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업, 사라진 숙련공]②HD현대重 '핵심기술전수제도' 도입…매뉴얼·영상 등 활용
"도면과 실제 현장 미세한 차이 찾아내
보정하는 게 숙련자 역할"
한화오션, 교육 통해 '명장' 육성
삼성重은 VR 도입·로봇 등 활용
가장 큰 문제는 배울 인력 부족
조선업 베테랑들의 은퇴와 함께 용접·배관·도장 등 수십 년 쌓인 현장 노하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안에서도 커지고 있다. 조선 3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숙련 기술 전승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 3사 가운데 숙련 기술 전승 체계를 가장 체계적으로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HD현대중공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12년 도입한 핵심기술전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노하우가 현장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 4일 울산 동구 야드에서는 전수자 김기만 기감이 계승자 김정민 기사, 박상준 기사를 이끌고 LPG 운반선 화물창 실측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설계도면과 실제 구조물 사이 오차를 찾아내고 품질 기준을 맞추는 작업이다.
지난 4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야드에서 핵심기술전수제도의 전수자인 김기만 기감(가운데)이 계승자인 박상준 기사(왼쪽)와 김정민 기사(오른쪽)에게 LPG 탱크 조립을 위해 위치를 정확하게 맞추는 작업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김 기감은 "도면대로만 보면 다 맞는 것 같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온도나 작업 환경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생긴다"며 "이런 부분을 눈으로 찾아내고 어떻게 보정하는지가 숙련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계승자인 박 기사는 "경험하지 못한 변수나 문제가 발생해도 원인을 판단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전수자는 기술을 가르치는 동시에 매뉴얼을 작성하고,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작업은 영상으로 남긴다. 전수 기간은 기술 난이도에 따라 6~12개월이다. 현재 144개 핵심기술을 관리하고 있으며 올해는 19개 기술에 대해 전수 활동이 진행 중이다.
이종민 HD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 기원은 "기술을 가진 사람이 은퇴하더라도 현장에 노하우가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라며 "철판은 계절과 온도에 따라 팽창과 수축이 반복되고 현장마다 조건이 달라 변수에 대응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런 기술은 결국 사람이 이어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조선사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기술 역량을 5단계로 나눠 상위 기술자가 하위 기술자를 교육하는 TL(Technical Leader) 제도를 운영한다. 승급 단계마다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최고 등급 달성자에게는 '명장' 호칭을 부여한다. 명장에게는 포상금 1000만원과 개인 사무실, 업무 차량을 제공하며 정년 이후에도 기술지도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올해 처음으로 2명의 명장을 선발했다.
삼성중공업은 숙련공의 손끝 기술을 디지털로 남기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상현실(VR) 교육과 모의 훈련으로 숙련 기술을 데이터화하고, 최근 가동에 들어간 파이프로보팹은 용접 노하우에 로봇을 결합한 시도다. 자동화 플랫폼 'S-EDH'로 설계·생산·구매 정보를 한데 묶어 스마트 공장으로의 전환도 밀어붙이고 있다. 기술연수원에서는 명장과 선배 기술자들이 직접 후배들을 이끄는 멘토링도 함께 돌아가고 있다.
접근 방식은 달라도 공통된 위기의식은 같다. 기술을 가진 사람이 은퇴하기 전에 현장에 노하우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승 체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애초에 기술을 배울 젊은 인력이 들어오지 않으면 전수할 상대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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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신호가 없는 건 아니다. 지난 4월 HD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 기술연수생 전기반은 20명 모집에 120명이 몰려 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협력사 성과급 지급 규모가 확대되면서 조선업 현장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처우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젊은 인력이 현장에 들어와 숙련공으로 성장하는 구조를 복원하고, 그 기술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전승 체계까지 갖춰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선박 한 척을 짓는 데는 수년이 걸리지만, 숙련공 한 명을 키우는 데는 그보다 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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