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수비대와 정부간 갈등 심화
美-이란 종전합의 협상에도 악영향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던 이란과의 종전합의가 좀처럼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협상 지연의 원인으로는 미국과 이란의 입장 차이가 주로 지목돼 왔다. 그런데 최근 이란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협상 지연의 이유가 단순한 외교적 이견이 아닌 이란 내부의 권력 분열에 있다는 새로운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 정부, 대통령 사임설 부인했지만…권력 갈등 노출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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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는 대통령 사임설을 즉각 부인했다. 그러나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군부와 정부 사이의 불협화음은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것이 미국과의 핵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란의 권력 구조는 우리나라와 같은 일반적인 대통령제 국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란에서는 대통령 위에 최고지도자가 존재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최고지도자에게 사표를 제출할 수 있으며, 최고지도자가 이를 수리하는 구조도 이론상 가능하다.


이란의 반체제 매체들을 중심으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모즈타바 최고지도자에게 '혁명수비대 때문에 도저히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취지로 사표를 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가 재건 문제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혁명수비대가 전방위로 간섭하고 실무 관료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어, 이에 항거하는 차원에서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혁명수비대가 대미 협상 자체를 지속적으로 반대해 협상 진전이 이뤄지지 않자 이러한 퍼포먼스를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란 정부와 혁명수비대는 잇따라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임설이 불거진 당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내각회의 자리에서 한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란의 리더십은 제한된 소수 집단의 지도자와 관료들만으로 구성돼선 안 된다"며 "일반 대중, 사회집단, 이해관계자, 과학자들 모두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서 '제한된 소수 집단 지도자'가 이란 최고지도자 체제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란에서 대통령은 국민 직접선거로 선출되지만, 최고지도자는 88명의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회의가 선출하며, 이번에는 사실상 혁명수비대가 옹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사의를 부인했지만 실제 내부 갈등이 상당한 수준임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현재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강경 세력은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등 이른바 '협상파' 정치인들에게 사퇴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제시키안 정부가 전후 재건을 위해 인터넷 복구를 요청했을 때도 혁명수비대가 이를 무시해 불협화음이 논란이 됐다. 이 문제는 결국 최고지도자가 정부 편을 들면서 해결됐지만, 양측이 다양한 사안을 놓고 광범위하게 충돌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대미협상 방식 놓고 협상파 VS 강경파 갈등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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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핵심은 종전 이후 국가 운영 방향을 둘러싼 노선 대립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포함한 협상파는 미국과 종전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해상봉쇄를 조속히 해제하고 수출입을 재개해야 국민의 생존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요구에 그대로 응해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확실히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동결 자산을 즉각 해제해 줄지도 불투명하고 해상봉쇄가 장기화될 수 있으니, 가장 확실한 경제적 레버리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오히려 사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란 민심은 점차 협상파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근 이란 의회 의장 선출 투표에서 갈리바프 의장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재선됐다.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강경파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회 역시 민심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혁명수비대가 협상에 완강히 반대하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표면적으로 혁명수비대는 이란 최고지도자가 거느리는 사병 조직이다. 그런 만큼 이들의 입장에서 현재의 전쟁은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되는 전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초기에 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폭사시켰기 때문에, 혁명수비대는 어떤 형태로든 복수를 해야 한다는 내부적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전후 책임론도 크게 작용한다. 이란의 방공망을 관리하는 우주항공군은 이란 정규군이 아닌 혁명수비대 산하 조직이다. 방어 실패의 책임이 전후에 고스란히 혁명수비대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을 종결짓는 것이 오히려 이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내부 권력 다툼도 주요 변수다. 현재 이란 의회 의장인 갈리바프 의장과 아흐마드 바히디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갈리바프 의장 역시 혁명수비대 사령관 출신 정치인으로, 이란 정계에서는 군 경험과 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그를 차기 대통령, 나아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거론하는 시각도 있다. 바히디 사령관이 이에 강한 반감을 품고 있으며, 그 때문에 혁명수비대 강경파가 갈리바프 의장을 '미국 앞잡이'로 몰아붙이며 사퇴를 요구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역학 구도에서도 혁명수비대는 미국과의 협상에 반대해야 할 유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美-이란 종전합의 협상 장기화 우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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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내부의 정치적 불안이 미국과의 협상을 상당 기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란이 한두 달을 더 버틸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이후부터는 식량난이 본격화하면서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혁명수비대도 협상을 계속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MOU 체결 이후 60일간 진행돼야 하는 핵 문제 협의 과정에서 혁명수비대의 반발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혁명수비대는 핵 개발 문제에 있어 특히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핵 개발을 혁명수비대가 총괄해 왔고, 상당한 수준의 성과를 이뤄냈다는 자부심이 있는 만큼, 이를 일방적으로 미국에 넘겨주는 것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전략적 측면에서의 우려도 크다. 이란이 중동 지역에서 강국으로 위상을 유지해 온 핵심 동력 중 하나가 농축 우라늄 보유와 핵 강국 이미지였다. 중동에서 핵 보유 국가는 비공식적으로나마 이스라엘 하나였고, 이에 대항할 핵 능력을 보유한 국가는 이란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협상에서 농축 우라늄을 모두 넘기게 되면, 이란의 핵 보유 가능성은 크게 후퇴하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핵 무장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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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이번 이란과의 전쟁을 계기로 자국 안보를 위한 핵 보유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스라엘 양측 전쟁에 더 이상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에서다. 이번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핵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국가는 막대한 자본력을 보유하고 있어, 핵 개발에 나설 경우 이란보다 더 빠르게 핵 무장을 달성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뒤엉켜 있는 만큼, 혁명수비대는 미국과의 핵협상을 최대한 지연시키거나 사실상 노딜 상태로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미국이 이에 불만을 품고 군사 작전을 재개할 경우 휴전 자체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이란 협상의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에 놓여 있다.

이란 대통령, 전쟁 중인데 '사임설' 나온 이유[시사쇼] 원본보기 아이콘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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