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 글로벌 금리상승
트럼프가 눌러도…'인상 후 관망'
'부채의 덫' 폭과 속도는 제한적일 것
기준금리와 별개 '복병' 채권금리

금리를 조율하는 주요 선진국들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중순 5%를 넘겼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10년 만기 금리도 4.5% 수준이다. 초저금리의 상징으로 불리던 일본도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발행 이래 최고 수준인 4%대에 진입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Fed)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Fed)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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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 사이에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역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면 국제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고, 이는 다시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지난 4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는 3.8%, 근원 PCE는 3.3% 상승해 거의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국들의 재정 적자 역시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돈이 부족한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면 당연히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한다. 인공지능(AI) 설비 투자 경쟁으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는 현상도 채권 금리 상승의 이유다.

경제 여건이 바뀌면서 연초만 해도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지난 4월에는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하는 의견이 늘어 이례적으로 Fed 내 분열이 드러나기도 했다. 금리인하를 바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새로운 Fed 의장이 취임했지만, 시장은 이미 금리인하가 쉽지 않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에는 동결했지만,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예고했다. 시장금리는 벌써 큰 폭으로 뛰어 국고채 10년 만기 금리는 4%를 넘고 있고 3년 만기 금리도 4%에 가깝다.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이 이미 금리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저금리와 유동성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세계는 이제 금리 상승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인 듯하다. 금리의 상승은 물론 자산시장에 타격을 준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도 채권도, 심지어 비트코인과 금값도 떨어진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금리 상승 자체보다는 금리 상승의 폭과 속도다. 금리가 오른다면 과연 얼마나 오를까.


과거 미국 Fed나 한국은행은 일단 통화정책의 방향을 금리 상승으로 잡은 뒤에는 속도가 빨랐고 폭도 컸다. Fed는 2022년 3월 기준금리를 0%대로 잡은 것을 시작으로, 다음 해인 2023년 7월까지 무려 5.25~5.50%로 올렸다. 한국은행도 2022년 1월의 1.25%부터 시작해 2023년 1월의 3.5%까지 빠르게 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이번에는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빠른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는 것은 늘어난 부채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전 세계 부채는 353조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300조달러 내외였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현재 305%로 세 배가 조금 넘는다. 지난 3월 미국 의회예산국은 미국의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39조달러를 돌파했다고 경고했다. 이것도 4년 동안 9조달러가 늘었다. 미국 연방정부가 한해 지급해야 하는 이자 비용은 1조달러가 넘는다. 10년 만기 채권 금리가 6%를 넘어가면 이자는 연간 2조달러를 넘을 것이다. 미국 정부 조세 수입의 3분의 1이 이자 비용으로 나가야 한다. 아무리 미국 정부라도 감당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2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와 1300조원의 국가부채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과 속도를 제약하는 가장 큰 부담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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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시행된 양적완화는 단순히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책만은 아니었다. 중앙은행의 대규모 국채 매입은 장기금리를 낮추고 정부가 감당해야 할 금융비용을 낮추는 역할도 했다. 원래 공공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편리한 방식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높게 유지하면서 금리는 그보다 낮게 묶어두는 것이다. 일정한 수준의 물가 상승은 명목 성장률을 끌어올려 부채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높은 성장률과 적절한 수준의 인플레이션 그리고 낮은 금리가 유지되면 이상적이어서 부채가 줄지 않아도 GDP 대비 비율은 저절로 낮아진다. 물론 인플레이션 기대가 적절히 통제되지 않으면 시장금리가 급등해 명목 성장률 상승의 효과보다 이자율 상승 비용이 더 커진다.


적절한 선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일단 어느 정도의 물가 상승은 용인할 수밖에 없다. 공개적인 언급은 피하겠지만, 앞으로 3%대의 인플레이션은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부채가 만드는 임계점과 인플레이션 수준을 모두 생각하면,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 속도는 느리고 폭은 신중할 것이다. 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한 번에 0.5%포인트 혹은 0.75%포인트를 올렸던 과거의 공격적인 방식은 지금은 거의 불가능하다. 금리를 올린다면 조금 금리를 올린 뒤 데이터를 확인하고 다음 조치를 결정하는 '인상 후 관망(Pause and Hike)' 전략을 취하면서 시장이 적응하는 시간을 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 번에 0.25%씩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말 Fed의 기준금리는 4.0~4.25% 정도, 우리나라는 3.0%가 된다. 그 이후의 금리 상승은 물론 그 시점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위협적인 수준까지 높아지지 않는 한, 앞으로 1년간의 인상 폭은 최대 1%포인트를 넘기 어려울 것이다.


한 가지 복병은 시장금리다. 기준금리 추이와는 별개로, 시장의 채권 금리 특히 장기금리가 더 높이 뛸 가능성은 있다. 단기 금리는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에 직접 연동되지만, 장기금리는 경제의 장기적 성장성과 미래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그리고 정부의 국채 발행 규모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의 규모가 Fed가 주도할 금리 정책의 효과만큼이나 시중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금리인하를 바라는 트럼프의 압력으로 Fed가 금리를 아예 올리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장기금리의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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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경제포커스]금리가 오른다…느리게 조심스럽게 원본보기 아이콘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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