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체급 대비 레벨 과도 인식에도
시장선 "중동 불안감·외인 자금 이탈로 당분간 유지"
장기 고착화땐 실물경제 타격 커져…물가 상승 → 내수 위축
수출기업에도 생산비 압박…기업 80% 수익성 악화
앞으로의 원·달러 환율 향방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장기 고착화 가능성이다.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 체급 대비 원화 약세가 과도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단기간에 고환율 기조가 풀리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동 전쟁 비관론 확산과 외국인의 국내 주식 이탈 등 원화 약세 요인이 겹겹이 누적된 탓이다.
문제는 150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이 오랫동안 이어질 경우 실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고유가가 국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는 상황에서 장기 고환율은 물가 상승 압력을 추가적으로 키울 수 있다. 생활물가가 오르며 민간 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그간 혜택을 받을 거라 인식돼온 수출기업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500원 뉴노멀' 시험대 선 환율…"당분간 깨지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꺾이려면 중동 전쟁에 대한 시장의 낙관론이 되살아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초반의 기대와 달리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한풀 꺾였고, 이런 심리가 원화 약세를 지탱하고 있다는 얘기다. 임환열 우리은행 연구원은 "1500원대 환율의 장기화 여부는 결국 중동 이슈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환율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시장의 기대 심리"라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시장 심리를 움직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더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연구원은 "지금 시장에서는 조만간 이란과 60일 휴전 양해각서를 체결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실제 종전 협상이 가시화되는 움직임이 포착돼야 시장도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연구원 역시 "잠정 합의를 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재개 등에 대한 해석이 달라 내용에 알맹이가 없고 합의 자체도 쉽게 깨질 수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달 중 종전 협상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중동 전쟁의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작용을 했던 전략 비축유와 기업들의 잉여재고가 이르면 이달, 적어도 7~8월 중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재고가 모두 소진되면 국제유가를 밀어 올려 환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동 전쟁이라는 핵심 요인이 제거돼도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인상 가능성 등 원화 약세 요인이 누적돼 있다. 환율이 1500원대에 안착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요인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환율은 대미 투자 약정 등 다른 요인들로 인해 쉽게 하락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 역시 "외인의 자금 이탈세가 완화되기 전까진 유의미한 환율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미 Fed의 긴축 가능성은 달러 강세를 유발하며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500원 넘는 환율, 물가에 직접적 타격…장기화 땐 수출기업 이익도 줄어
1500원 중반대까지 치솟은 유례없는 고환율이 풍부한 달러 유동성에 힘입어 당장 금융위기를 촉발하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물경제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고환율이 장기 고착화된 상황은 물가 상승을 시작으로 실물경제에 전방위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우선 환율 상승은 수입 원자재와 중간재의 원화 환산 가격을 높여 수입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는 생산과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소비자물가에까지 파급된다. 소비자물가 상승, 특히 생활물가 상승은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낮춰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내수 경기 회복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모형 분석을 통해 추정한 결과, 환율의 10% 상승 충격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약 0.3~0.5%포인트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2.1%를 기준으로 보면, 환율이 10%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가 3개월 이내로는 약 2.4%, 6개월 후에는 약 2.6%까지 높아지는 셈이다.
현재 물가 지표는 가파르게 뛰고 있다. 수입물가는 고유가가 겹치며 이미 전년 동월 대비 2개월 연속 20% 급등하는 등 타격을 받았다. 생산자물가 역시 4월 기준 전월 대비 2.5% 상승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이를 이어받아 4월 2.6%에서 5월 3.1%까지 올랐다. 특히 먹거리와 옷, 교통 통신비 등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는 지난달 3.3% 올라 2024년 4월(3.6%)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택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이 동반되는 현재의 복합 충격 국면에서는 수입물가 충격이 빠르게 전가돼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이 평상시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 장기화 국면은 수출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수출기업은 환율 상승의 대표적인 수혜기업으로 인식된다. 수출 제품의 달러 기준 가격이 하락해 가격 경쟁력이 확대되고, 동일 가격에 판매하더라도 원화 환산 시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환율 상황이 굳어질 경우 원자재·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수출기업의 수입단가가 오르고, 국내 공급에 의존하는 기업에도 일부 전가되며 국내 산업 전체에 과도한 생산비용 부담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수출기업 62%의 영업이익률이 상승했으나, 고환율이 장기화하고 기업이 생산비용 인상분을 판매가에 제때 반영하지 못할 경우 기업 80%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삼전닉스에 현대차까지 얹었다…20배 레버리지 상...
특히 현재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 역시 중소·중견업체를 중심으로 순수입 기업 수 비중이 53.8%에 달해 고환율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도원빈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고환율 국면의 장기화는 국내 산업 전반의 생산비용을 가중시켜 단기적인 직수출 증대 이익을 상쇄하고 우리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정부는 물가 안정화와 기업 수익성 보전을 위해 외환시장 안정 조치를 최우선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