭇 달랐다. 민선 9기 용산구청장에는 용산구의회 4·5·7대 의원을 지낸 구의원 출신 김경대 당선인이, 서초구청장에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서울시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전성수 현직 구청장이 당선됐다.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래 30년 넘게 이어지는 공식과도 같은 결과다.

민선 9기 용산구청장에 당선된 김경대 당선인. 김경대 페이스북.

민선 9기 용산구청장에 당선된 김경대 당선인. 김경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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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자치구 등에 따르면 민선 1기가 출범한 1995년 이후 30여년간 두 구(區)의 주민들은 서로 다른 공식으로 구청장을 골라왔다.

용산구는 역대 민선 구청장들 대부분이 구의원 출신으로, 민선 1기 설송웅 전 구청장을 제외한 모든 구청장이 용산구의원을 역임했다. 민선 1기(1995~1998년)를 시작한 설 전 구청장은 이례적으로 구의원 경력이 없는 정치인 출신이었다. 역사 강사 설민석씨의 부친이기도 한 설 전 구청장은 구청장 임기를 마친 뒤 민주당 소속으로 제16대 국회의원에 배지를 달기도 했다. 이 한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민선 구청장은 모두 용산구의원 배지를 달았다가 구청장실에 입성했다.


민선 2기(1998~2000년) 성장현 전 구청장은 제2·3대 용산구의회 의원을 지낸 뒤 구청장에 당선됐다. 성 전 구청장은 이후 민선 5·6·7기까지 용산구청장을 지내며 용산구 최다선 구청장으로 이름을 남겼다.

보궐선거로 민선 2기(2000~2002년)를 채운 박장규 전 구청장 역시 구의원 출신이었으며, 민선 3·4기에 연거푸 당선돼 3선 임기를 채웠다. 민선 8기에 당선된 현직 박희영 구청장 역시 전직 구의원 출신이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 당선인 역시 이 계보를 잇는다. 김 당선인은 국회의원 선임비서관과 용산구의회 4·5·7대 의원을 역임하며 지역 정치와 행정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고, 이번이 두 번째 구청장 도전 끝에 이뤄낸 당선이다.


구의원 출신이 줄줄이 구청장이 된 데는 용산 특유의 지역 정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용산 주민들은 공무원이나 행정가 출신보다 주민 곁에서 발로 뛴 지역 정치인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선에 성공한 전성수 서초구청장. 선거사무소 제공.

재선에 성공한 전성수 서초구청장. 선거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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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의 역사는 다르다. 민선 1~3기 구청장을 지낸 조남호 전 구청장은 1993년 관선 서초구청장을 거쳐 1995~2006년 민선 1~3기 서초구청장으로 일하며 우면산 녹지 보존 운동과 반포 서래마을 프랑스인 밀집 거주지역 조성을 이끈 행정가 출신이었다. 사회생활은 KBS 프로듀서로 시작했지만, 서울시 공보관, 국장을 거쳐 마포·동작·성동·서초구청 임명직 구청장을 역임하다 민선 구청장이 됐다.


서초구는 단 한 번도 민주당계 정당 구청장이 당선되지 않았으며, 이 행렬 속에서 서울시 출신 행정가들이 구청장실을 이어받았다. 민선 4기 박성중, 민선 5기 진익철 전 구청장은 둘 다 행시 출신으로 서울시 고위 공무원과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민선 6·7기(2014~2021년)를 이끈 조은희 전 구청장은 신문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지만, 대통령실 비서관과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임명직 공무원으로 청와대와 서울시에서 행정 경험을 쌓은 뒤 구청장에 출마해 당선된 사례다. 민주당 열풍이 몰아쳤던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보수 정당 후보로 당선되기도 했다.


민선 8기에 이어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전 구청장은 행시 출신으로 서울시 홍보·총무·행정과장 등을 거쳐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행정안전부 대변인, 인천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베테랑 행정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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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과 서초는 모두 보수 우위 지역이지만 지역마다 다른 '구청장의 조건'을 만들어 온 셈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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