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에서 투표함 발견…'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결선투표 벌이는 페루
투표용지 배송 지연·투표함 발견
페루, 정치 불신 속 결선 투표 개시
후지모리 vs 산체스…진영 맞대결
투표용지 배송 차질과 선거 관리 부실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페루가 결국 대선 결선 투표에 돌입했다. 1차 투표 과정에서 수만 명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데다 개표 지연과 부정 의혹까지 겹치면서 이번 선거는 단순한 권력 교체를 넘어 '선거 신뢰 회복'의 시험대로 평가된다.
7일 엘코메르시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번 결선 투표에서는 우파 '민중의힘'의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와 좌파 '함께하는 페루'의 로베르토 산체스 후보가 맞붙는다. 페루 선거법에 따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2명이 결선을 치른다. 새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7월28일부터 시작된다.
'엑스라지 피자 박스' 투표용지…6만3300명 투표 못 해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4월12일 1차 투표였다. 후보가 35명을 넘어서면서 투표용지 크기가 가로 44㎝, 세로 42㎝에 달하는 초대형으로 제작됐고, 외신은 이를 "엑스라지 피자 박스보다 크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정작 발목을 잡은 건 용지 크기가 아니라 배송이었다. 선거 자재 운송을 맡은 민간업체가 수도 리마 남부 일부 투표소에 용지를 제때 전달하지 못하면서 새벽부터 줄을 선 유권자들이 투표도 하지 못한 채 돌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선거관리위원회(ONPE)는 일부 지역 투표를 하루 연장했지만 상황은 충분히 수습되지 않았다. 리마에서만 약 6만3300명이 끝내 투표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선거 공정성 자체를 흔드는 중대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쓰레기통에서 나온 투표함…무너진 선거 신뢰
혼란은 개표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리마의 한 쓰레기통에서 투표함이 발견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부정 의혹이 증폭됐다. 이후 ONPE 본부는 압수수색을 받았고 피에로 코르베토 선관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국가선거심판원(JNE)은 ONPE 관계자들과 갈라가 측을 선거 방해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반면 갈라가 측은 "ONPE가 제시한 일정에 따랐을 뿐"이라며 맞소송을 예고하면서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개표 결과 발표 역시 한 달 가까이 지연되며 정치적 긴장을 키웠다.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한 로페스 알리아가 전 리마 시장은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재투표를 요구했지만 미주기구(OAS)와 유럽연합(EU) 선거 감시단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최종적으로 기각됐다. 산체스 후보의 결선 진출도 5월 중순이 돼서야 확정됐다.
'광부 표심'이 변수
이번 결선은 단순한 양자 대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후지모리 후보는 1차 투표에서 17.19%로 1위를 기록하며 치안 강화와 대외 투자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산체스 후보는 12.03% 득표로 뒤를 이어, 부의 재분배와 국가 역할 확대를 강조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선거는 사실상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특히 승부의 열쇠는 약 50만 명에 달하는 비공식 광부 집단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페루 금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다. 광업 규제와 자원 배분 정책에 따라 표심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정통성 논란' 피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치적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투표권 박탈 논란과 관리 부실, 개표 지연 등으로 이미 선거 과정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정통성 시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페루는 최근 10년간 대통령 교체가 반복되며 극심한 정치 불안을 겪어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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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결선 투표는 단순히 차기 지도자를 선출하는 절차를 넘어, 무너진 선거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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