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막던 법·제도 허들 낮아져
출연연 연구자 창업 기대감 확대

"연구자가 창업기업 주식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고요?"

"연구자의 휴직과 겸직도 가능해집니다."

"출연연 연구자들이 창업 때 느끼던 허들이 대부분 사라졌군요."

최근 정부와 정부출연연구기관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간 대화다. 과학기술계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과학기술 사업화의 오래된 병목이 해소되고 있다는 현장의 반응이다.


출범 1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정책에서 출연연 딥테크 창업 지원은 국정과제가 현장에서 실행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기술이전법 개정과 이해충돌방지법 특례 논의, 과기정통부의 지원, 국과과학기술연구회(NST) 출연연 사업화공동추진 TF의 창업 트랙 설계가 맞물리며 연구자가 실제로 창업에 나설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있다. 연구성과를 논문과 특허에 머물게 하지 않고 기업과 일자리로 연결하려는 변화다.

그동안 출연연 연구자에게 창업은 가능하지만, 위험한 선택이었다. 연구실에는 기술이 있었다. 논문도 있었고 특허도 있었다. 그러나 기술만 믿고 창업을 하기에는 걸림돌이 많았다. 창업기업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지, 창업을 위해 휴직했다가 복직할 수 있는지, 창업기업 임직원을 겸직할 수 있는지, 연구소가 보유한 기술을 어떤 조건으로 이전받을 수 있는지가 현장에서는 명확하게 체감되지 않았다.


정부 방침을 따라 안정된 연구실을 떠나 창업한 후 실패하면 돌아올 수 있는지도 불안했다. 창업기업 지분을 갖는 것이 이해충돌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었다.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을 기반으로 회사를 만들려고 해도 기관마다 규정과 판단이 달랐다.

지난 1월 열린 출연연 딥테크 기획창업 창업캠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출연연 딥테크 기획창업 창업캠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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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출연연 연구자들의 창업에 대한 '허들'이 속속 사라지고 있는 것은 중요한 변화다. 지난 4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술이전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번 개정은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지주회사와 출자회사 구조를 손질한 것이 핵심이다. 공공연구기관이 설립한 기술지주회사의 발행주식 보유 요건은 기존 50% 초과에서 30% 초과로 완화된다. 기술지주회사의 출자회사 설립·편입 때 필요한 지분 기준도 20%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낮아진다. 기술지주회사의 설립요건 중 보유기술을 녹색기술 또는 첨단기술로 한정하던 규정도 삭제된다.


기술이전법 개정만으로 모든 장벽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출연연 연구자는 연구자인 동시에 공직유관단체 소속 공직자라는 성격을 갖는다. 이 때문에 이해충돌방지법은 창업을 막는 장벽이었다. 창업기업 지분 보유나 외부활동이 사적 이해관계 문제로 해석될 수 있었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법과 4대 과기원법 등에 이해충돌방지법 특례 조항을 신설하는 일괄 개정안 5건을 대표 발의했다. 조 의원 측에 따르면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이후 출연연 창업 건수가 2020년 62건에서 2024년 25건으로 줄었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이은영 과기정통부 연구성과혁신관은 "국회 논의와 보조를 맞춰 출연연 연구자가 창업 과정에서 겪는 이해충돌 관련 불확실성을 줄이고, 연구성과 기반 창업이 산업과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창업을 가로막던 법이 바뀐다고 해도 창업의 길은 멀다. 첨단 기술에 기반한 딥테크 창업은 일반 서비스형 창업과 시간표가 다르다. 시제품 개발, 인허가, 임상, 기술이전 협의, 투자 유치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실에서 기술을 쌓아온 연구자에게는 특히 취약한 영역이다.


과기정통부 산하 출연연을 담당하는 NST 출연연 사업화공동추진 TF의 사례는 연구자들이 실전 창업에 나서는데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TF는 출연연 연구자들의 창업 수요와 제도적 애로를 모아 각 부처와 전문기관의 사업 체계에 맞춘 출연연 전용 트랙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았다. 개별 출연연이 중기부, 과기정통부, 지식재산처 등을 각각 찾아다니며 제도적 빈칸을 메우기 어려운 만큼, NST가 총괄 기술이전 전담조직(TLO) 역할을 맡아 범부처 협력 구조를 구성했다.


결과는 확연했다. 지난해 '도전! K-스타트업' 연구자 리그 결선 진출 10개 팀 중 6개 팀이 NST 기획창업 프로그램을 거친 출연연 연구자였다.


TF의 역할은 창업 아이템 선정, 개발 수준 진단, 제품화 설계, CEO·CTO 역할 분담까지 함께 설계하는 '기획형 창업'으로 까지 이어진다. 서로 다른 출연연의 연구자와 기술을 결합하는 '융합형 창업'도 가능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자들이 연합한 소변 이용 방광암 조기진단 키트 'BLOOM'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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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판을 깔았다면, 이제 연구자들이 그 판 위에서 승부를 걸 차례다. 연구자 창업기업이 글로벌 딥테크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그 성과는 다시 국가 R&D 생태계로 돌아온다. 한국 R&D 생태계는 퀀텀 점프를 이끌 연구자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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