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 24시간 레이스' 극한 경쟁
24시간 동안 793바퀴, 3618㎞ 달려

토요타, 수소차 'GR 코롤라' 시험 무대
친환경 모터스포츠 가능성 열어

전국 각지서 수만 관람객 모여 뜨거운 열기
서킷 주변 텐트 치고, 밤새 레이스 온몸 체험

6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산 자락에 있는 후지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울려 퍼지는 엔진음 사이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유모차를 끄는 가족, 휠체어를 탄 관람객,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굿즈를 온몸에 휘감은 이들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만 명의 인파가 일본 최대 모터스포츠 축제인 '슈퍼 타이큐 2026'을 즐기고 있었다.

7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파란색 점퍼)이 서킷 펜스에 매달려 '후지 24시간 레이스'에 참가한 차량에 손을 흔들고 있다. 시즈오카(일본)=이승진 기자

7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파란색 점퍼)이 서킷 펜스에 매달려 '후지 24시간 레이스'에 참가한 차량에 손을 흔들고 있다. 시즈오카(일본)=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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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울리는 엔진음…'슈퍼 타이큐 2026'

지난 5~7일 후지 스피드웨이에서는 '슈퍼 타이큐'의 세 번째 라운드인 '후지 24시간 레이스'가 열렸다. 24시간 동안 달리며 차량의 내구성을 겨루는 대회다. 슈퍼 타이큐는 1년간 총 일곱 개의 라운드로 치러진다.


6일 오전 진행된 체험형 관람 행사인 '피트 워크(Pit Walk)'에서 이번 대회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피트 워크는 레이싱 현장에서 차량을 정비하는 피트(Pit) 구역을 관람하는 행사다. 성인 기준 2만 8000엔(약 25만 원)에 달하는 입장권 가격에도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200여 명의 관람객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드라이버를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 것이다.

피트 워크에서는 팀별 사인회가 열렸는데, 가장 긴 줄은 토요타자동차 부스 앞에 형성됐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토요타의 '루키 레이싱'팀의 마스터 드라이버 '모리조(MORIZO)'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다. 모리조는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의 '부캐'(부캐릭터)다.


그는 2007년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레이스에 모리조라는 이름으로 참가했다. 당시 토요타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자신이 위험한 레이싱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회사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가명을 사용했다. 이는 70세를 맞은 올해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선 관람객들도 본명이 아닌 '모리조상(모리조 씨)'이라 부르며 그를 응원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토요다 회장의 장남인 토요다 다이스케 우븐 바이 토요타 부사장도 같은 팀 드라이버로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수백여 명의 긴 사인회 대기 줄에는 장남의 팬도 다수 눈에 띄었다. 이들은 이름의 영문 앞 글자를 딴 'DT'가 적힌 응원판을 흔들며 "안전 운전하세요"를 외쳤고, 토요다 부사장은 양팔을 흔들며 화답했다.


이날 오후 3시가 되자 서킷에는 60여 대의 차량이 24시간 동안 달리기 위해 도열했다. 이들이 일제히 출발하자 '우르릉'하는 엔진음이 공기를 타고 전해져 피부를 떨리게 했고, 관중들은 큰 환호를 보냈다.


이번 대회는 치열한 경쟁의 무대이자 모두의 축제이기도 했다.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가장 고난도 구간인 'U'자 코너 주변에는 텐트를 설치한 관람객 수백 명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일부 관람객은 본 경기가 시작되기 하루 전부터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캠핑 장비를 들고 이곳을 찾기도 했다.

6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토요다 다이스케 우븐 바이 토요타 부사장(왼쪽)과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 사인회에서 사인을 하고 있는 모습. 시즈오카(일본)=이승진 기자

6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토요다 다이스케 우븐 바이 토요타 부사장(왼쪽)과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 사인회에서 사인을 하고 있는 모습. 시즈오카(일본)=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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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수소 엔진 'GR 코롤라', 24시간 동안 484바퀴 달려

후지 24시간 레이스는 자동차 업계에서도 주목하는 대회다. 극한의 레이스를 펼치는 대회를 두고 업계에선 '움직이는 실험실'이라 부른다. 특히 자동차 제조사들이 개발 중인 신기술과 미래 동력 시스템을 검증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 클래스인 'ST-Q'에 주목한다. 대회는 차량 성능과 배기량에 따라 총 11개 클래스로 나뉘어 경쟁한다.


토요다 회장이 이끄는 루키 레이싱팀은 이번 대회 ST-Q 클래스에 세계 최초로 초전도 기술을 적용한 액체수소 엔진 'GR 코롤라'를 출전시키며 주목받았다. 토요타는 2021년부터 수소 엔진 차량을 후지 24시간 레이스에 투입하며 극한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토요타는 이번 대회에서 펌프를 구동하는 모터를 기존 전기모터에서 초전도 모터로 변경했다.


토요다 회장은 출전에 앞서 이번 대회에서 500바퀴를 달리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경기 도중 전압기 문제가 발생해 정비 시간이 길어지면서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484바퀴를 완주하며 대회를 마쳤다. 토요다 회장은 70세의 나이에도 직접 75바퀴를 돌며 팀에 힘을 보탰다. 업계에선 수소 엔진 차량이 극한의 레이스를 완주한 것을 두고, 향후 수소 차량 등 친환경 차량의 모터스포츠 발전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한다.


한편, 이번 대회의 종합 우승은 TKRI팀의 AMG GT3 차량이 차지했다. 이 차량은 24시간 동안 총 793바퀴(3618㎞)를 달렸는데, 이는 서울과 부산을 약 5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밤사이 일부 차량은 엔진에 불이나 경기를 중도 포기했다. 일부 차량은 새벽 안개와 부슬비에 추돌사고가 발생했으나, 테이프로 문을 고정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완주했다.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 서킷 주변에서 관람객들이 텐트를 치고 '슈퍼 타이큐 2026'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시즈오카(일본)=이승진 기자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 서킷 주변에서 관람객들이 텐트를 치고 '슈퍼 타이큐 2026'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시즈오카(일본)=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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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 먹고·보고·즐기는 온 국민의 축제

대회가 열린 후지 스피드웨이는 도쿄 등 주변 대도시와 2~3시간 떨어져 있음에도 전국 각지에서 6만 5000명이 찾았다. 지난해보다 120% 늘어난 수치로, 경기 외에도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된 덕분이다.


서킷 광장에는 수십 대의 푸드트럭이 늘어섰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음식을 사 먹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고, 자동차 제조사들이 마련한 체험 부스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대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불꽃놀이도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6일 오후 7시 30분부터 약 15분간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수십 대의 경주 차량이 전조등을 밝힌 채 질주하는 서킷 위로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굉음 가득한 엔진음과 관중들의 함성이 뒤섞이며 후지 24시간 레이스만의 독특한 장관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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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 스피드웨이는 경기장 밖에서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세계 최초로 일본 안팎의 자동차 제조사 10개 사가 참여한 상설 전시관인 '후지 모터스포츠 뮤지엄'에서는 자동차와 모터스포츠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토요다 회장이 설립한 레이싱팀 루키 레이싱의 개발 거점인 '루키 레이싱 개러지'도 관람객들에게 공개됐다. 이곳은 수소 엔진 코롤라와 GR 시리즈의 개발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토요타가 강조하는 '더 좋은 차 만들기' 철학의 상징으로 꼽힌다.

6일 저녁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에 불꽃 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시즈오카(일본)=이승진 기자

6일 저녁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에 불꽃 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시즈오카(일본)=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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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일본)=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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