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회생·파산 전 신복위 채무조정 먼저 거친다…'채무조정 전치주의' 입법 추진
8월 발의 예정 금융기본권 지원법에 포함
법원 회생·파산 신청 전 신복위 채무조정 의무화
채무조정 합의제 기구 신설도 추진
개인이 법원의 회생·파산 절차를 밟기 전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을 우선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이 추진된다. 신복위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와 유사한 합의제 기구를 신설하고 채무조정 대상을 개인 채무에서 법인 채무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6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신복위와 서민금융진흥원은 국회와 협의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기본권 지원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오는 12일 국회에서 금융기본권연구단 발대식을 열고 의원 중심의 입법 지원단을 구성한 뒤, 8월 법안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법안은 국민 누구나 필요한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제10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를 토대로 금융 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채무조정 전치주의' 명문화…재판청구권 제한 논란 지적도
법안의 핵심은 '채무조정 전치주의'의 명문화다. 채무자가 법원에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기 전 신복위 채무조정을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는 관련 규정이 없어 상당수 채무자가 곧바로 법원 절차를 선택하지만, 신복위는 채무 상황에 따라 사적 채무조정이 더 적합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은경 서금원장 겸 신복위원장은 "신복위 채무조정은 개별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반영한 맞춤형 조정이 가능하고 시간과 비용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우선 신복위 조정을 활용하고 해결이 어려운 경우 법원 절차로 연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복위 채무조정은 금융회사와 채무자 간 합의를 바탕으로 채무 감면, 이자율 조정, 상환기간 연장 등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사적 채무조정 제도다. 신청 비용이 5만원 수준이며 일부 취약계층과 미취업 청년은 면제된다. 처리 기간도 통상 2개월 이내다. 반면 법원의 개인회생은 변호사나 법무사 선임 등으로 수백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절차 소요 기간도 6개월~1년 이상 걸린다.
채권자인 금융회사의 수용성이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신복위 채무조정은 협약 가입 금융회사의 채권을 대상으로 하며, 채권자 부동의율은 1% 선에 불과하다.
다만 채무조정 전치주의가 법제화될 경우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인회생이 더 적합한 채무자에겐 절차가 추가돼 오히려 구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개인회생은 법원의 강제력이 적용되고 비협약 채권까지 포함할 수 있는 데다 원금 감면 폭이 더 클 수 있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채무조정 합의제 기구 신설 추진…'신복위판 분조위' 도입 검토
신복위는 입법 추진과는 별도로 채무조정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별도 합의제 기구 신설을 추진한다. 금감원이 부원장과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분조위를 통해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분쟁을 조정하는 것처럼, 신복위도 채권자와 채무자가 전문적인 논의를 거쳐 조정안에 합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른바 '신복위판 분조위'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금융 취약계층 보호와 채무 부담 완화를 추진하며 '잔인한 금융' 관행 개선을 강조하는 만큼 신복위를 중심으로 한 채무조정 체계 개편 논의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복위 등에 분산된 채무조정 기능을 신복위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이 공론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개인·개인사업자 중심인 신복위 채무조정 범위를 법인까지 확대해 보다 통합적인 채무조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다. 캠코는 그동안 개인뿐 아니라 법인 부실채권 정리 기능도 수행해 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캠코의 매입형 채무조정보다, 민간 중심의 사적 채무조정 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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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권 관계자는 "캠코의 채무조정 기능을 신복위로 이관하는 문제는 기관 간 역할 조정과 인력 재배치, 수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이에 따라 논의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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