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위 물가폭탄]멈추지 않는 골프장의 폭리 '돈 먹는 블랙홀'
그린피·캐디피·카트비 모두 인상
식음료 등 부대비용 가격도 상승
"서비스와 환경 개선 체감하기 어렵다"
골프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비용 부담이 시작된다.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그린피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고, 캐디피와 카트비도 잇따라 인상됐다. 클럽하우스 식당에서는 해장국 한 그릇이 3만원에 육박하고, 그늘집 안주 한 접시는 5만원을 훌쩍 넘는다. 정부가 수차례 골프장 이용요금 안정을 주문했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골퍼들 사이에서는 "골프를 치러 가는 게 아니라 비용과 싸우러 간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한국골프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은 올해 기준 회원제와 대중제를 포함해 527개에 달한다. 연간 이용 인구는 600만~700만명, 연간 라운드 수는 4500만~5000만회 수준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국내 골프 산업은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이용객들의 비용 부담도 함께 커졌다.
골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코로나19 시기에 형성된 고비용 구조가 엔데믹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여행이 제한됐던 당시 국내 골프장 수요가 급증하면서 골프장들은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비를 잇달아 인상했다. 하지만 수요가 둔화된 이후에도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국내 골프장 그린피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평균 30~60%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주중 그린피는 15만~25만원, 주말은 25만~40만원 이상이 일반화됐다. 일부 골프장은 코로나19 기간 가격을 두 배 가까이 올린 뒤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캐디피 인상 폭도 가파르다. 대중형 골프장의 팀당 캐디피는 2006년 8만1800원에서 올해 14만6300원으로 78.9% 상승했다. 조사 대상 406개 골프장 가운데 306곳은 이미 팀당 15만원 안팎의 캐디피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골퍼들이 부담하는 연간 캐디피 규모는 약 1조7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카트비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조사 결과, 18홀 이상 대중형 골프장 254곳 가운데 팀당 카트비가 10만원 이상인 곳은 204곳에 달했다. 최근에는 16만~36만원 수준의 6인승 리무진 카트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리무진 카트를 운영하는 골프장은 2023년 28곳에서 지난해 99곳으로 늘었다.
문제는 가격 인상의 명분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골프장들은 인건비와 운영비 상승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용객들은 가격 인상에 걸맞은 서비스 개선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캐디 부족 문제도 여전하다. 무료 교육과 숙소 제공 등 각종 유인책에도 이직률이 높아 인력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식음료를 비롯한 부대비용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국내 주요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는 해장국과 설렁탕이 2만5000~3만원,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도 2만원 안팎에 판매된다. 그늘집에서는 수육·순대·오뎅탕 등 안주류 가격이 5만~8만원에 달한다. 생수와 음료 가격도 시중가보다 2~3배 비싼 경우가 적지 않다.
업계 안팎에서는 일부 골프장이 경기 시설을 넘어 고가 외식업장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골퍼들은 외부 음식 반입이 제한되고 대체 선택지도 부족한 환경에서 높은 가격을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골프장 갑질 근절 토론회'에서 "영업이익률이 60%를 넘는 골프장이 적지 않고 탕수육 한 접시에 14만원을 받는 사례도 있다"며 과도한 가격 정책을 지적했다.
골퍼들 사이에서는 국내 골프장보다 일본이나 동남아 원정 골프가 더 합리적이라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항공료와 숙박비를 포함해도 국내 주말 라운드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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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은 "이용요금은 크게 올랐지만 서비스 품질 향상 효과는 체감하기 어렵다"며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 체계와 서비스 혁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 골프 산업의 성장 기반도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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